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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진 자의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8-05 13:31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7_밴쿠버시온선교합창단 지휘자 정성자
기름진 땅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빚진 자'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 채무를 이행하기 위해 그녀는 올해에도 무대에 선다. 자신이 지휘자로 몸담고 있는 밴쿠버시온선교합창단(단장 정문현)과 함께다. 동 합창단의 지휘자 정성자씨를 만났다. 



노래하는 기쁨에만 안주할 수 없는 이유

밴쿠버시온선교합창단의 역사에서 쉼표는 잘 보이지 않는다. 1982년 창단된 이 합창단은 밴쿠버 한인사회의 성장과 궤를 같이해 왔다. 당시 20명을 한참 밑돌던 단원들은, 지금은 160명까지 늘어났다. 여기에 몇 년 전에는 시온남성합창단, 시온어린이합창단이 새롭게 생겨났다. 이 같은 팽창의 배경에는 '노래를 통한 봉사'가 자리잡고 있는 듯 보인다. 실제 이 합창단의 단원들은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며 얻는 기쁨에만 안주하지 않는다. 이들은 합창의 즐거움을 '내 이웃'과 공유해 왔다. 기독교 신자들로 구성된 동 합창단의 정기연주회는 '탄자니아의 목마른 이들', '시리아의 난민들', '북한의 결핵환자' 등을 돕기 위한 자선 행사였다. 20여 년 전부터 시온선교합창단과 함께 해 온 정성자씨의 얘기다.

“기독교에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이 있어요. 신자라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가장 큰 계명이지요. 첫번째 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것이겠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두번째 계명인 네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우리가 매년 자선 연주회를 여는 이유고, 또 그래 왔기 때문에 시온합창단이 계속해서 사랑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온선교합창단은 몇 년 전 '아프리카 우물 사업'을 위해 무대에 선 적이 있었다. 당시 그 메마른 땅을 직접 보고 온 정성자씨는 자신이 '빚진 자'라는 사실을 또 한번 깨달았다.

“그때 탄자니아를 처음 가게 됐는데, 식수가 부족해 큰 어려움을 겪는 나라였습니다. 그곳 엄마들에게 주어진 주된 의무가 뭔지 아세요? 바로 아이들에게 줄 마실 물을 구하는 거에요. 이를 위해 집에서 네다섯 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곳까지 물을 길러 다니지요. 걸어서 말입니다. 내가 만약 탄자니아에서 태어났다면, 그 엄마들과 똑같은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 면에서 밴쿠버처럼 좋은 곳에서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탄자니아의 엄마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거에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리고 단 한번 본 적도 없는 누군가를 돕는 건 그저 빚을 갚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 밖으로 눈을 돌리는 그녀에게 누군가 물었다. 주변의 급한 사람부터 도와주는 게 순서가 아닐까요?

“밴쿠버에도 물론 힘든 사람들이 있지요. 하지만 자선단체의 현황을 알게 되면 마음이 조금 달라집니다. 기부받는 음식물의 양이 너무 많아서 일부는 그대로 폐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들었어요. 다시 말해 밴쿠버에서는 음식이 없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탄자니아는 달랐어요.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었고, 배를 채우고 싶어도 먹을 식량이 크게 부족했어요. 기근으로 사라져가는 아이들도 너무 많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는 건, 우리처럼 좋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의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물질적 빈곤만이 어려움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마음의 상처도 큰 고통이 된다는 걸,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통해서 배웠다. 아들의 이름은 조셉, 태어난 지 10개월만에 의료사고로 자폐증을 앓게 됐고 몇 해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세상에 장애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누구나 온전한 몸을, 온전한 마음을 갖고 싶겠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아요. 이럴 때에는 건강하게 태어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빚진 자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도와야 하는 이유가 되겠지요.”

조셉이 떠난 후, 그녀는 자신의 남편인 정문현 PCV 회장과 함께 아들의 이름을 딴 장학금을 만들었다. '조셉 정 장학금'이 바로 그것이다. 부부는 지난해에만 장학금 15만달러를 내놓았다. 조셉이라는 '밀알'을 통해 빚진 자의 의무를 다한 것이다.



시온선교합창단의 공연은 정기연주회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1년에도 몇 차례씩 크고 작은 무대에 초청돼 오곤 했다. 몇 해 전에는 오타와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한카수교 50주년 기념 공연에 초청돼 <아리랑>과 <할렐루야>를 부른 바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었다는 게 저와 단원들 모두에겐 큰 기쁨이었다”고 정성자 지휘자는 말했다. 




13일 공연에서도 사랑의 실천, 기부 영수증 발급 가능

시온선교합창단의 올해 '채무 이행'은 오는 13일(토) 오후 7시 써리 퍼시픽아카데미 챈도스패티슨(Chandos Pattison) 강당에서 열리는 창단 34주년 정기 연주회를 통해 이뤄진다. 이번에는 '탄자니아의 고아들'을 위한 자선 모금 공연이다. 

현지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인 안명찬씨는 “탄자니아에서는 초등학교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이 중학교로 진학하지 못한다. 그만큼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 세계적 구호단체 컴패션인터내셔널이 이 학생들을 돕고 있는데, 관련 후원을 받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에 컴패션쉘터라는 교육 공간이 건립되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쉘터는 주중에는 지역 교회의 유치원으로, 주말에는 일종의 주일학교로 활용된다. 안 선교사는 “쉘터에 등록된 아이들은 컴패션인터내셔널의 후원자들과 연결돼 학비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탄자니아의 아이들에게는 오아시스와도 같을 이 건물을 추가로 짓는 것이 이번 공연이 준비되는 주된 목적이다.

“컴패션쉘터 한 동 정도는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 뚝딱 지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여러 사람이 동참해서 사랑을 실천하는 것, 이게 더 소중한 가치겠지요.”

나눔을 통해 두 배 되는 기쁨을 보여주기 위해, 시온선교합창단은 현재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다. 매주 세 차례 만나 서로의 마음과 목소리를 맞춘다. 연습 시간이 네다섯 시간이 넘어가도, 주로 60대에서 70대인 단원들 중 누구도 힘들다고 불평하는 이가 없다.

“즐겁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노래 부르는 동안에는 다들 힘들어하지 않으세요. 연습을 거르는 단원도 거의 없지요. 우리의 노래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통로로 활용된다는 사실을 다들 기뻐할 뿐입니다.”

시온선교합창단이 누리고 있는 기쁨에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합창단 측은 “13일 공연장에서 탄자니아 아이들을 위한 모금이 있을 예정”이라며 “원하는 사람에 한해 기부 영수증이 발급된다”고 전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밴쿠버시온선교합창단 34주년 정기공연 
일시_ 8월 13일(토) 오후 7시, 무료 입장
장소_써리퍼시픽아카데미 10238 168th St. Sur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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