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몸 속 숨어 있는 잘못된 습관을 찾아 드립니다”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3-30 16:21

박성은씨가 들려주는 자연 의학의 세계
봄이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알레르기 환자들이다. 코퀴틀람에 거주하는 A(남·44)씨 역시 매년 이맘때면 외출을 피한다. 오리나무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이다. 외출만 하면 눈이 가렵고, 비염 증상에 시달려야만 했다. 근처 클리닉을 방문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A씨를 구한 것은 ‘자연 의학(Naturopathic Medicine)’의 이온치료였다. 오리나무의 성분이 함유된 이온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알레르기 증상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것이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자연 의학 붐이 일고 있다. 알레르기, 아토피 등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에 효과가 없는 약물치료보다 자연 친화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질병’이 아닌 ‘건강하게 사는 것’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옮겨가면서 자연 의학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높아지는 인기와는 달리 한인들에게는 아직까지 자연 의학이라는 의학이 생소하기만 하다. 또한 메트로 밴쿠버 지역에서 우리말로 자연 의학 서비스를 제공하는 진료소가 적어,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코퀴틀람에서 ND(Naturopathic Doctor)로 활동하고 있는 박성은(Tracy Park·37·사진)씨를 만나 자연 의학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자연 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서양의학이나 한의학을 자주 접하는 한인들에게 자연 의학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수 있다. 나조차도 처음에는 이 분야를 우리말로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라, 영문 이름 그대로를 이야기했다. 혹자는 ‘자연요법’이나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들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굳이 우리말로 옮긴다면 ‘내추로패딕(Naturopathic)’이 자연을 뜻하는 단어 ‘내추로(naturo-)‘와 병(disease)을 뜻하는 단어 ‘패디(Pathy)‘의 합성어라는 점을 토대로 ‘자연 의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릴 듯하다.

-ND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
4년제 대학에서 학사를 취득한 후 자연 의학 전문 교육기관에서 추가로 4년 동안 교육을 받아야 한다. 내 경우에는 UBC에서 영양학을 전공하고 진로를 모색하던 중 한 의학 박사가 주관하는 세미나를 본 뒤에 자연 의학의 세계에 빠져들게 됐다. 이후 토론토에 있는 CCNM(Canadian College of Naturopathic Medicine)에서 자연 의학을 공부하고 시험을 통해 ND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연 의학에서는 다양한 분야를 두루 배우게 된다. 침술, 영양, 식이요법, 카이로프랙틱 등을 배우는데 영양학의 비중이 큰 편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치료는 물론 약 처방도 할 수 있는 전문 의료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

-자연 의학의 특징이 있다면
감기와 알레르기, 아토피, 당뇨, 장염, 감염, 불임 등 다양한 환자가 자연 의학 진료소를 찾는다. 자연 의학의 가장 큰 특징은 질병의 원인을 찾는데 중점을 둔 의학이라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자연 의학은 하룻밤 사이 완쾌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진료소에서처럼 바로 처방을 내리는 것과 달리 긴 상담과 다양한 검사를 통해 처방을 내린다. 쉽게 말해, 몸 속에 숨어 있는 잘못된 습관을 찾아내고, 이를 치료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얘기다.

고혈압 환자를 예로 들 수 있다. 심장이 약해서 혹은 콩팥에 문제가 있어서 고혈압이 올 수 있다. 이 밖에도 고혈압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이때 환자와의 상담은 물론 혈액과 소변 등 여러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특히 상담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환자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병원과 자연의학 치료를 병행하는 환자도 많다. 가정의도 필요할 때 이를 권장하고 있다. 병증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체질 등 몸 전체를 관찰해 돌본다는 특징 때문이다. 병행 치료를 하는 환자들에게는 상태와 복용하는 약에 맞춰 치료나 처방을 하게 된다.

또한 자연 의학은 예방 의학이라고도 불린다. 인간 몸의 면역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의학이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환자의 경우 미량의 알레르기 성분을 가미해 알레르기에 대한 내성을 기를 수 있도록 처방한다.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미리 약한 균을 투여하는 예방접종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온치료는 약물이나 주사 없이 치료가 가능한 치료법이기 때문에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치료에 효과적이며, 예방 접종 전후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치료에도 사용된다.
 
-치료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자연 의학에서는 환자의 증상, 상태, 체질에 따라 다양한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물론 아미노산, 글루타민, 클릭당단가(PPC), 콜라젠, 자연 항생제에 이르기까지 목적에 따라 다양한 영양제, 허브 등이 약으로 쓰인다. 또한 혈관주사는 주로 피로회복과 암 환자 체질 개선, 감기, 골다공증에, 이온치료기는 알레르기 치료에 사용된다. 이 밖에도 식이요법, 호르몬 주사 등 치료법이 있다.

-비타민 등 영양제 처방으로 건강한 사람도 많이 찾을 것 같다
영양제나 다이어트 식품, 건강식품 등에 대해 문의를 하는 사람도 있다. 한번은 양손 가방 가득 영양제를 가져와 ‘어떤 것을 복용하는 것이 좋겠냐’고 물어온 적도 있었다.

아무리 좋은 영양제나 건강식품이라도 과하거나 혼합 복용하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선택할 때, 복용하는 사람의 건강상태나 체질 등을 고려해 반드시 약사, 의사 또는 자연 의학 의사 등과 상의할 것을 권하고 있다. 순수 자연 제품의 경우도,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것은 아니므로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복용하는 것이 좋다.

-자연의학도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나
침술이나 카이로프랙틱, 물리치료 등과 같이 BC주정부가 지정한 대상에 한해 의료보험(MSP) 혜택 일부를 보조받을 수 있다. 저소득층(연간 소득 2만5000달러 이하)의 경우 10회까지 무료로 진료가 가능하다. 회사에서 사설 보험을 제공하는 등 외부 보험에 가입된 경우에는 대부분 보험 처리가 된다.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도움말 박성은(Tracy Park) 자연 의학 의사 / (604) 936-3797
          1001A-Austin Ave., Coquitla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한인 참전용사 6·25 수기 정리해 출판한 밥 오릭씨
“저는 한인 참전용사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야 어릴 때 참전하게 된 것이고…”  “우리말을 모르는 한인 후대에게 6·25와 우리의 경험을 역사로 전할 수 있게 정말 큰...
피아니스트 김지윤,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밴쿠버를 연주하다
음악은 즐겁다. 배움의 깊이와는 그닥 상관 없이 음의 높낮이에, 박의 빠르고 늦음에 몸이 알아서 반응해 주니 말이다. 이 단순한, 그래서 더욱 끌리는 음악의 존재 이유를  젊은...
시인 권천학씨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책 <위스키 성지여행>에서 삶이 반짝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 혹은 그 비결을 독자들에게 살짝 흘렸다. “생굴에다 싱글 몰트를 쪼로록 끼얹어서는...
이화여대 약대생 김태연, 최지윤씨
직접 접한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은 강의실에서 배운 것과는 그 느낌부터가 달랐다. 현장에 있다 보니 책 몇 권, 혹은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상대의 장점이나 단점이 더욱 선명하게...
노래 <밴쿠버> 발표한 김성환씨
어린 시절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장래 희망은 자연스레 가수로 정해져 있었고, 기타줄을 제법 튕기게 된 까까머리 고등학생 때는 자그마한 카페 무대에도...
꽃제비·탈북자·한반도인 그리고 캐나다 의원 인턴보좌관 이성주씨
사회가 구성원에게 정당한 보호와 대우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은 종말이나 대재앙을 다룬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서구 사회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그 상황이 실제한다고 보기보다는...
전미 대학선수 랭킹 1위 김수빈 큐스쿨 통과
“피가 마른다”는 표현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된 것만 같았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출전권 확보를 놓고 벌이는 대회, 아니 정확히 묘사하자면 전투에 훨씬 더 가까운 “큐스쿨”....
퍼시픽 선라이즈 푸드 대표 백성렬씨
"북미에서 밴쿠버에 일식당이 가장 많아요. 서양인 입맛에 일식이 잘 맞거든요. 잘 맞는 이유가 뭘까요? 바로 캘리포니아롤 때문이에요."10일 오전 11시 메이플 리지에서 만난 백성렬 퍼시픽...
생소하지만 친숙한 영어 평가 시험 ‘셀핍’
언어 능력 증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초청이민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경제 이민 카테고리에서 언어 능력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는 시민권 신청에도...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 밴쿠버 방문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이 20일 밴쿠버를 방문했다. 이날부터 22일까지 “통일 우리의 희망, 한반도의 미래”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2014 미주 청년컨퍼런스>에...
책 <이민자의 에세이, 잃어버린 여름날의 사모> 펴낸 장성순씨
이민자라면, 범위를 조금 더 좁혀 오래된 이민자라면, 누군가로부터 한번쯤은 듣게 되는 질문이 반드시 있다.“후회한 적은 없었나요? 태어난 곳을 떠나 이곳까지 와서 살게 된 것...
[한국] 지난 11일 오전 11시 정각.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사이렌과 총성이 울리자 1200여명이 묵념했다. 같은 시각 미국·캐나다·터키 등 20개국에서도 부산을 향해 묵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우리는 시간 부자, 지구별을 탐사하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한반도 남단에서 “대~한민국”이 가슴 벅차게 연호되던 2002년의 일이었다. 이후 2년 동안 이 둘에게 서로는 그저 아는 남자, 아는 여자였을 뿐이었다. 그러다...
스튜어트 뮤어 리소스 웍스 대표 이사
“천연자원산업이 BC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천연자원산업 발전은 장기로 진행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투자자뿐 아니라 시민들이 천연자원에 대해 좀 더 정확히...
노벨물리학賞수상자 나카무라 슈지 교수 인터뷰
[한국]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작은 기업에 들어간 덕분이다. 대기업에 들어갔다면 그저 그런 샐러리맨이 됐을 것이다.”청색 LED(발광다이오드)를 발명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10월 18일 첫 독주회 여는 한인 1.5세 피아니스트 한여울
오는 10월 18일 한인 1.5세대 한여울씨(영어명 모니카 한·1990년생)의 피아노 독주 무대가 마련된다. 지난 2월 있었던 밴쿠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콘체르토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쥔...
단편 애니메이션 ‘귀머거리와 바람’의 황규일 감독
귀가 들리지 않는 소년이 있다. 그의 유일한 벗은 함께 사는 강아지뿐이다. 항상 집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던 소년은 바람에 날린 모형 비행기를 쫓아 집을 나선다. 그리고 세상과 마주한다....
우리 모임, 유권자연합회(KCVF) 최강일 회장
모자이크 사회로 불리는 캐나다에서 “코리안”이라는 조각이 차지하는 면적은 그리 넓지 않다. 범위를 밴쿠버로 한정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밴쿠버의 한인 인구 비중은 2%에...
줄리안 판티노 캐나다 보훈부 장관
“한국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후대에서도 기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 10일 버나비 센트럴 파크 내 평화의 사도비를 방문해 헌화한 줄리안...
한국 정부 지정 해외명예전승자 한창현 한국전통문화예술원 원장
밴쿠버 거리에 문화 관련 행진이 있으면 어김없이 한국의 장단을 울리며 공연하는 사물놀이패가 있다. 십중팔구는 한국전통문화예술원의 한창현 원장이 이끄는 놀이패다. 한창현 원장은...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