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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과의 소통이 줄타기의 묘미"

박준형 기자 ju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8-11 16:06

전통 이어가는 꽃미남 줄타기 명인 김민중
외줄 위를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이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한 손에 부채를 들고 외줄 위에서 펼치는 각종 묘기에 흔한 표현으로 심장이 쫄깃해진다. 지난 8일 버나비에서 열린 제14회 한인문화의 날에서 관객들의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은 전통 줄타기 명인 김민중(25)씨다.

상모를 벗고 만난 김씨는 공연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앳되고 잘생긴 대한민국 20대 청년의 모습에 공연 당시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던 명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줄타기 경력만 10년이 넘은 명인. 우연히 접한 줄타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 외로운 길을 걸은 지 11년째다. 그는 "줄타기는 외로운 길이라 힘든 점이 있지만 관객들과의 소통이 멋있다고 생각한다"며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소통이 줄타기의 묘미라는 말처럼 한인문화의 날에서 그의 공연을 관람한 밴쿠버 시민들은 김씨와 한마음이 됐다. 화려한 기술은 물론이고 관객들과 재담을 주고받는 언변까지 더해져 이날 관객들은 김씨와 한국 전통 곡예에 완전히 매료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이번 줄타기 공연은 끝맺음을 하지 못했다. 공연 도중 줄이 끊어지면서 김씨가 떨어지는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 것. 다행히 그는 씩씩한 모습으로 일어났고 김씨와 한마음이 됐던 관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관객들과 더 소통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내년에 꼭 다시 찾아뵙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부상보다도 공연을 끝내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그에게서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전통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까지 명인까지는 아니라고 손사래치며 공항으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밴쿠버에서 그의 줄타기 공연을 볼 날을 기대해본다.


<▲줄타기 명인 김민중씨가 지난 8일 버나비에서 열린 제14회 한인문화의 날에서 아찔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밴쿠버조선일보 DB>

다음은 김씨와의 일문일답.

한인문화의 날에는 어떻게 참석하게 됐나?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한인문화협회 측의 초청으로 오게 됐다. 이번에 처음 캐나다를 방문한 것인데 오기 전까지 너무 설레는 마음에 정말 연습을 많이 했다."

밴쿠버에 온 소감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줄타기를 초청해준 것에 감사드린다. 여러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밴쿠버 한인들의 따뜻한 마음을 담아서 서울에 돌아간다. 내년에 좀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기를 희망한다."

줄타기 경력은 어느 정도인가?

"10년 넘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이제 11년 정도 됐다."

줄타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때 태권도를 했었다. 어느날 태권도 승급 심사를 받으러 가던 중 버스를 놓쳐서 히치 하이킹을 했다. 그때 차를 태워주신 분이 안성남사당의 선생님이었다. 그것이 인연이 돼서 시작하게 됐다. 이후 영화 왕의 남자에서 감우성과 이준기 대역으로 출연했던 권원태 선생님과 인연이 닿아 그 분 밑에서 줄타기를 배우게 됐다."

줄타기의 묘미는 무엇인가?

"소통이다. 우선적으로 관객들과의 소통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이 있다. 대한민국에 10명도 안 된다. 줄타기를 배우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는데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공연하는 사람들은 10명이 채 안 된다."

반대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제일 힘든 것은 외로운 길이라는 점이다. 혼자 극복해야 하고 그래서 즐길 수가 없다. 공연할 때는 사실 긴장해서 아픈 줄도 모른다. 피가 나고 살이 까져도 공연이 재밌고 나도 희열을 느끼니까 아픈 걸 잊는다. 긴장은 되지만 사람들의 함성을 들으면 나도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 정도로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공연을 끝내고 관객들과 인사하고 의상을 갈아입을 때가 되면 비로소 아픔이 느껴진다."

이번 공연에서 불의의 사고가 있었는데?

"관객들과의 약속이었는데 (사고로 공연을 마무리하지 못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다 보여드리지 못하고 떠나게 되서 너무 죄송하다. 관객들과 더 소통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줄타기가 아직 대중화되거나 보편화되지 않았다. 사람들한테 전통 줄타기에 대해 많이 알리고 싶다. 공연 내용도 시대에 맞게 각색도 하고 새롭게 짜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박준형기자 jun@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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