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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이민자 소재 연극, 캐나다를 사로잡다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2-14 10:05

연극 ‘김씨네 편의점’ 연출가 최인섭씨
"아저씨, 일본 사람이죠?"
"저 한국 사람인데요."
"에이, 일본 사람 같은데요?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에 나오는 사람이랑 닮았어요."
"누구? 톰 크루즈요?"
"아니, 거기서 나오는 일본 사람…"

편의점 주인과 손님과의 대화. 편의점 주인은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사실을 서툰 영어와 손동작으로 설명하기 시작한다. 조곤조곤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언뜻 보면 화를 내는 것 같다. 이에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런데 이 모습이 우리에게는 왠지 모르게 친숙하다.

극단 소울페퍼(Soulpepper)가 오는 4월 밴쿠버 무대에 올릴 연극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의 한 장면이다. 이 연극은 캐나다에 정착한 한 한인 이민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속에는 이민과 정착, 언어 장벽 그리고 자녀와의 갈등과 같은 이민 가정의 애환이 녹아 있다. 

캐나다라는 낯선 땅에 이민 와 오랫동안 편의점을 운영해 온 한인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그는 편의점 매각을 두고 고민하고, 자녀 관계에서 불과 한 세대만에 만들어진 벽을 느낀다. 모습은 달라도 아버지들의 마음은 닮아 있다. 그래서일까. 관객들은 그의 고민에 공감하고 찬사를 보낸다. 


<▲ 연극  ‘김씨네 편의점’ ⓒ Soulpepper  >

◆ "이민자 사회에 띄우는 한 장의 러브레터"
‘김씨네 편의점’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바로 최인섭(40·Ins Choi)씨. 한인 1.5세인 그는 연극의 극본부터 연출까지 도맡았다. 배우(아들 Jung 역)로 무대에 올라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밴쿠버 공연에 앞서 이메일을 통해 만난 그는 ‘김씨네 편의점’을 ‘한 장의 러브레터’라고 소개했다. 

“연극 ‘김씨네 편의점’은 나의 부모님 그리고 한인 사회를 비롯한 모든 이민자 사회에 보내는 한 장의 러브레터 같은 연극이에요."

최씨의 가족은 그가 1살 때인 지난 1975년 캐나다에 이민, 토론토에 정착했다. 최씨의 아버지는 목사였다. 그러나 이민 직후에는 친척의 편의점에서 일했다고 한다. 친척의 성은 연극의 주인공처럼 ‘김’씨다. 


<▲ 연극  ‘김씨네 편의점’  연출가 최인섭씨 ⓒ Soulpepper / Nathan Kelly >

“‘김씨네 편의점’은 가족과 친구들의 삶, 그리고 제 삶의 조각들을 하나, 둘 모아 만든 작품이에요. 자서적인 내용도 많이 포함되어 있죠. 그래서 그런지 작품을 구상하고, 쓰기까지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어요. 유쾌하면서 감동적인 방식으로 한인 이민 1세대들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었거든요.”

최씨는 요크대에서 미술과 연극을 전공한 후 토론토 소울페퍼 극단에 합류하면서 연극과 인연을 쌓았다. 그리고 2011년 첫 작품으로 ‘김씨네 편의점’을 처음 무대에 올렸다. 한인 이민자를 소재로 한 첫 연극이었다.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예술계였다. ‘김씨네 편의점’은 지난 2012년 토론토 연극비평가협회가 뽑은 최고의 연극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김씨네 편의점’에서 아빠 김씨역을 소화한 이선형씨는 ‘최우수연극배우’로 지명됐다. 한인으로 최초였다. 연극 애호가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을 만나기 시작한 ‘김씨네 편의점’에 대한 호응은 어땠을까. 연극은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생각으로 만든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계층에서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 못 했어요. 한인 이민자 사회는 물론 캐나다 사회의 많은 관객들의 호응에 놀랐죠."

◆ ‘김씨네 편의점’의 성공 요인은 ‘웃음’
평범한 한인 이민 가정의 삶을 그린 ‘김씨네 편의점’에 관객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캐나다 공영방송 CBC 등 현지 언론은 ‘김씨네 편의점’의 성공 요인을 ‘웃음’에서 찾았다. 자칫 어두울 수 있는 한 이민 가정의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 관객의 호응을 끌어냈다고 평했다. 나우(Now) 매거진 은 “(김씨네 편의점은)배가 아플 정도로 웃기고, 극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작품”(Stomach-hurtingly funny, dramatic and moving)이라고 평했다.

‘김씨네 편의점’의 흥행은 처음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2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전국 투어 공연에서도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밴쿠버에서는 오는 4월 24일부터 5월 24일까지 한 달 동안 밴쿠버 아트 클럽 극장(Art Club Theatre)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 연극  ‘김씨네 편의점’  ⓒ Soulpepper >

최인섭씨는 이번 밴쿠버 투어 중 또 하나의 연극으로 관객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했다. 작품명은 ‘십자가의 지하철역’(Subway Station of the Cross). 최씨는 “ 5월 18일 밴쿠버 ‘뉴 조이 처치’(New Joy Church)에서 공연할 예정”이라며 “오래전 한 노숙인을 우연히 마주친 경험이 있는데, 그 느낌을 노래와 시낭송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TV영상물 제작사 썬더버드 필름(Thunderbird Films)은 ‘김씨네 편의점’을 영화와 TV시리즈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지난달 21일 밝혔다. 썬더버드 필름이 극단 소울페퍼과 손잡고 연극을 영상화하기로 합의했는데, 그 첫 작품으로 ‘김씨네 편의점’이 꼽혔다. 

최씨는 이와 관련 “김씨네 편의점이 극단 소울페퍼의 작품 중에 가장 먼저 영화화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기뻤다. 김씨네 편의점이라는 한 작품이 영상으로 제작된다는 즐거움보다는 연극과 영상 산업이 만나 또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작  및 상영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김씨네 편의점’ 밴쿠버 공연 안내
공연 일정: 4월 24일(목)~5월 24일(토)
공연 장소: 밴쿠버 아트클럽, 그랜빌 아일랜드 스테이지(Vancouver Arts Club, Granville Island stage)
공연 예매 및 문의 : artsclub.com (입장료: 29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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