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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관군에 포위된 정희량 반군의 운명

정봉석 phnx604@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7-24 11:10

해외에서 쓰는 고향 역사(18)
육체와 육체가 부딪치는 모든 운동경기도 그렇지만, 수만 명의 아군 적군이 온갖 병기를 동원하고 머리를 짜내 서로 죽이고 죽는 전쟁도 운동경기와 마찬가지로 소위 '모멘텀'(momentum)이라는 게 있다.

우리말로 딱히 그 뜻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말이 없기 때문에 원어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는 좀 마력적인 단어이다.

원 래 모멘텀이란 말은 물리학 용어이다. 여기 어떤 골프 공이 하나 있다고 하자. 이 공에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계(界)의 총 운동량은 바뀌지 않는다. 총 운동량은 질량X속도를 말하는데(p=mv), 외부에서 골프채 대가리로  시속 160km속도로 가격하면 타이거 우즈의 경우 300야드이상의 비거리가 나오는 경우를 상상하면 될 것이다. 그 공에 가해지는 순간 충격을 'impact'라 하는데 뉴턴의 운동의 법칙에 의해 질량 곱하기 속도의 제곱이 되는 어마어마한 가속이 붙어 나오는 그 순간이 곧 '모멘텀'이라 할 수 있는데, 딱히 번역하면 '여세', '타성', '추진력', '분위기', '흐름'으로 들쭉 날쭉하다.

제 일 이해가 가기 쉽게 설명한다면, '씨소'(Seesaw)에서 평형 상태에서 살짝 기울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댕기머리 처녀 둘이서 설 명절에 널판지 양쪽에서 몸이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는 우리의 전통 민속 널뛰기 놀이는 정확하게 이 모멘텀을 이용한 운동이니 확실히 이 낱말의 뜻이 이해가 될 것이다.

농구 경기나 축구 경기에서 아무리 날고기는 개인기가 있다 해도 한번 탄력, 즉 모멘텀이 붙은 팀은 막기가 힘들다. 전쟁도 마찬가지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아무리 명장이 있다해도 밀리기 마련이다.

삼국지에 자주 나오는 표현 '파죽지세'(破竹之勢)도 전세가 한쪽으로  압도적으로 쏠림이 대나무 끝에 칼을 대어 한번 켜면 끝까지 힘을 가하지 아니했는데도 20미터에 달하는 대가 쪼개지는 것과 같은 여세가 있다는 것이다.

6·25 때 서울 미아리 방어선이 한번 무너지자 국군이 낙동강 전선까지 밀린 것도, 일본이 진주만 기습후 필리핀에서 세기의 명장 맥아더가 속수무책으로 패퇴한 것도 같은 원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전세를 역전하거나, 운동경기의 흐름을 반전시키는 신묘한 여세 즉 '모멘텀'을 포착하는 것이야말로 전쟁이나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다. 6·25는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한방으로, 태평양 전쟁은 니미츠 제독의 미드웨이 해전후 맥아더의 과달카날 한방으로 전쟁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은 분수령이 된 것이다.

충청도의 이인좌가 기병 10일만인 그해  3월 25일  안성 죽산에서 맥없이 오명항 정부군에 전멸했지만, 영남의 정희량은  엄청난 위세를 떨쳐 인근 합천 고을 조성좌와 함께 서부경남 6개 군의 거의 모든 백성들이 호응한 7만의 병력을 거창읍에 집결시키니 영조는 바짝 긴장한다. 하지만 3월 28일 정희량은 이웅보를 함양으로 보내 호남진출을 시도하나 팔량재가 막히자 3월 29일 거창으로 돌아와 군사를 나눠 북진할 차비를 차린다.

우익을 담당한 이웅보는 자신의 직속 수하군  병력 5초(1초는 약 120명), 거창 속오군 8초, 총 1,500명 병력으로 우두령을 넘어 지례 김천으로 진출하여 그가 이전부터 공작해 온 안동지역 반군과 합류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으며 정희량은 함양병 7초, 금위영 소속 안음군 3초 그외 수하군을 포함 12초 병력 1,400명으로 덕유산 허리를 넘어 무주로 진출하여 호남 및 기호 지방의 반군과 합류할 작정이었다.

이웅보가 넘을 우두령은 지금의 고제면 한기리 부근으로 경북 대덕으로 넘어가는 재를 말하며, 정희량군이 주둔한 소사평은  지금의 고제면  최북단 봉계리 부근으로  전북 무풍으로 넘어가는 재 밑의 구릉지대를 말한다.이는 곧 전국적 반란으로 계엄이 선포된 상황하에 이들은 아직도 이인좌가 안성에서 무참하게 박살나고, 호남의 박필현이 궤멸된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는 오리무중 전황속의 움직임이였다.

이러한 영남 반군 세력의 거대한 위세에 겁을 먹은 영조는  3월 28일 이인좌를 궤멸한 도순무사 오명항에게 잔적 소탕을 위해 개선하지 말고 계속 남하할 것과 경상도 관찰사 황선에게는 서울 군사의 도착을 기다리지 말고 각 고을의 수령을 독려하여 독자적인 진압작전을 수행할 것을 동시에 명령한다. 뿐만 아니라 대민 심리전 일환으로 안성 죽산의 관군 대첩을 알리는 방문을 수십 통을 작성하여 팔도에 배포하게 하며, 박사수(朴師洙:함양군수 박사한의 종제)를 영남안무사로 안동 지역에 급파하여 이 지역을 사전 단속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실록의 4월 1일자 기사엔 영조가 "역적의 괴수 이웅보와 정희량을 생포하거나, 머리를 베어 바치는 자는 양민일 경우 마땅히 공신으로 책록하고, 봉군(封君: 왕족에 준한 대우)하여 대대로 은택을 누리게 하고, 상금으로 은 천냥을 줄 것이며, 노비일 경우 부모 처자 모두 양인으로 신분을 올리고, 응분한 상의 반을 줄것이며, 그 나머지 적장을 벤 자 또한 벼슬과 상을 주며, 반도들 중 죄를 뉘우쳐 자수하여 항복하는 자는 모든 죄를 불문에 부친다"는  내용을 방문에 명시할 것을 명령함으로서 반군 진압 작전의 최종 포석을 완료한다.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이러한 방문이 실지 현지에 나붙기도 전에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이 먼저 퍼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청천벽력같은 불길한 소문을 접하면  제 아무리 기세좋은 반군이라도 살기위해 눈치빠르게 슬슬 뒷 꽁무니 빼 도망치거나 혁명이고 의거고 뭐고, 서로 언제 봤느냐는 듯, 안면, 체면, 묵살하고, 살기위한  몸부림의  '모멘텀'으로 돌아서고 만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 딱히 그들을  비겁하다고 매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간의 본능은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위기에 어김없이 발휘된다. 본능(本能)이란 말그대로  '원래 잘하던 짓' 아니랴! 그 첫 희생자는 합천의 조성좌였다.

성주목사 이보혁(李普赫)은 경상도 병마절도사 황선으로부터  관군을 거느리고 우방장으로 출전하라는 명령을 받자, 비분강개한 눈물을 흘리며 그 휘하 군사들에게 왕사(王師:왕의 군대라는 뜻)라는 글자를 가슴팍에 달도록 명령하고 여러 고을에게 명하여 각기  군사를 27일에 양장평(羊腸坪:합천과 성주의 지경)에 집결시킨 후, 합천으로 가는 도중, 마침 반군을 따른  해인사 승려, 해림(海林)과 철묵(哲默)이 걸려들어 붙잡는다. 이보혁은 그들을 죽이지 않고 살려 주는 속죄의 조건을 붙이는데, 해림으로 하여금 반군의 진중으로 돌아가 왕사의 형세가 굉장한 규모로 진군하고 있다고 부풀려 크게 떠들게 해 그들의 마음을 동요시키고, 반군의 간부급들에겐  전향하여 역적을 사로잡아 공을 세울것도 아울러 전하게 하였다.

3월 29일 저녁무렵 관군은 읍에서 5리 떨어진 금양역(金陽驛:現 합천읍 금양리)에 진을 치니, 강을 사이에 둔 건너편엔 조성좌의 4천 군사가 백사장에 진을 쳐 마주보게 되었다. 민간 전설에 의하면 조성좌군이 보름 동안 주둔한 백사장 인근 마을의 이름이 보름에서 '보림'으로 변하여 합천읍 서산리 보림마을이라 하며, 이보혁 관군의 말이 밀려왔다고 해서 금양리 앞 들을 '말밀들'이라고 하여 지명의 유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계속)



▲ 함양의 마천면에 있는 오도재 관문 , 중국의 천하제일관 산해관의 짝퉁같이 보이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애교라 할만하다. 정희량 반군은 거창에서 7만의 병력을 집결후 함양의 이 재를 너머 호남으로 진출하고자 했으나 운봉현감 손명대가 이 병목아지를 철통같이 지키자 포기하고 거창으로 회군하여 전멸되는 운명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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