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친절하고 즐거운 분위기... 다시 일하고 싶어요”

박준형 기자 ju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5-14 17:30

웨스트젯 인턴 사원 이동근씨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항공권을 발권하는 고객들을 도와주는 말끔한 차림의 한국인 남성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웨스트젯(WestJet) 인턴 사원 이동근(26)씨. 이씨의 부드러운 말투와 친절한 미소에 고객들도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땡큐"를 연발한다.

이씨의 직책은 고객 서비스를 지원하는 커스터머 서비스 어시스턴트(customer service assistant).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였지만 이씨는 반대로 고객과 동료 직원들로부터 더 좋은 선물을 받았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긍정적이었다"며 "특히 한국에 없는 인사, 미소가 있어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4년 10월 어학 연수차 밴쿠버를 찾았다가 웨스트젯 인턴으로 근무하게 된 그는 웨스트젯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렸다. 그는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한다"며 "이런 경험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3개월여에 걸친 짧은 기간이었지만 웨스트젯 인턴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이에 조만간 한국으로 가야 하는 그는 다시 돌아와 웨스트젯 정직원 채용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보람은 말할 것도 없고 아쉽고 섭섭하다"며 "미래에 대해 다른 길을 제시해준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다시 돌아와 정직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20대의 열정이 느껴진다.


<▲밝은 미소로 일하는 웨스트젯 인턴 이동근씨. 사진=이동근씨 제공>

웨스트젯에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 계기는?
"한국에서 호텔경영학과 4학년 재학 중 어학 연수 목적으로 밴쿠버에 왔다. 2014년 10월 31일 처음 밴쿠버에 입국해서 비지니스 관련 컬리지 6개월 과정을 다녔다. 3개월 연수 후 3개월 인턴으로 실습하는 과정이다. 내 경우 공항이나 항공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학교 추천으로 3개월 인턴 과정을 위해 웨스트젯에 원서를 냈고 이후 면접을 봐서 합격했다."

전공이 호텔경영인데 어떻게 항공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나?
"큰 범위에서 고객 서비스 분야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전공은 호텔인데 진로를 고민하다 보니까 공항이나 항공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수업을 들어보니 비전이나 급여, 복지 등을 고려했을 때 호텔보다는 공항이나 항공 분야가 더 괜찮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웨스트젯 채용 절차는 어떻게 진행됐나?
"원서를 내고 면접을 봤다. 1차 원서, 2차 면접 방식이다. 웨스트젯 인턴은 최대 5명이다.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만 인턴을 뽑느다. 내 경우 자리가 없어서 3주 정도 기다렸다. 웨스트젯에서 꼭 일해보고 싶어서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렸다."

웨스트젯에서 인턴을 채용하는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회사 측에서 정규직 채용과 마찬가지로 성격을 본다. 고객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성격인지를 판단한 다음 영어 실력을 본다. 인터뷰를 통해 질문을 이해하고 답할 수 있는지 여부를 보고 캐나다에서 일하는 문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를 보는 것 같다."

3개월 인턴 업무에 대해 설명하면?
"2월 2일부터 5월 3일까지 정확히 13주간 인턴 사원으로 일했다. 금, 토, 일, 월 주 4일 새벽 6시부터 하루 7시간 일했다. 중간에 자발적으로 쉬는 시간이 30분 있다. 훈련은 딱 하루만 받는다. 그 이후에는 혼자서 고객 서비스를 해야 한다. 오랜 기간 배워야 할 정도로 복잡한 일을 인턴에게 가르치지는 않는다. 기술적인 것보다는 고객 서비스를 배우기 위한 인턴인 것 같다."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통칭 커스터머 서비스 어시스턴트라고 부른다. 공항에서 고객들이 기계로 항공권을 발권하는 것을 도와준다. 기계를 못 다루는 분들이 많다. 수하물 꼬리표도 붙여드리고 불만사항도 접수해서 해결해드린다. 가끔 영어를 못하는 한국분들을 도와드리기도 한다."

웨스트젯 인턴 근무 첫 인상은 어땠나?
"한국이 아니라 차별대우나 텃세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친절하고 긍정적이었다. 특히 한국에 없는 인사, 미소가 있어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인사하고 또 그 인사를 받아주는 것이 한국과 많이 달랐다."

13주간 가장 인상 깊었던 고객이나 순간이 있었다면?
"한번은 시각장애인 고객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당황하고 있었는데 이를 눈치채고 웨스트젯 직원이 와서 직접 보여줬다. 이에 더해 웨스트젯은 몸이 불편한 직원도 채용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성별과 나이, 인종뿐만 아니라 장애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부럽기도 하고 인상적이었다."

힘들었던 순간은?
"모든 고객들이 친절하지는 않다. 대략 1주일에 3~4명 정도는 직접적으로 말을 안 좋게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의 질문이 너무 빠르고 낯설어서 못 알아들었는데 그 고객이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했었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 더 이상 영어로 말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할 말이 없다. 그냥 미안하다고만 할 뿐이다. 한 번은 다른 직원이 와서 저 사람이 굉장히 무례한 사람이라고, 신경쓰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

인턴 기간이 끝났는데 소감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웨스트젯은 친근한 곳이다. 고객에게 딱딱하지 않게 응대를 한다. 그래서 고객들도 대체로 좋아한다. 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다. 이렇게 일하면 급여와 상관없이 즐겁고 보람차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3주가 지나고 나니 보람은 말할 것도 없고 아쉽고 섭섭하다.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다. 다시 정직원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에 대해 다른 길을 제시해준 기회였다. 한국에서는 일하러 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일하면서 즐겁고 직원들 간 관계도 굉장히 좋다.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즐거운 분위기다."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고객들이 고맙다는 표현을 정말 많이 해준다. 사소한 일에도 고맙다고 말을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나와 같은 인턴에게는 심적인 안정감과 자신감을 준다. 직원들 중에도 오늘 어땠냐고 물어보고 대화를 하려고 유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에 대해 호감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신감을 주려고 했던 직원들이 많이 있었다."

웨스트젯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내 경우는 무급으로 일했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이런 경험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웨스트젯 직원들에게 최대한 많이 다가가서 얘기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을 갖어야 한다. 주눅들지 말고 최대한 많이 물어보고 친하게 지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꼈다. 자기 관리도 필요하다. 새벽부터 일하는 경우도 있고 스케줄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단지 어학 연수만 하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됐다."

앞으로 계획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한국에서 학업을 마무리하고 다시 올 지, 인턴을 조금 더 할 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다시 온다면 이민을 목적으로 오게 될 것 같다. 그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박준형기자 jun@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정성 변호사 “공부만 잘해서는 곤란하다”
자녀에게 모든 걸 잘해 주고 싶은 게 보통의 부모 마음이다. 갓 태어난 아이가 스스로 몸을 뒤집고, 앉고, 걷고, 뛰게 되는 그 순간순간이 부모에겐 가슴 벅찬 감동이자 동시에 사는 힘이...
“캐나다에서 경찰 되기, 그 성공의 여정을 공유합니다”
‘성공 스토리’에는 세간의 이목이 늘 쉽게 집중되기 마련이다. 반듯한 집과 자동차, 혹은 넉넉한 통장 잔고를 보유하게 된 배경이, 보통사람 입장에서는 궁금할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캐나다에 온전히 정착한다는 것은…”
밴쿠버는 첫눈에 마음을 내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목석이 아니라면, 밴쿠버가 품은 숲과 호수에, 도심의 세련된 빌딩가 사이에서도 느낄 수 있는 산뜻한 바람에, 혹은 이방인에게도...
허전한 이민자의 삶, 아빠는 늘 슈퍼맨이었다
극단 하누리 2016년 정기 공연작 <오 마이 슈퍼맨>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하누리 또 한번의 행복한 가을을 연출한다”오래 전의 풍경이 문득 재생될 때, 우리들 대부분은 '슈퍼맨'과...
본국 영어교사부터 미래의 사회복지사까지
“내가 했던 값진 경험, 그리고 앞으로의 길”이곳 밴쿠버 한인사회에서 유독 반짝거리는 단체가 하나 있다. 한인 1.5세와 2세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봉사단체 'C3소사이어티'가 바로 그...
열 네 살에 UBC 조기 입학 “딴짓하는 아이에게서 가능성을 보다”
딴짓하는 아이는 걱정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이런 아이의 세계 속에서는 사회에서 정한 '중요도의 순서'가 뒤죽박죽 섞여 버리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에를 들어 학교 숙제는...
“성공 취업, 코업이 정답이다”
대학교를 제때, 그러니까 4년 만에 졸업했다는 이력서상의 기술은 어느 면에서는 자랑 거리가 되기 어렵다. 아무런 생존 기술 없이 정글 생활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만하다고 평가되던 아이, 영재로 인정받기까지"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독 앳된 얼굴 하나가 눈에 띄었다. 스스로를 “이번에 UBC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게 된 제임스 천(한국명 천현석·사진)”이라고 소개하는데, 그 말이 반농담처럼...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7_밴쿠버시온선교합창단 지휘자 정성자
기름진 땅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빚진 자'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 채무를 이행하기 위해 그녀는 올해에도 무대에 선다. 자신이 지휘자로 몸담고 있는...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6_ 안동차전놀이 보존회 이재춘 회장
제 15회 한인 문화의 날 8월 6일 버나비 스완가드 스테디움에서“제 15회 한인 문화의 날”이 오는 8월 6일 버나비 스완가드스테디움에서 열린다. 밴쿠버한인문화협회(회장 석필원)가...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_55 <밤차>의 작곡가 유승엽
그는 KBS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소개될 만큼 유명한 작곡가였다. 하지만 이곳 밴쿠버에 정착한 1991년 후부터는 대중 가요를 만드는 일에 인색했다. 대신 오카리나 연주에...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4_권천학 시인, 이청초 화백
한인문화협회 후원 오는 8월 14일까지, “여백 채워줄 당신의 생각은…”“포트무디 아트센터”는 트라이시티 세인트존슨가(St. Johns St.)에 서 있는, 소박하면서도 넉넉한 느낌의 화랑이다....
사진작가 줄리아 리씨의 밀알 사진 프로젝트
“아름답다"고 했을 때, 화자가 느낀 아름다움 그대로를 지면에 옮길 수는 없다. 객관적 정의가 불가능하기에 신문 기사에서 “아름답다”는 함부로 올릴 말이 아니다. 그러나 ...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3_법률공증사 최병하
특정한 사실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행위, 즉 공증은 적어도 새 이민자들에게 있어서는 꽤나 익숙한 단어다. 공증이라는 절차를 통해 한국에서의 경력 혹은 학력 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2_월드옥타 밴쿠버 지회 차세대 대표 김진기
1인 무역회사 <글로벌서플라이트레이드ltd>의 김진기 대표(사진)는 솔직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불필요한 수식어를 보태지 않는다. 그저 솔직 그리고 담백하게 지난 시절의...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1_이리디아메디컬 프로젝트 매니저 라이언 조
소년은 미국인이 되고 싶었다. 아니, 자신은 미국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믿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유년과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미국 시카고에서 보내게 된...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0-한국전통예술원 한창현 원장
익숙했던 요리에서 원재료의 맛을 찾아내지 못할 때가 더러 있다. 조미료나 양념의 향이 지나치게 강한 탓이다. 값비싼 참치 뱃살과 그저 흔한 기름치가 미각 세포 내에 동일한 맛으로...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9_ 2회 연속 태권도 올림픽 심판 김송철씨
“한류”(Hallyu)라는 단어가 사전에 올라오기 훨씬 전에도, 세계는 이미 한국의 대표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태권도다. 세계 태권도연맹에 가입한 나라는 현재까지 총...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8_박은숙 해오름 한국문화학교 교장
캐나다에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0여년 전 어느 날이었다. 전혀 다른 피부색의 누군가가 그녀에게 다가와 갑작스레 물었다.“혹시 한국 사람인가요?”리치먼드의 한 쇼핑몰에서 마침...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7_ 연세 가족 음악회 김혜영씨
음악은 문서화가 불가능한 영역에 서 있다. 악보라는 페어퍼가 있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음표들의 나열일 뿐, 그 자체로 “소리”와 “즐거움”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활자로 기록될...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