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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즐거움이 내게 주는 위로에 대하여”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5-25 16:19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7_ 연세 가족 음악회 김혜영씨
음악은 문서화가 불가능한 영역에 서 있다. 악보라는 페어퍼가 있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음표들의 나열일 뿐, 그 자체로 “소리”와 “즐거움”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활자로 기록될 수 없는 음악은 오직 악기에 스며든 울림을 통해서만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접근을 환영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사고력이 아니다. 즐길 마음만 있다면 “음”의 접촉에 몸이 기쁘게 반응할 수 있다. 이 같은 경험은 값비싼 스피커 앞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을 때보단 여러 사람과 공연을 즐길 때 더욱 선명히 할 수 있다. 무대에 선 사람이 친밀하게 느껴지는 경우라면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밴쿠버시온선교합창단 등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 중인 김혜영씨(사진)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다.



“연세 가족 음악회, 6월 4일 연합교회에서”


<밴쿠버 교민과 함께하는 연세 가족 음악회>가 오는 6월 4일 토요일 오후 7시 밴쿠버 한인연합교회에서 열린다. 학부에서 피아노를, 대학원에서는 오르간을 각각 전공한 김혜영씨가 이번 음악회의 총연출을 맡았다. 비록 “연세”라는 이름표를 달긴 했지만 룰루랄라 백양로를 누빈 기억이 없는 사람들도 이번 공연 초대 명단에 온전히 기록돼 있다.

“연세 동문만을 위한 공연은 아니에요. 밴쿠버에 사는 한인이라면 누구나 음악회를 즐길 수 있습니다. 입장료도 없어요. 그저 우리의 이번 무대가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 뿐입니다.”

연세 가족 음악회는 올해가 세번째다. 3년 전 동문회 내에서 골프나 등산 소모임이 따로 있는 것처럼 음악하는 사람들끼리 만남을 가져보자라는 얘기가 처음 나왔다. 이때만 해도 음악을 좋아하는 비(非)전공자들이 주축이었다. 그러다 김혜영씨에게 자연스레 연락이 닿았고 첫 공연이 꾸려졌다.

“처음 연주회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문은 당시 87세셨던 간호학과 출신 선배였어요. 나이와 상관없이 음악은 누구에게나 즐거움이고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더랬죠.”

비교적 소박했던 무대는 해가 거듭될수록 음악에 연애걸고 싶은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그 규모가 조금 더 커졌다. 덕분에 오캐스트라까지는 아니어도 오중주, 그러니까 퀸텟은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더블베이스가 뒷받침됐으면 좋겠다는, 좀 더 많은 바이올린 연주자가 함께했음 좋겠다는 욕심은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올해에는 오보에가 추가됐고, 삼성교회 남성 중창단도 무대에 오릅니다.”

어머니와 딸이 함께 연주하고, 남편은 아내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가족 음악회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조합이다. 물론 제대로 된 화음을 위해서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속마음이 느껴지는 가족들도 오랜 연습이 필요했다.

“좋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때론 스트레스가 되긴 해요. 그렇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합창의 경우에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아침에 연습을 갖는데, 이 시간을 모두 즐기고 있는 눈치에요. 음악이 생계 수단이 되어주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죠.”

이 연습을 통해 다채로운 메뉴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익>, 오보에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 <미션>의 테마곡,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가곡 <대관령>과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 등은 바로 주문하고 싶은 들을 거리다.

“클래식만 고집하면 너무 무거운 느낌이 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누구나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들을 추렸어요. 이를테면 KBS 열린 음악회에 가까운, 그런 비슷한 공연을 마련할 계획이에요. 우리의 무대가 화려하진 않을 순 있어도 누군가에는 작은 감동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김혜영씨에게 있어 음악은 이 세상이 만들어진 순간부터 지금까지 존재해 온 마음의 치료제이기도 하다.

“음악은 어떤 계산 없이 그냥 내게로 와서 닿는 무엇과 같아요. 이를 통해 음악은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해 왔죠. 이번 공연에서도 음악의 힘이 좀 더 많은 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공연장인 밴쿠버 한인연합교회는 밴쿠버와 버나비의 경계 지점인 바우더리로드 근처에 있다. 정확한 주소는 3821 Lister St. Burnaby. 입장료 없음.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김혜영씨의 음악적 유전자는 딸에게 고스란히 흘러간 모양이다. 그녀는 “맥길대 음대를 졸업한 딸이 얼마 전 시카고심포니오캐스트라 준단원으로 발탁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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