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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앤> 만나러 가는 길

안봉자 시인 lilas1144@yahoo.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10-02 16:30

안봉자 시인의 <빨강머리 앤> 테마 여행기(1)

지난 8월 중순에 남편과 나는 캐나다 동부 대서양의 세 연해 주(州) (Maritime Provinces) 뉴브런스윅, P. E. I., 노바스코샤를 돌아보고 왔다. 퍽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고 벼르면서도, 단지 내가 사는 캐나다 영토 안에 있는 곳이니 “이담에 늙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 늘 다른 먼 나라들에 밀려 뒤처져 오던 여행이었다.     


<▲ 페기스 코브 (Peggy’s Cove) 등대,   핼리팩스, 노바스코샤   >


통신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지구 전체가 한 마을처럼 가까워져서, 이제는 자기 나라뿐만 아니라 가까운 이웃 나라들도 보통 당일 안에 일을 끝내고 돌아올 수 있는 세상이 되다 보니, 언제부턴가 '일일생활권'이란 단어가 생겨나고, '지구촌' 혹은 'Global'이란 정겨운 현대어도 심심찮게 사용되고 있다.

나의 모국 한국과 같이 땅덩어리가 작은 나라는 물론이려니와, 내가 이민 와서 45년 가까이 사는 캐나다처럼 국토 면적이 자그마치 9,984,670㎢로 전 세계 국가 중에서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하는 큰 나라도, 동쪽 끝 대서양 연해 도시에서 반대쪽 태평양 해안 도시까지 비행기로 일일생활권에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맘만 먹으면 새벽에 비행기로 핼리팩스에서 출발하여 토론토나 몬트리올을 거쳐 밴쿠버에 왔다가 24시간 이내에 다시 핼리팩스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척이 천 리(里)라고 했던가? 이처럼 세계가 한 마을 같이 좁아진 세상에 산 덕분에 동. 서부 유럽의 여러 나라와 아프리카와 남미의 이름난 관광지들을 한두 해마다 한 차례씩 열심히 다녀오면서도, 정작 내가 사는 나라 캐나다의 동부 연해 주들을 다녀오는 데는 무려 40여 년의 세월이 걸렸으니, '지척이 천 리'라는 속담은 바로 그런 내게 해당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상략>

풀기 섰던 날개는 세월에 젖어
하릴없이 무게만 더해 가는데
바람 타는 그리움의 계절을 업고
언제나 그쯤에서 손짓하는 너

타고난 운명일래
멈추지 못하는 나그네가
세상으로 난 수많은 길 위에서
늙은 이정표에게 길을 묻네
너에게로 가는
그, 길을 묻네.  
                           
-나의 詩  '길' 중에서

마음 같아서는 9월 중순경으로 여행 일정을 잡고 싶었으나, 해마다 9월에는 밴쿠버 전역에 문학 행사들이 여럿 있고, 특히, 내가 소속한 세계시낭송 협회 (W.P.R.S), 밴쿠버 타고르 협회, 그리고 워드 밴쿠버 (Word Vancouver)의 연중 대 행사들이 모두 9월에 들어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8월 중순경으로 여행을 앞당겼다. 그리고는 6월 초순부터 밴쿠버 교민 신문에 올라오는 여행사들의 광고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OK 여행사의 6박 7일 P. E. I. 관광 패키지 광고가 신문에 올라왔다.  

이라는 이름의 OK Tour 패키지 일정은, 토론토에서 시작하여 뉴브런즈윅을 거쳐 P. E. I.와 노바스코샤 등, 대서양 연해 주들의 유명 관광지를 답사한 뒤 다시 토론토로 돌아오는 코스인데, 뉴브런즈윅 가는 도중에 캐나다의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인 수도 오타와, 자칭 북미의 파리라고 부를 만큼 예술과 멋이 어울어진 올드 몬트리올, 그리고 북미의 프랑스 문화의 중심지인 퀘벡 관광이 덤으로 붙어 있었다.

우리의 경우, 토론토, 오타와, 몬트리올, 퀘벡은 2005년 가을에 단풍여행 갔을 때 비교적 깊이 있는 관광을 하고 왔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동부 캐나다의 아름다운 대도시들을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서 선뜻 결정했다.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P. E. I. 에 꼭 가보고 싶어 한 이유는 순전히 '앤 오브 그린게이블' (Anne of Green Gable)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빨강머리 앤'으로 잘 알려진, 루시 모우드 몽고메리 (Lucy Maud Montgomery)의 장편 연재소설 <앤> 시리즈 (Anne Series)의 실제 배경이자 작가 L. M. 몽고메리의 생가와 그녀가 젊어서 일했던 우체국, 그리고 그녀의 무덤이 있는 캐빈디쉬(Cavendish) 마을을 답사하는, 내나름대로의 <빨강머리 앤> 테마 여행이었다.   


<▲<빨강머리 앤>의 집,  캐번디시,  P.E.I.   >


Anne 시리즈는 총 여덟 권으로 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한글 번역판으로 나온 ‘빨강머리 앤’을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서 빌려 읽고 홀딱 반한 적이 있었다. 그 후 캐나다에 이민 와 살면서 영문으로 된 <앤> 시리즈 여덟 권을 모두 구매하여 아주 심취해 읽었다. 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앤> 전집을 두 번이나 거듭 읽었고, 소설에 등장하는 에본리 마을의 그린게이불 하우스(Green Gable House / 초록지붕 집)와 숲, 오솔길, 실개천 등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는 P.E.I. 내쇼날 파크 (National Park)는 반드시 다녀와야 할 오랜 숙제였다.  

이번 P.E.I. 관광이 토론토에서 시작하여 토론토에서 끝나므로, 밴쿠버와 토론토 사이의 왕복 교통은 우리가 별도로 해결해야 했는데, 토론토까지 갈 때는 비아레일 (Via Rail) 기차 편을 이용하고 돌아올 때는 항공편을 이용하기로 했다. 물론, 비행기로 왕복하는 것보다 기차 편이 훨씬 비쌌지만, 언젠가는 꼭 한번 해보고 싶던 '캐나다 대륙 육로 횡단'의 꿈도 이참에 실현해보기로 했다. 내친걸음에 임도 보고 뽕도 따자는 셈이었다.   


<▲ Via Rail, 밴쿠버와 토론토 사이를 오가는 캐나다 국영 열차  >


기차로 밴쿠버에서 토론토까지의 운행 거리는 장장 4,466km이다. 쟈스퍼, 에드몬튼, 사스카툰, 위니펙, 그리고 북미 대도시들의 항공과 철도의 중심부 (Hub)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작은 마을 시욱스 룩아웃(Sioux Lookout) 등, 주요 도시들을 거치며 나흘 반 동안 밤낮으로 달린다. 캐나다 대륙의 반대편 P.E.I.의 <빨강머리 앤>을 만나러 가는 4박 5일의 먼 여로에서 나는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마을들을 지나며 많은 강과 산과 호수를 만나고, 그 보다 더 많은 나무와 꽃과 새들과 반가운 눈인사를 나눌 것이다.

기차 차창으로 스쳐 가는 밴쿠버와 재스퍼 사이에 굽이굽이 이어지는 계곡의 아기자기한 절경과, 하늘 향해 치솟는 웅장한 바위 산맥 록키와 캐나디안 록키산맥에서 가장 높다는 Mt. Robson (3,945m)의 장관은 얼마나 환상적일까? 가도 가도 못다 달릴 것 같은 광활한 캐나디안 대평원의 세 (3) 주(州) (앨버타, 새스캐처원, 마니토바), 그리고 가슴 속까지 시원해진다는 북부 온타리오의 짙푸른 보레알 포레스트 (Boreal Forest / 아한대 숲)와 보석처럼 반짝이는 호수들은 또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로울까? 나의 가슴은 진작부터 한껏 설렜다.


안봉자 시인, 수필가

  • 밴쿠버한인문협 <신춘문예> 수필등단; 한국 <순수문학> 시 등단
  • 캐나다한인문협, 한국문협, 세계시낭송협회(W.P.R.S.)회원
  • W. P. R. S. 평생공로상 (2009)
  • 해외한국문학상 (2012)
  • W.I.N. 우수시인/수필가상 (2012)
  • Richmond Arts Awards - Cultural Leadership Finalist (2014)
  • 저서 7권 (시집, 수필집 영문시집, 영문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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