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8_랭가라칼리지 코업센터 양수현씨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9-02 12:21

“성공 취업, 코업이 정답이다”
대학교를 제때, 그러니까 4년 만에 졸업했다는 이력서상의 기술은 어느 면에서는 자랑 거리가 되기 어렵다. 아무런 생존 기술 없이 정글 생활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랭가라칼리지 코업 및 직업개발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양수현씨(사진)의 이야기다.


“4년만에 대학 졸업? 자랑이 아니다”

캐나다 대학은 한국 대학에 비해 입학은 쉽지만 졸업하기는 어렵다는 통념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일부 한인 1세 부모들 사이에에서는 제 시기에 대학 과정을 마쳤다는 사실이 칭찬 받을 이유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강의실과 도서관 그리고 집을 정확한 시계추처럼 오고간 경험은 분명 똑똑하고 착실함의 증거로 채택될 수 있겠다. 하지만 대학을 다닌 목적이 취업이었다면 '공부만 열심히 했다'는 주장은 구직 활동 시 이렇다 할 무기가 되지 못한다. 경력과 인맥 없이는 구직 문턱을 넘어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그렇다면 경력과 인맥은 어떻게 갖춰야 할까? 양수현씨는 예비 사회인들에게 그 답을 '코업'에서 찾으라고 주문한다.

“각 대학마다 코업 프로그램이 있는데, 학생들이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코업에 지원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이력서나 커버레터 작성, 인터뷰 요령 등 기본적인 기술을 익힐 수 있습니다. 또한 코업을 통해 경력을 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자연스레 이루어지게 됩니다. 물론 코업 때문에 졸업이 늦춰질 수는 있겠지요. 통상 2학년 2학기 때부터 코업에 지원하게 되는데, 최대 4학기를 일할 수 있습니다. 방학 기간을 활용할 경우, 5년 만에 대학을 졸업할 수 있다는 거죠.”



“고등학생 때는 다양한 친구 만나고
대학에서는 도움 요청하는 데 주저하지 말 것”

양수현씨의 조언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지난1987년,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녀는 부모와 함께 앨버타주 에드먼튼에 정착했다. '하이, 하와유?'가 아는 영어 표현의 전부인 상태였다.

“학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과목은 수학 뿐이었어요. 그 외 시간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교사가 하는 얘기, 반 아이들이 하는 얘기, 어느 하나 알아들을 수 없었으니까요. 그러다 아이들이 나를 놀리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고, 오기 같은 게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어쩌다 친구도 한 명 생겼다. 7학년이 끝날 즈음 사람들이 하는 말이 언어로 느껴졌다.

“8학년부터는 밴쿠버에 살게됐는데, 에드먼튼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어요. 이만 사회 자체가 컸고, 한국 친구들도 비교적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 중 몇몇은 한국 사람은 한국어만 해야 한다는 이상한 고집이 있었어요. 내가 영어를 사용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요. 그런 태도로는 캐나다 사회의 일원이 되기는 어려울 거에요. 저는 공적인 자리에서는 조금은 어색할 수 있어도 영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친구도 한국 친구들 뿐 아니라 다양한 민족의 아이들을 두루 만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고교 졸업 후 그녀는 UBC에서 영양학을 전공하게 된다. 하지만 양수현씨에게 있어 대학 생활은 낭만적인 어떤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또 다른 좌절이었다. 그 좌절의 정도는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보다 더 심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름 똑똑하다고 자부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란 걸 대학에 가서 깨닫게 된 거죠.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로, 그러니까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을 때로 돌아간 셈이었어요. 여차저차 학부 과정을 마치게 됐지만, 대학 생활은 제 인생에서 여전히 후회되는 부분입니다.”
후회의 이유는 대학에서 제공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전혀 활용하지 못해서다. 각 학과 마다 학생들의 공부를 돕는 조교가 있고, 스터디그룹이 만들어져 있는데, 그녀는 그런 게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혼자서만 끙끙 앓았다. 양수현씨는 “대학 생활 때에는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는데 절대 주저하지 말고, 학교의 모든 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해서 도전
네트워킹은 최고의 성공 열쇠”

대학 졸업 후 그녀는 갈팡질팡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랭가라칼리지에서 제공하는 영양학 관리 과정을 밟았고, 이를 계기로 병원 식당의 직원들과 메뉴를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됐다. 이 외에도 한국계 학원의 강사로, 한 자그마한 회사의 프로젝트 매니저 겸 비서로도 경력을 쌓았다.

“졸업 후 많이 방황했어요. 내가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의문도 많이 들었지요. 하지만 제가 잘한 게 하나 있어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도했다는 것, 바로 이거죠.”

직장 생활 도중 그녀는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친구를 통해 모교인 UBC 코업 센터에 일자리가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결국 그곳에서 소중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누가 나에게 어떤 기회를 줄런지 몰라요.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가 참 중요하지요.”

양수현씨는 네트워킹을 할 때는 '가면'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은 네트워킹이 불가능하다는 게 그녀의 신조다. 

“똑똑하지 않은데 똑똑한 척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사람을 대할 때는 진심을 담아야 해요. 그 태도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죠.”

양수현씨는 첫 직장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업에 귀천이란 건 있을 수 없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자세가 캐나다의 직장 사회에서는 필요하다.

“저 같은 경우만 해도 그래요. 처음 UBC 코업센터에 지원해 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절대 안 된다는 그런 마음이었어요. 카운슬링한 경험도 없었고, 뭐 내세울 만한 게 별로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시도했고, 결국엔 일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요. 안주하지 않고 도전한 결과였다고 생각해요. 저는UBC에서 8년을 일했고, 그 다음엔 토론토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작년부터는 랭가라칼리지 코업센터를 맡게 된 거구요.”



“코업 위해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경력 쌓는 것이 중요”

양수현씨는 다시 코업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갈팡질팡했던 건, 내 전공과 연관된 경력이 없어서였어요. 코업을 하게 되면 관련 분야에서 1년 6개월이라는 경력을 쌓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거의 모든 학과가 코업과 연관돼 있는데, 학생들이 이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코업의 존재를 알면서도 어떤 학생은 일이 너무 많아서, 부모가 못하게 해서 등등의 이유로 이 프로그램을 등한시 하죠.”

누구나 코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학교 코업 프로그램에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 학생들은 이후 스스로 각 기업에 지원해야 한다. 보통의 구직 과정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합격'을 위해서는 코업 이전의 경력도 필요하다. 되풀이되는 얘기지만 경력이 없으면 캐나다에서의 취업은 요원한 일이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부터 무조건 일을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맥도널드나 스타벅스, 이런 데서 일해 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고객을 응대한 경험이 큰 자산이 될 수 있거든요. 여기에 자원봉사 활동도 적극적으로, 그리고 계획적으로 해야 겠지요.”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컴퓨터공학과 경영학 결합한 UBC의 ‘BUCS 프로그램’
‘준비된 인재’ 키우는 양성 과정··· 진로 선택 폭 넓어
졸업생에게 직접 듣는 BUCS 만의 특별함과 차별성
눈부시게 발전 중인 인공지능(AI)은 우리의 삶과 여러 산업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기술과 경영이 융합한 인재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에서,...
UBC 파이낸스 전공한 박세원 EY 비즈니스 컨설턴트
한국 고교 졸업 후 UBC 거쳐 ‘세계 4대 회계법인’ 들어가기까지
현재의 취업 시장에서는 졸업 후 일자리를 빨리 찾을 수 있는 유망학과들이 주목받고 있다. UBC 사우더 경영 대학에서도 금융(Finance), 회계(Accounting)와 같은 학과들이 그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부동산 기업 데이터 애널리스트 해리 안
UBC BIE 프로그램, 11년간 다양한 분야의 인재 양성
문제 해결 통해 인내심·사고력 향상··· 견고한 코호트
UBC의 유망학과로 꼽히는 ‘Bachelor of International Economics(이하 BIE)’가 신설된 지 11년이 되었다. 국제경제학과로 해석되는 BIE는 경제학과 경영학을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국내...
UBC 한국학과 설립의 주역 도널드 베이커 교수
다산 정약용, 광주 민주화운동 등 객관적으로 연구하려 노력
한국 양극화 문제 우려돼··· 발전 위해선 화합이 중요
한국은 풍부하고 독특한 역사·문화를 지니고 있고,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눈부신 경제 성장, 그리고 최근에는 K-POP 등의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나날이...
UBC 경영 대학원 박사 과정 4년 차 '박재철 연구원'
최근 새롭게 대두된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경제 동향이나 산업구조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이러한 분야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등학생 대상 멘토링 행사··· 여러 분야 종사자 멘토로 나서
제품 관리자와 매니저 약사가 말하는 진로 탐색 팁
▲10월 7일 UBC 랍슨 스퀘어에서 열린 라움한글 주최 멘토링 행사에는 여러 분야의 멘토들이 참석해 한인 고등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해 팁을 전했다. (사진 제공=라움한글) 밴쿠버 온누리...
두 번째 단편 작품 '정동' 연출한 최우진 감독
클리셰 배제한 독특한 호러로 VIFF서 호평
▲하우스 호러 단편영화 <정동>으로 VIFF에서 호평을 받은 최우진 감독 (사진= 김세정 인턴기자) 올해로 42회째를 맞이한 밴쿠버국제영화제(VIFF)가 지난달 28일 개막해 8일까지 성황리에...
캐나다 한국어 교육학회 고경록 학회장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환경 아직 열악”
지난달 17일 UBC 밴쿠버 캠퍼스에서 캐나다한국어교육학회(CATK)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캐나다 전역 한국어 교육 관계자들이 대면과 비대면으로 참석해, 디지털 시대에...
[Biz&People] 노스밴쿠버의 ‘제로 일회용컵 카페’ 노마드 커피
노스밴쿠버 모스키토 크릭 인근에 위치한 노마드 커피(Nomad Coffee)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음료 주문 후, 본인이 미리 준비해 온 컵을 익숙하듯 바리스타에게 넘겨준다. 이곳에서는 일회용...
가이 블랙 씨, 가평전 기념식 맞아 랭리-포천 300km ‘대장정’
“한국전 기념사업 위해 평생 바칠 것”
가이 블랙(Guy Black) 재향군인회 명예 회원이 가평전투 기념식(4월 21일)을 앞두고, 오는 14일 한국전 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의 첫걸음을 내디딘다.   블랙 씨는...
트랜스링크 소속 버스 운전기사 김병건 씨
메트로 밴쿠버에는 매일 아침 저녁 시민들의 출퇴근길과 등하교길을 함께하는 6000명의 든든한 동행자가 있다. 하루 평균 수 백명의 친절한 발이 되어 주는 버스 운전사다. 밴쿠버에서...
TD 은행 브렌트우드점 그레이스 김 지점장
“전공보다 경험 중심의 경력 개발이 중요”
  금융기관과 관련된 커리어는 경영 혹은 금융 전공자만이 갈 수 있는 직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런 통념을 부수고 프랑스어를 전공했음에도 고객 관리직부터...
‘해외취업 성공 수기 공모전 대상’ UX/UI 디자이너 김소희 씨
‘2년제 졸업’ 어학연수생이 캐나다서 2.5배 연봉 받기까지
지난해 세계 각국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한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코트라 해외취업성공기 공모전에서 밴쿠버 출신의 청년이 대상을 받았다. 밴쿠버 본사의 음악 레이블...
견종호 주밴쿠버총영사 신년 인터뷰
“교민들의 안전·편익증진 위해 노력할 것”
한국과 캐나다는 지난 1963년 1월 공식 수교를 맺은 이래 경제·정치·문화·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해왔고, 2014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거쳐 작년부터 ‘포괄적 전략...
항만·사진·금융업 종사자, N잡러 정현리 씨
낮에는 항만노무자, 저녁엔 재무설계사, 주말엔 사진작가로 변신하는 이가 있다. 이름은 하나인데 직업은 서너 개인 밴쿠버의 프로 N잡러 정현리(28, 켈리 정)씨다. N잡러란 2개 이상의...
UBC 커리어 전략가 롭 킴이 들려주는 커리어 찾는 ‘꿀팁’
새로운 사람 만나 소통 방법 배우고, 다양한 경험 쌓아야
세상에는 여러 직업이 존재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흔히 알려져 있으며 한정된 직업에만 가능성을 가두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관심사와 적성에 잘 맞는 다채로운...
15일 코퀴틀람 시의원 선거서 재선 성공
스티브 김(한국명 김형동) 코퀴틀람 시의원이 지난 15일 진행된 BC주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개표 결과 김 의원은 22명의 후보 중 세 번째로 많은 득표를 하며, 8명의 시의원 중...
10월 15일 BC 지방선거, 랭리타운십 시의원 후보로 출마
오는 10월 15일에 열리는 BC주 지방선거에서 랭리타운십 시의원에 출마한 장민우(영어명 Michael Chang) 후보를 지난 21일 랭리타운십 시청 건물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났다. 선거운동에...
델타 임나영 양, 배구 U-19 국가대표 프로그램 뽑혀
코트서 온몸 날리는 ‘리베로’··· 올림픽 꿈 키위
한인 학생이 캐나다 최고 주니어 배구 선수들만 모이는 국가대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눈길을 끌고있다.   사우스 델타 세컨더리 스쿨의 11학년 임나영(영어명 에스더) 양은 지난 5월...
경비행기 손수 제작에 도전 ‘교민 이상우씨’
직접 만든 경비행기를 타고 세계일주를 꿈꾸는 이가 있다.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어느 젊은이의 포부가 아니다. 내년에 일흔을 앞둔 자칭 비행 모험가 이상우(69)씨의 이야기다.그의...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