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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9_천영주·성은숙 부부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9-16 14:18

열 네 살에 UBC 조기 입학 “딴짓하는 아이에게서 가능성을 보다”
딴짓하는 아이는 걱정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이런 아이의 세계 속에서는 사회에서 정한 '중요도의 순서'가 뒤죽박죽 섞여 버리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에를 들어 학교 숙제는 뒷전이고, 대신 쓸 데 없어 보이는 일에 아이는 더 관심을 둔다. '유니버시티트랜지션프로그램'(University Transition Program)을 통해 올해 UBC에 입학한 제임스 천(한국명 천현석·응용과학 1년)군도 그랬다. 천군의 현재 나이는 열네 살, 여전히 소년이다. 천군의 아버지인 천영주씨와 어머니 성은숙씨를 만났다.


영재를 키운다, 유니버시티트랜지션프로그램이란?

'딴짓하는 현석이'의 가능성은 초등학교 때 만난 '완고한 선생님'에 의해 발견됐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러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 현석이는, 적어도 이 교사가 정한 기준 안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학생이었다. 부모는 학교로 호출됐고 아이의 전학을 권유받았다. ADHD(과잉운동성장애) 검사를 받아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무척 속상하셨겠습니다.
성은주(이하 성)_그랬지요. 하지만 큰 염려는 하지 않았어요. 아이가 과잉운동성장애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현석이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잘 신경쓰지 않는 그런 아이였을 뿐이었어요.

그걸 어떻게 증명했습니까?
성_학교에서 요구했던 검사를 받았는데, 그때 아이의 지능이 상당히 높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검사관 얘기가 수학이나 과학 영역에서는 더욱 특출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지능지수가 궁금한데요.
성_여러 종류의 테스트가 있는데,현석이의 경우 아마 150점 만점에 138(±5)이었을 거에요. 그런데 그런 수치는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언급하신 현석이 담임 교사, 그 '완고한 선생님'이 좀 난감해 했겠군요.
천영주(이하 천)_검사 기관에서 작성해 준 편지를 보여줬더니, 학교 측에서 많이 미안해 하더군요. 하지만 당장은 현석이 같은 아이를 돌봐줄 선생님을 따로 채용할 형편은 안된다고 했어요. 그러다 자연스레 4학년을 마치게 됐고, 5학년 때 밴쿠버로 이사오게 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우리 가족 모두 캘거리에서 살았거든요. 현석이 위로 딸이 세 명 더 있어요. 첫째 딸은 UBC 경제학과 학생이고, 둘째는 같은 학교 사이언스에 입학했는데 현재 휴학 중이에요. 셋째는 현재 12학년이고….

현석이가 밴쿠버 교육 환경에는 잘 적응했습니까?
천_1987년 이민 후 그 동안 줄곧 호텔과 주유소 사업을 해왔어요. 캘거리에 있을 때만 해도 일주일에 4일은 출장을 다녀야 할 정도로 바빴지요. 아내 혼자 아이 넷을 다 돌봐야 하는 입장인데 그게 안쓰러워서 아이들을 모두 사립학교로 보냈습니다. 밴쿠버에서도 딸들은 모두 사립학교에 다녔는데, 현석이만 혼자 공립학교에 등록하게 됐습니다. 보내고 싶은 사립학교에 자리가 나지 않았거든요.

성_학교 생활은 괜찮았는데, 솔직히 문제는 성적이었지요. 현석이에 대한 각 선생님의 평가는 크게 달랐어요. 담임 교사가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은 A나B를 준 반면 또 다른 선생님의 평가는 언제나 C였어요.

솔직히 '영재'치고는 성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군요.
천_학과목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까요. 내일 시험이 있어도, 그 시험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만 매달렸어요. 그래도 C를 받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어떻게 하셧습니까?
천_아이 선생님과 면담을 하면서 현석이가 전에 받았던 테스트 결과를 보여줬지요. 그랬더니 그 선생님이 왜 이제서야 이 결과를 보여주나고 하면서 현석이를 당장 챌린지 프로그램을 듣게 하더군요. 그게 6학년 때 일이에요. 그러다가 7학년 때는 일종의 수학 영재반이라 할 수 있는 'MAC' 수업에 참여하게 됐고, 유니버시티트랜지션프로그램이란 것도 알게 됐지요.

유니버시티트랜지션프로그램이란 게 뭔가요?
천_쉽게 얘기하면 고등학교 과정을 2년만에 마치고 바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밴쿠버교육청과 UBC가 공동으로 제공하는 과정이에요. 도입된 지는 이제 20년 정도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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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한인 학생들도 많이 지원했으면…

남들보다 고교 과정을 빨리 마친다는 게 마냥 좋을 것 같지만은 않은데요.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라는 것도 중요한 문제니까요.
천_우리도 걱정이 많았지요. 일반적인 코스를 밟는 게 아이에게 좋을 거라는 게 우리 부부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석이가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너무 원했어요. 그 바람을 꺾기가 어려웠던 거죠.

유니버시티트랜지션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성_MAC를 듣는 도중 주변의 권유가 있었어요. UBC에서 유니버시티트랜지션프로그램과 관련해 오픈하우스 행사를 하는데, 현석이 데리고 한번 가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그 프로그램이 별로였어요. 총 20명만 뽑는다는데 현석이가 선택받을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내키지가 않았어요. 그래도 오픈하우스에는 가게 됐는데, 현석이가 그날 바로 UBC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설득당한 셈이에요. 

해당 프로그램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공부를 잘해야 하는 건가요?
천_결론부터 말하자면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있어 성적이 전부는 아니에요. 성적보다는 아이의 가능성에 더 중점을 두지요.

선발 과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알고 싶은데요.
성_1차로 영어와 수학 시험을 보긴 하는데, 이것보다는 일종의 지능지수 검사의 비중이 더 큰 거 같아요. 심리학자와 반나절 동안 인터뷰를 보기도 하고, 같이 점심을 먹기도 하죠. 수업도 참관하고 이때 기존 학생이나 프로그램 담당 교사의 평가도 받게 됩니다.

한두 번 시험으로 학생들을 뽑는 건 아닌 모양이네요.
천_선발 과정이 총 9개월이에요. 소위 만들어진 영재가 아닌 진짜 영재를 추려내는 과정 같아요. 유니버시티트랜지션프로그램엔 특히 중국계의 관심이 매우 높아요. 중국 커뮤니티에서는 관련 학원도 있을 정도죠. 재밌는 건, 프로그램 합격생 중 그 학원 출신은 다 한 명도 없다고 하더군요.

영재가 아닌 아이는 프로그램에 설령 합격한다 해도 어려움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천_수업이 쉬워보이진 않더군요. 그런데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이제까지 낙오자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합격생 20명이, 어떻게 보면 서로 다 경쟁자잖아요. 그런데 이 학생들 사이에서는 어떤 경쟁 심리가 느껴지지 않아요. 서로가 서로를 돕지요. 끊임없이 정보를 교환하는데, 어떻게 해서 이런 '공동체 의식'이 생기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학 가서도 이 견고한 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좀 덜하죠. 좋은 친구들이 주변에 항상 있으니까….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천_교사가 일일이 가르치는 수업은 없어요. 예를 들어 수학 같은 건, 따로 과제를 던져주고 알아서 해오라고 주문하죠. 이후 시험 결과에 따라 학생에게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판단하고, 그것만을 교사가 보충해주는 그런 시스템이에요. 화학이나 물리의 경우에는 실험 위주로 진행됩니다. 실험 후에는 리포트를 작성해 제출하게 되는데, 어른인 제가 봐도 너무 어려워 보였어요.

공부 따라잡기가 무척 버겁다는 애기군요.
천_처음 입학해서는 매일 새벽 두세시까지 숙제를 하는 거에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숙제가 많아서 늦게 자는 게 아니었어요. 공부하는 도중 어떤 궁금증이 생기면, 예를 들어 '원자'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 자기 호기심이 충족될 때까지 몇 달을 물리책만 파고드는 거에요. 숙제는 뒷전이었던 거죠.

일반 학교에서는 현석이 같은 아이가 두각을 나타내기 어렵겠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천_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남들과 조금 아이에게 남들과 조금 다른 환경, 혹은 기회를 제공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이민자 부모들은 아이에게만 집중하기 어려워요. 일단 먹고 살아야 하고, 언어 문제도 있고… 그저 아이들이 스스로 잘해주기만을 기대하는 거죠. 이게 많이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아이의 가능성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천_잘할 수 있는 분야가 많잖아요. 어떤 아이는 춤을, 또 다른 아이는 게임이나 공부에 소질을 보이기도 하죠. 아이가 잘할 수 있는 쪽으로 아이를 이끌어 주는 것, 이게 부모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유니버시트트랜지션프로그램이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는데, 그 동안 어떤 인재들이 배출됐는지 궁금합니다.
천_20대에 UBC 교수로 임영된 사람도 있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사업가로 성공한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사람들 모두 유니버시트트랜지션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거에요. 현석이가 처음 이 코스에 들어갔을 때, 마침 교사들의 파업이 있었어요. 한 동안 학교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입장이었지요. 그런데 그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세요? 선배들이 교사 대신 수업을 진행했어요. 같은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묘한 연대감 같은 게 있었던 거죠. 그 모습이 감동이었어요.

성_유니버시트랜지션프로그램 학생 대부분이 중국계에요. 한인 학생들도 많이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것이 우리 부부가 이 인터뷰에 응한 이유이기도 하구요.


마지막 질문은 “영재 아이를 둔 부모는 얼마나 똑똑할까”였다. 이 질문에 아버지는 보통보다 조금 나은 것 같다는, 어머니는 보통보다 조금 아래인 것 같다는 겸손한 대답을 내놓았다. 유니버시티트랜지션프로그램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는 웹페이지(universitytransition.altervista.org)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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