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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사로 살아남기”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1-29 14:19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7-스티브 한씨
쉽게 달궈지고 또 그만큼 빨리 식어 버리는 양은냄비는 적어도 아닌 듯 보인다. 밴쿠버의 부동산 시장을 두고 하는 얘기다. 지난해의 주택 거래 열기는 확실히 “광기”로 읽힐 정도로 뜨거웠고, 이 온도가 적어도 한동안은 유지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 혹은 기대다. 

덧붙이자면 내로라하는 금융기관 등에 의해 제기됐던 “집값 거품론”은 세간의 투자 심리와는 한참 동떨어진 예상이었다. 시장의 매물 소화 속도는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를 느낄 틈 없이 빨랐다. 부동산 업계의 현금 세는 속도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그러는 사이 부동산 중개사, 즉 리얼터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 또한 저절로 높아진 분위기다.

황금이 묻혀 있다는 소식에 곡괭이를 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묻는다. “집 한 채만 거래시켜도 웬만한 회사원 6개월치 월급을 챙길 수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몇몇의 눈엔 이미 “금광”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 중개사, 스티브 한씨(사진)가 이 질문에 답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광산 채굴권, 즉 리얼터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영어 실력만 어느 정도 뒷받침된다면 별로 까다롭지 않다. 하지만 살아남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자격 시험은 온라인으로 공부, 합격 기준도 낮은 편”


첫 직업부터 리얼터였던 사람은 흔치 않다. 장사를 하다가 아니면 멀쩡한 직장에 다니다 결국 다른 길을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티브 한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꽤 이름있는 영어강사였고, 현재에도 그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동부의 맥메스터 대학교에서 토목을 공부했는데, 어느 날 한국에 너무 가고 싶어졌어요. 2002년 월드컵 때였습니다.”

그는 한국의 이름난 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했고, 그 흔한 “빽” 하나 없이 공중파 라디오 방송국에 입성해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캐나다로 돌아온 이후에도 <영어로 막말해>라는 회화 교재를 펴냈을만큼 교육 관련 일에 여전히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왜 리얼터였습니까?
밴쿠버로 다시 돌아온 게 지난 2007년인데, 그때 우연치 않게 대형 부동산 개발사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콘도 분양팀의 세일즈 담당, 그게 제 일이었지요.

분양 업무와 관련해서 별도의 자격증은 필요하지 않던가요?
저 역시 리얼터 자격증 정도는 있어야 일이 가능할 줄 알았어요. 분양이라는 것도 집을 파는 것과 전혀 다를 게 없으니까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괜찮다고 하더군요. 분양팀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에는 자격증이 없어도 된다는 얘기였죠. 하지만 자격증 하나 정도는 따 둬야 할 것 같아서 곧바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자격증 취득 과정은 어렵지 않았습니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2007년만 해도 시험에 떨어지면 곧바로 재응시가 가능했습니다. 그만큼 기회가 많았던 거죠. 지금은 규정이 다소 달라졌다고 들었지만, 시험이 까다로워지진 않았을 겁니다.

세부적인 내용이 궁금한데요.
BC주에서 리얼터 시험은 UBC가 주관합니다. 이 학교를 통해 해당 코스에 등록하면 두툼한 교재 한 권과 문제지를 우편으로 받게 됩니다. 이때부터 자기 계획에 맞게 공부를 시작하면 되는 거죠.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스무 개의 과제를 제출하게 되는데, 이때마다 인터넷을 통해 과제별 시험을 보게 됩니다. 과목당 80점 이상이면 합격이고, 전부 통과한 후에는 리얼터 자격증 시험에 응하게 됩니다.

과제를 빨리 내면 낼수록 시험 준비 기간 역시 단축될 수 있겠네요.
그렇겠지요. 예전에는 하루에도 몇 개씩 과제를 소화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좀 달라졌지요. 과제 제출량이 일주일에 최대 2건으로 정해졌으니까요. 때문에 자격증 시험까지, 적어도 10주는 필요하게 된 거죠.

과제 내용, 그러니까 무엇을 공부하게 되나요?
부동산과 관련된 다양한 판례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부동산법도 필수적으로 들여다보게 되죠. 주택담보대출(모기지)법이 전체 공부해야 하는 분량 중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학 실력이 조금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합격선은 높은 편인가요?
자격증 시험에는 총 100문제(모두 객관식)가 나오는데, 65% 이상만 획득하면 합격입니다. 예상 문제만 많이 풀어 보면, 시험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걸림돌은 따로 있어요. 영어가 바로 그것이죠.

왜 영어가 문제가 된다는 거죠?
리얼터 시험에 도전했다가 중도에 포기한 한인들 대부분이 영어 때문이에요.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검증된 영어 실력이 필요한데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서죠. 캐나다나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대학에서 영어 학점(3학점)을 췯그한 경우라면 영어 시험이 면제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UBC 영어 시험(LPI)을 통과해야 합니다. 6점 만점에 4점을 획득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시험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어요.
코스 등록비가 일단 1150달러, 이때 계산기를 구입해야 하는데 그건 60달러에요. 여기에 시험 볼 때도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게 되죠. 시험에 떨어지면 3개월 동안은 재응시가 불가능한 것으로 규정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바로 응시가 가능했지만 말이죠. 두번째 시험에서도 만약 불합격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자격증이 아니에요. 그 다음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더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해요.



“리얼터는 취직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되는 것”


취직이 어렵습니까?
리얼터는 특정 조직, 예를 들어 써튼이나 리맥스 같은 부동산 중개업체에 취직되는 것이 아니에요. 이곳에 “소속”되어 있는 거죠. 리얼터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는 자기가 소속될 회사를 스스로 “선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리얼터로 활동할 수 있으니까요.

독립적으로 자기만의 회사를 여는 것은 불가능합니까?
현실적으로는 그래요. 때문에 일종의 소속사가 필요한 건데, 일단 선정 작업이 끝난 후부터는 비용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각 리얼터가 처한 상황에 따라 얘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개는회사에 매월 회사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요. 데스크피(desk fee)  명목인데, 메이저급 회사에서는 월 500달러에서 800달러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용 지불에 따른 혜택이 있을 것 같은데요. 예를 들면 소속 리얼터들에게 매물을 알선한다든가….
그런 걸 기대하면 곤란해요. 매물을 연결시켜 주는 회사에 들어간다면, 그건 취직이요. 그냥 단순 소속된 것이 아니라. 리얼터 개인이 발품을 팔아야 해요. 누구의 도움 없이 자기가 알아서 매물을 찾고 거래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얘기에요.

말처럼 쉬운 얘기가 아닐텐데요. 소위 초짜인 리얼터에게 자기 집을 맡길 사람이 그리 많진 않을 테니까. 
이 바닥에 새로 들어온 사람일수록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지요. 실제 많은 리얼터들이 견디지 못하고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또 그만큼 새로운 리얼터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죠.

스티브 한씨의 경우엔 괜찮아 보입니다. 현재 프레이저밸리 상위 5% 리얼터 중 한명이지요?
제 경험만 놓고 봤을 때는 3년만 버틸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문의 전화가 조금씩 걸려오기 시작하고, 일이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게 되죠. 

경제적으로 3년 정도는 견딜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리얼터에 도전하는 것이 맞다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이외 또 다른 성공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영어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 겁니다. 한인들만의 거래는 상대적으로 드무니까요. 서류 작업만 제대로 할 줄 알면 별 문제되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있지만, 제 생각은 많이 다릅니다. 리얼터가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매물에 대한 소개, 고객의 현재 재정 상태 등을 영어로 정확히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요?
흔히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잖아요. 영어도 마찬가에요. 어떤 집을 꼭 사고 싶어하는 구매자가 있다고 쳐요. 그런데 이 구매자의 자금력은 호가를 겨우 맞출 정도에요. 이때 판매자에게 “내 구매자는 돈이 없어”라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노머니(No money)라고 하면 판매자의 마음이 움직이겠어요. 어딘가 성의 없어 보이고 뭔가 개운치 않겠지요. 이럴 때 저 같은면 스퀴즈에브리페니(Squeeze every penny)라고 할 겁니다. 말 그대로 다 짜냈다는 거죠. 소위 서양 사람들 마음이 좀 차갑게 보이지요. 실은 그렇지 않아요. 자기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면 어떤 정(情) 같은 걸 이들도 표현합니다.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없다면, 그런 마음을 볼래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캐나다 문화, 혹은 타문화에 대한 이해도 풍부해야 부동산 중개사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될 것 같습니다.
동의해요. 요즘 시장을 두고 흔히 “판매자 중심”이라고들 하잖아요. 구매자가 판매자 마음에 들어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긴데, 이때 알아야 할 것이 돈이 전부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오퍼의 차이가 1만달러 미만일 경우에는 구매자 측 리얼터가 어떻게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수 있어요.

거래를 성사시킨 댓가, 그러니까 커미션은 얼마나 받게 되는 건가요?
딱 정해져 있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주택 가격 최초 10만달러 중 7%, 나머지 금액의 2.5%가 리얼터들에게 주어지죠. 예를 들어 100만달러짜리 집이 판매됐다면, 10만달러의 7%인 7000달러, 나머지 90만달러의 2.5% 2만2500달러가 커미션이 된다는 거죠. 이 커미션을 판매자 리얼터와 구매자 리얼터가 절반으로 나누게 됩니다. 이때에는 또 소속사에 “딜피”(deal fee) 명목으로 돈을 지급해야 하죠. 

부동산 중개사라는 직업, 전망은 어떤 것 같습니까?
글쎄요. 시장의 열기가 언젠가는 한풀 꺽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집값이 곤두박질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겁니다. 리얼터 시작 후 3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경제력과 탄탄한 영어 실력에 기반한 세일즈맨십,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된 사람이라면 시장의 등락과 상관 없이 오랫 동안 이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단, 일확천금을 기대해선 안 됩니다. 마치 농사를 하듯, 씨를 뿌리고 수확할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부동산 중개사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말이죠.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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