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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아침" - 박신일 / 카나다 광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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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2-00-00 00:00


"꿈꾸는 아침"

박신일 / 카나다 광림교회 담임목사

비오는 이른 아침, 새벽기도를 마치고 오래 전에 썼던 일기같은 노트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벌써 카나다에 온지 6년이 되어가는지라, 한국에서 적었던 글들을 다시 읽어본다는 것은 더 새롭게 과거의 나를 기억나게 하였다. 그러던 중, 낯익은 체크 한 장이 노트의 첫 페이지에 조심스럽게 꼽혀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1992년 4월, 처음 미국을 방문했던 때였다. 낯설긴 하지만 넓고 광활한 땅과 자연을 보면서 무척이나 부러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그 당시 3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경유한 곳은 하와이였다. 미국 본토에서 만났던 고마운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자 공중전화기에 동전을 넣고 다이얼을 돌렸지만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두 세 번 시도하던 중에 50센트를 넣을 때였다. 갑자기 교환원이 나와서 영어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간단한 회화정도를 익힌 나의 영어 실력으로 천천히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고장이 난 것 같다는 나의 견해를 친절하게 이해한다는 듯이, 교환원은 얼마를 넣었느냐고 다시 물었다. 빨리 끊고 싶어서 여행 중에 일어난 일이니 괜찮다고 했지만, 그 쪽에서는 나의 이름과 주소를 알려달라고 계속해서 요구하였다. 스펠링 하나 하나를 불러가며, 전화로 서울의 집 주소와 이름까지 다 일러준 후에 영어로 이어지는 전화를 숙제처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약 한달 후, 우리 집에는 전혀 알 수 없는 미국의 한 회사로부터 편지가 배달되었다. AT&T라는 전화회사로부터 US 50센트가 체크로 온 것이었다. 물론 그에 버금가는 항공우표가 붙어있었다. 정직과 신뢰는 이론으로 배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서울에서 공중전화에 100원을 넣고 통화를 하고는 남은 잔액마저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전자식 전화기를 사용하는 국민이 치루어야 할 대가라고 생각하기에는 아쉬움이 남기 시작했다. 심지어 고장난 전화기에 돈을 넣으면 절대로 그 돈은 고객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가혹한 현실을 배우며 나는 다시 우리의 문화에 적응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무엇이 이렇게 다르게 만드는 것일까?

우리의 꿈은 살아가는 방법을 결정하게 한다. 나는 우리의 자녀들에게 정직한 꿈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가장 큰 사명이라는 생각에 지나칠만큼 확신이 있다. 꿈꾸는 사람들에게서 꿈을 성취하는 미래가 열리기 때문이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 사람들에게 갖다 주지 말라. 오히려 그들을 푸른 바닷가로 데리고 나가 그 바다를 매일 보여주고, 바다를 항해하고 싶은 열망과 꿈을 소유하게 하라. 그러면 그들이 산에서 나무를 가져다 땀을 흘리며 배를 짓게 될 것이다."이 말을 남긴 생 떽쥐베리의 고백이 유난히 가슴에 남는 시대에 우리는 서 있다.

나는 아직도 50센트의 체크를 찾지 않은 채 보관하고 있다. 왜냐하면 50센트보다 더 중요한 꿈,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수많은 사람들의 정직한 노력과 정신을 계속해서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 잊혀졌던 50센트의 체크, 비록 유효기간이 지났지만 그 종이를 통하여 우리 자녀들에게 남기고 싶은 꿈이 묻어있음을 보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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