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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란 무엇인가

정봉석 phnx604@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9-11 10:19

해외에서 쓰는 고향 역사(25)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정희량의 경우도 이러한 향토 정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숭명사대주의(崇明事大主義)에 쩔어빠진 모순도 부족하여, 그들만의 부귀영화를 위해 옳은 소릴 내는 영남의 남인들과 남명학파 선비들의 출사를  철저히 배제하는 것도 부족했는지, 오늘날 지금까지도 석연치가 않은 경종 독살의 음흉한 정치 음모, 그리고 가렴주구에 시달려 굶어 죽는 사람이 무더기로 속출하는 민생은 남의 나라 일처럼 무심한 노론의 독단적 전횡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서부 경남지역 선비들로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인내의 한계점을 넘은 것이 아니랴.
에이브라함 링컨은 말했다. "항의를 해야할 때 침묵을 지키는 것은 죄악이다"(It's a sin to be silent when you have to protest) 라고.....

이런 볼썽사나운  불의가 자행되고 독선이 판을 치는 세상에 정상적 방법으로 항의하고 그 항의가 관철되지 않을 때, 혁명이라는 비상 수단을 쓰지 않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만고 충절 동계 정온의 명예에 누가 될까 무서워 이해 득실을 저울질 할 만치 안의의 옛 선비들은 복잡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른 것은 그르다 하고 옳은 것은 옳다고 주장하는 언로가 정적들에 의해 철저히 차단당할 때 느끼는 좌절감과 수치는 그 어떤 것으로도 되물림 받을 수 없지 않았을까? 정희량이라고 그 많은 재산과 사회적 명성을 가진 사람이 모든 것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치고 '혁명'을 부르짖을 수 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은 이해해야 마땅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낡고 썩어빠진 구질서를 갈아 엎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주어진 질서, 즉 통치 권력의 주체인 소위 천명(天命:ruling mandate)을  물리적 힘을 동원하여 바꾸는 것이다. 단 사사롭게 권력을 찬탈하는 것이 아닌 역사적 보편 타당성과  사회 구성원의 공감대를 확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세조가 어린 단종을 몰아내 죽이고 왕위에 오른 계유정난은  찬탈이지 혁명이 아니다. 박정희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군사력을 동원하여 정권을 차지한 것도 군사혁명이라 할 수 없는 엄연한 쿠데타라는  역사의 심판 만큼은  비켜갈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성공한 혁명보다는 실패한 혁명이 훨씬 많은 것이 이 나라 5천년 역사의 냉엄한 현주소이다.내가 과문한 탓일지는 모르나 성공한 혁명이래야 겨우 4/19 학생의거, 6/29 민주화 항쟁밖에 없지 싶다. 그외 모든 크고 작은 조선 시대의 사대부가 일으킨 혁명은 미완의 혁명이며 '역모'밖에 없다. 선조 초기 대동 민주 사회를 지향한 정여립의 대동계나, 무신년에 이인좌 정희량이 노론의 권력 독점과 전횡 중단을  목표한 무신란도 따지고 보면 미완의 혁명이지 단순한 권력 찬탈을 목표로한 역적들의 반란이 아니라 해야 마땅하다. 그외 민초들이 주체가 되어 일으킨 동학란은  당당한 새 질서 회복의 기치를 내건 혁명이라 할 자격이 있다.

혁명이라고 할때 '바꾼다'는 의미인 바꿀 '혁'으로 새기기도 하는  '혁'(革)은 우리가 혁대라고 할 때의 가죽 '혁'자가 그 원래의 뜻이다. 물건의 모양에서 따온  상형자인데 짐승의 털이 붙은 껍데기를 벗겨내고 널판지 같은 데에다  대가리, 팔다리등 다섯 곳을  속을 밖으로 하여  붙어있는 살이나 기름기, 잡물을 긁어내기 위해 펴서 못으로  고정한 모양을 나타낸 글자이다. 이렇게 공을 들여 가공한 가죽이 원래의 용도와 다른 방패를 만들기도 하고, 털옷을 만들기도 하니 그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진 것이니 바꾼다는 뜻의  바꿀 혁으로 의미가 전용된 것이다. 그래서 개혁이니, 혁신이니 하는 단어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주역의 64괘 중 49번째의 괘가  바로 혁괘이다. 위에는 연못을 상징하는 택(澤)괘이고 그 아래에 놓이는 괘가 불을 의미하는 리(離)괘로 통상 외우기 쉽게 '택화혁'(澤火革)이라고 하는 '혁괘'이다. 주역을 풀이하는 사람들은 이 괘가 물을 위에 놓고 불을 때는 형국이니 '밥을 짓는 격'이라고 한다. 주역이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에 오는 50번째의 괘가 역시 세 발이 달린 솥모양을 그린 솥 정(鼎)자 '정'(鼎)괘이다.

이 괘는 위의 괘가 불(火)인 이괘(離卦)요, 아래에 오는 괘가 바람을 의미하는 손괘 (巽卦)니, 외우기 좋게 '화풍정'(火風鼎)이라는 '정'(鼎)괘이다. 앞의 괘 혁괘에서 밥을 했으니 그 다음의 정괘에서는 밥을 먹는 것이다. 그래서 '낡은 것을 고치고 새로운 것을 세우니 새 밥을 먹는다'는 혁고정신(革故鼎新)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주역이 파고 들면 들어 갈 수록 어렵긴 하지만 신비하고  오묘한 맛이 무궁 무진하게 우러나오는 것이다. 혁괘의 맨 앞에 나오는 단정하는 괘풀이 요약어(要約語)인 소위 '단사'(彖辭)는 '탕왕과 무왕의 혁명은 하늘의 뜻에 순응하고 백성의 요구에 호응하는 것'(順乎天而應乎人)으로 아예 나와 있다. 그래서 혁명인 것이니 혁명은 곧 환골탈태하는 것이다. 국가사회가 근본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곧 혁명이 아니랴!

이렇게 놓고 볼 때 정희량등이 표방한 혁명의 대의명분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그의 대의 명분이 잘못된 사사로운 것이라면 어째서 무신란 이후 그다지도 많는 양반 사대부들이 혁명의 실패를 아쉬워하며 또다시 거사를 획책하는 움직을 보일 건덕지가 무엇이 있느냐는 말이다.우리는 보지 않았나 무신란 이후 영조의 치세기간 50년에 걸친  사대부 양반들의 크고 작은 저항의 목소리를...그리고 과거 포기라는 침묵의 데모를 말이다. 바로 여기에 정희량의 반란은 단순한 역모가 아니라 미완의 혁명이라 해야할 당위성이 성립하는 것이다.

나는 반역이니 역모니 역적이니 하는 말을 싫어한다. 통치세력의 입장에서 반대파를 매도한 표현이니 그렇다. 중국인들은 이런 정당한 명분으로  군사적 힘을 동원하여 반대하는 행위를 두고,반란이나 역모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그들은 공평한 객관적 입장에서 "의를 일으키다"라는 뜻인 '기의'(起義 중국말로 '치이')라고 한다. 그렇다! 정희량의 행동은 못되고 처죽일 역란(逆亂)이 아니라 엄연한 기의(起義)요 의거(義擧)라 해야 마땅하다!

사실 우리는 선불교(禪佛敎)에서 '갈등'(葛藤)으로 정의한 그 '언어'에 농락당하는 노예일지도 모른다. 예를들면, 요즘도 '민주주의'(民主主義)라는 말만 나와도 무슨 주술에 걸린 것처럼 입도 뻥긋못하고 꼼짝못하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막말로 '제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하면 불륜이라'라는 논리처럼, '제가 하면 민주이고 남이 하면 독재'라는 비아냥그림이 서로 통하듯 우리는 관이 주도하여 기록한 역사의  기록에 나온 단어에 세뇌되어 잘못된 역사관을 갖기 십상이니 하는 말이다. 바로 '정희량은 만고역적'으로 수십번 배우고 듣다보면 시시비비를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그 새끼는 무조건 나쁜 새끼'로 인식하니 하는 말이다.(계속)



<▲ 참으로 아담한 안의 분지와 읍 전경 필자는 이곳에서 태어나 초 중 고를 여기서 모두 수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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