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하버드대 세계번역대회 우승작 <사랑은 꽃몸살> 시화전에서 만난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7-15 11:33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4_권천학 시인, 이청초 화백
한인문화협회 후원 오는 8월 14일까지, “여백 채워줄 당신의 생각은…”



“포트무디 아트센터”는 트라이시티 세인트존슨가(St. Johns St.)에 서 있는, 소박하면서도 넉넉한 느낌의 화랑이다. 오는 8월 14일 안으로 이곳에 들러야 할 이유가 생겼다. <사랑은 꽃몸살>이라는 이름의 시화전을 놓칠 수 없어서다. 결론부터 꺼내자면 시(詩)나 그림에 연애 걸 마음이 전혀 없는 혹은 없던 사람에게도 이번 전시회는 두고두고 기억할만한 소품이 되기에 충분하다. 시인은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활동 중인 권천학씨, 그림은 향토 화가로 널리 알려진 이청초씨가 그렸다. 
  




이번 작품전은 밴쿠버한인문화협회(회장 석필원)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협회 측은 “매년 선보여 온 한인문화의 날이라는 중량감 있는 축제 이외에도, 자그마한 문화 행사를 연중 이어갈 필요성이 느껴졌다”며 “그 결과 권천학 시인과 이청초 화백의 시화전을 후원하게 됐다”고 전했다.



“세상의 언어는 시가 되고 그림이 되었다”

시인과 화가가 서로를 알게 된 건 지난 2000년대 초반의 일이다. 당시 이 화백은 “권 시인의 작품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을 화폭에 옮긴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림으로 표현된 또 다른 세계에 시인은 마음을 열었고, 그때부터 두 사람 사이에서는 언제 한번 함께 작업해 보자, 는 얘기가 오가게 됐다. 그 결실은 우선 시화집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다. 시인의 말이다.

“2008년 미국 하버드대가 주최한 세계번역대회에서 제 시가 우승작으로 선정된 적이 있더랬어요. 그때의 시 열일곱 편이 시집 <사랑은 꽃몸살, Love is the Pain of Feverish Flowers>로 엮여졌는데, 각 시마다 이청초 화백의 그림이 담겨져 있습니다.”

올 봄 선보인 시화집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좋다. 인터넷쇼핑몰 아마존닷컴에서도 판매가 시작됐고, 현재 재판 인쇄에 들어간 상태다. 시인은 수줍게 응원을 부탁했다.

“개인적인 문학 목표는 영어권 사회에 제 시를 알리는 겁니다. 그 첫 결과가 바로 <사랑은 꽃몸살>이었죠. 출판가에서 제 시집을 좋게 봐주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지요.”

시와 그림의 만남은 예술계에서는 꽤 익숙한 풍경이다. 특히 1980년대와 90년대의 대학가에서는 시화전이 마치 하나의 습관처럼 열리곤 했었다. 화가 역시 시인과의 작업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주변에 글 쓰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문인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저 역시 글을 좋아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시화전에 참여하게 된 것 같습니다.”

화가는 권 시인의 작품을 한마디로 묘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인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를 읽다 보면, 어떤 장면 같은 게 하나 떠올라요. 그걸 그림으로 그려내는 게 제 일인 셈이죠.”

굳이 분류하자면 이청초 화백은 친절함과는 거리가 먼 쪽이다. 그의 그림은 이것저것 설명하지 않는다. 시의 메시지를 죄다 털어놓을 경우 그림은 조잡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화가의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제 그림엔 여백이 많습니다. 어떨 때는 너무 단순해 보이기도 해서 이것도 그림인가, 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어요. 하지만 여백이 많은 만큼 보는 사람의 생각 거리도 많아지겠지요. 다시 말해 작품에 대한 독자의 상상력을 끌어내는 것, 이게 저 같은 작가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의 눈엔 여백은 시 세계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어떤 시에서 나는 너를 사랑해, 라는 말이 나온다고 쳐요. 저는 이것이 오로지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의미로만 읽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에요. 다른 의미, 다양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시에서도 여백이란 게 필요한 거겠죠.”

이번 시화전에서도 시인과 화가는 관람객들의 뜻밖의 해석을 기다릴 것이다. 다른 시각이 예술이라는 나무를 키우는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에게는 제 시가 동시처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연애시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요. 그들의 느낌에 앞서 작품에 대해 미리 결론을 내리는 건 피하려고 합니다.”

이번 시화전은 다소 민감한 문제도 건드린다. 그것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얘기다. 이곳 밴쿠버에서 슬픈 과거사를 꺼낼 이유가 있냐고 누군가 물었다. 시인의 답이다.

“일본 사람들을 응징하거나 복수하기 위해 위안부 문제를 들쳐내려는 게 아니에요. 인류의 평화와 공존이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되어야 된다는 게 제 생각이고, 그런 의미에서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를 시로 썼던 거죠.”

평화를 갈구하는 시인과 그 시인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한 화가.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는 8월 14일까지 “포트무디 아트센터”(2425 St. Johns St. Port Moody)에서 엿볼 수 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시회전 첫날인 7월 14일, 많은 사람들이 포트무디 아트센터를 찾았다. 이날 이청초 화백은 권천학 시인의 한복 치마 위에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밴쿠버 20년차 현역 트럭커 김유훈씨
한인 트럭커 1세대. 밴쿠버 트럭커 붐의 선봉장. 현역 최고참 트럭커 김유훈씨(73)를 일컫는 수식어다. 그는 1992년 목사 신분으로 밴쿠버에 유학 와 3년, 목회로 5년을 보내고 북미를 오가는...
월넛 그로브 세컨더리 12학년 정지우 학생
랭리 초등학교서 코딩캠프 개최해 큰 호응 얻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코딩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는 코딩의 장점이...
‘Stand With Asians Coalition’ 도리스 마 회장
뿌리 깊은 인종차별, 변화 위해 목소리 내야
지난달 19일 본지는 동양인 반인종차별 단체인 ‘Stand With Asians Coalition’(이하 SWAC)의 설립자 도리스 마(Mah) 회장과 온라인 미팅을 갖고, 팬데믹 이후 심각한 사회 이슈로 떠오른 동양인...
공관을 ‘열린 공간’으로···작은 소리도 경청할 것
차세대 인재 발굴 강조···美 서부 공관과 협업 기대
송해영 신임 주밴쿠버총영사가 지난달 23일부터 공식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송 신임 총영사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의원이던 지난 2000년 그의 비서로서 처음 국회에...
한국 17년 베테랑 간호사, RN으로 새 출발
버나비 종합병원 응급실 2년차 김진숙 간호사
▲한림대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1996년 아주대 병원 응급실에 입사해 17년간 간호사로 근속했다. 이후 주임 간호사로 승진해 일하다 2013년 5월 해외 간호사의 꿈을 안고 캐나다로 왔다....
노스로드 BIA 최병하 신임회장 인터뷰
한인타운 성장시켜 지역사회 영향력 키워야
지난 10월 버나비 노스로드 비즈니스 협회(North Road BIA, 이하 노스로드 BIA) 이사회는 최병하 주리스 법률공증사무소 공증사를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한인 업주들 목소리, 당국에 직접...
심진택 BC 한인회장 인터뷰
“BC 교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한인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7월 BC 한인회의 제44대 회장으로 선임된 심진택 회장의 포부다.   7월 1일 닻을 올린 제44대 BC 한인회는 지난...
‘프리미엄 소금’ 인산가 죽염, 캐나다 상륙
“소금에 대한 오해, 인산가 죽염이 풀 것”
한국 죽염의 원조인 동시에 최고의 프리미엄 소금인 인산가 죽염을 드디어 밴쿠버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빛과 소금’의 최성훈 대표는 인산가 죽염 본사와 공식적으로...
NDP 소속으로 랭리-앨더그로브 지역구 ‘도전장’
“힘든 싸움이지만 한인사회 발전 위해 끝까지 최선”
이번 연방 총선에서 랭리-앨더그로브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장민우(영어명 마이클) NDP 후보를 만났다.   장 후보는 지난 수년에 걸쳐 BC 주정부 다문화 자문위원회 위원과...
한인 최초 연방 하원의원 영광 이어갈까 '촉각'
신 의원, 이민자·소수 계층 권익 향상에 역점
"해결해야 할 지역 현안 많아"··· 적극 지원 약속
포트무디-코퀴틀람 선거구의 현역 의원으로 활동한 보수당 넬리 신 의원이 이번 연방 조기 총선에서 두 번째 연임을 노린다. 지난 2019년 한인 최초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된지 2년 만이다....
아웃도어 액티비티 매니아 ‘밴쿠버 아재' 이상현 씨
유튜브로 오프로드 여행과 캐나다 대자연 소개
혹자는 캐나다에 대해 “할 것 없고 따분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 캐나다는 모든 곳곳이 그야말로 대자연의 놀이터이다.   올해로 이민 15년 차를 맞이하는...
동화 ‘When Father Comes Home’의 사라 정 작가
어린 시절 실제 겪은 이야기 동화에 담아
한국 기러기 가족의 애틋함과 그리움을 담은 영어 동화가 북미 독자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동화의 주인공은 바로 밴쿠버 출신의 사라 정(25) 작가다. 그는 지난해 가을, 본인의...
82세에 국선도 사범 자격증 취득한 정병조 사범
국선도로 건강도 찾고 ‘코로나 블루’도 이겨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약한 인구에 특히 치명적이기 때문에, 노년층의 활동이 제한되면서 이들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코로나19 상황에 알아둬야 할 BC노동법’
KSW로펌 홍준기 인권 변호사의 일문일답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기업과 근로자들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 노사간 법적 분쟁의 우려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로 해고를 당했거나 근무 중 확진된...
제25대 BC한인실업인협회 김성수 회장
“한인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한 데 모아 BC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지겠습니다”지난 1984년 출범한 BC한인협동조합 실업인협회(이하 실협)는 소상공인 1950명이 소속되어 있는 BC주 최대 한인...
어려워진 채용시장, 전문가 도움 활용해야
캐나다의 '유망 직종·구직 전략' 파헤치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래한 언택트 시대가 국내 취업시장에도 찬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 틈새시장은 언제나 존재하듯, 얼어붙은 취업시장도 문을...
국가대표 출신 승마 강사 한준태 코치
승마 효과·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실내보다는 실외 활동이 권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따분한 팬데믹 일상을 견디기 위해 색다른...
밴쿠버 한인기독교회협의회 이흥수 회장
"뉴노멀 시대 맞아 비대면 사역길 열어야"
밴쿠버 한인교회 나아갈 미래 방향성 제시
▲밴쿠버 한인기독교협의회 대표 회장을 맡고 있는 이흥수 목사. 한국 기독교계가 코로나19 재확산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1차적인 비난의 화살이 전 세계 한인 기독교계를 향하고 있다....
14세 권예지양, 전국 아마추어 대회 최연소로 참가해 우승 차지
중학생 한인 골프 유망주가 성인도 참가하는 대회에서 우승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일 앨버타 체스터미어 레이크사이드 골프클럽에서 막이 내린 앨버타 여자 아마추어...
2020년 RMC 공대 전체수석 졸업생 김지훈 군
1876년에 개교한 캐나다 사관학교(Royal Military College of Canada, RMC)는 캐나다 육·해·공군의 통합 사관학교로써, 캐나다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가 되길 원하는 학생에게는 꿈의 학교다.  ...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