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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공자는 살아있다 - 정봉석/ 송산서당 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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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2-03-00 00:00

정봉석/ 송산서당 강주

인간 공자는 살아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으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김경일 교수가 이곳 밴쿠버에 와서 강연을 하였다고 한다. 김 교수 나름대로 자신의 신념을 당당하게 피력하고 평소의 생각을 정리한 인터뷰 기사도 읽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질문이 있다면 왜 하필이면 책 제목이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인가 하는 점이다. 무언가 섬뜩한 느낌을 주는 책의 제목이라야 책이 팔리기 때문일까? 공자를 원색적으로 매도하는 것이 곧 골리앗을 돌 팔매로 거꾸러뜨린 다윗이라도 되는 것 같은 영웅 심리가 작용한 것일까? 책의 내용이 대부분 공자라는 인격을 두들겨 패는 것이 아니라 공자를 종주로 삼은 유교의 잘못된 가치체계, 권위와 위선을 바로잡아야 된다는 것이 지론인 이상 유교를 비판하는 것이지 공자라는 인간 또는 인격에 대한 무책임한 공격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소위 유교는 무엇이며 기독교는 무엇이던가? 한 제국 성립 이후 공자의 사상이 경학으로 자리잡은 이후 공자에 대한 해석의 체계가 유교이며, 로마 제국의 성립 과정에서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 예수에 대한 해석의 체계가 기독교인 것이다. 공자님은 절대로 유교를 말한 적이 없다. 예수님도 절대로 기독교를 말한 적이 없다. 공자는 70 평생의 고뇌에 찬 인생을 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인(仁)이라는 감수성이 그 요체라고 잘라 말했고 또 그렇게 살았다. 예수님께서도 공자님과 같이 똑같이 고뇌에 찬 공생애를 통해 '사랑'이 제일임을 선언하시고 십자가를 지시지 않았던가.

20세기에 들어 세계 4대 성인 중 아마 공자님같이 자주 두들겨 맞은 분도 없을 것이다. 구미 열강의 서세동점(西勢東漸)에 자극받은 중국인들이 소위 5.4운동에서 제일 먼저 타도 대상 제 일호로 삼은 것이 공자님 점포였고, 모택동의 문화혁명 당시에도 공자는 무지막지한 몰매를 맞아야 했다. 말하자면 세상이 잘 돌아가지 않으면 조상탓으로 공자에게 덤태기를 씌운 것이라고나 할까? 쉽게 비유하면, 유교라는 간판을 건 공자님 점포에서 공자나 맹자가 원래 파는 술은 순수 청주였다. 그 후계자로 사업을 물려받은 초기의 증자, 자사, 순자를 비롯 후기 신유학 사상을 집대성한 송의 주희 등이 새로운 해석을 가한답시고 물을 타서 파는 바람에 변질되어 사람들이 식상하게 된 것이라면 이해가 갈 것이다. 더구나 동아시아를 700년간 지배한 주자의 신유학 패러다임은 공자 사상의 진수를 완전히 왜곡했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러한 주자학적 유교 해석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공자라는 거대한 인격은 아직도 우리에게 설득력있게 속삭인다.

자로가 죽은 사람의 영을 섬기는 것을 여쭈어 보았을 때,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살아 있는 사람도 능히 섬길 수 없는데 어찌 죽은 이의 영을 섬길 수 있겠느냐?"

자로가 또 죽임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 나는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 수 있겠느냐"라고 말이다(이상 논어 선진편).

김경일 교수는 유교 문화가 주검 숭배의 우울함으로 가득차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공자는 정반대로 죽음의 문화를 삶의 문화로 전환시키는 새로운 메시지로 일관하고 있지 아니한가. 필자는 의도적으로 김 교수의 저술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한 학자나 선비가 쓰는 한 줄의 글, 한 마디의 말이라도 일반 대중이나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깊게, 넓게 그리고 전관적으로 통찰하는 조심성은 아무리 많이 가져도 좋은 것이다. 유교라는 종교적 외피에 가려진 공자가 죽어야 한다면 몰라도 인간 공자만은 인류의 가슴 속에 영원한 스승으로 살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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