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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생활이 재미없을 리가 없잖아요”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4-03 13:51

요들송의 대가, 김홍철
써리에 위치한 성 김대건 천주교회 부설 대건문화센터는 “문화센터”라고 불리기에 전혀 민망하지 않은 장소다. 그 이유는 이 곳이 진행 중인 혹은 진행할 예정인 프로그램만 슬쩍 봐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줌바, 한국무용, 영어, 사진, 기타, 서양화, 꽃꽂이, 사군자… 등등 한번 호흡으로 열거하기엔 숨이 벅찰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지나치게 주관적인 얘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걸 하나씩 하나씩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다 보면 사는 것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우리네 이민생활이 재미 없을 리가 없다, 라는 생각마저 든다.

프로그램 내용을 다시 들춰봤다. 좀 전에는 미처 챙기지 못했던 강좌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요들송”이다. 신기했다, 알프스 산맥을 곧바로 연상시키기는 이 노래 장르를 이곳 밴쿠버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반가웠다. 요들송 강사의 이름을 확인한 후다. 그는 김홍철이었다.



“뽀뽀뽀 세대”에겐 마냥 신기했던 목소리
이젠 캐나다에서 만나다

한국에서 7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사람들을 묶어 부르는 말은 여러 가지였다.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얘기, 그러니까 통계에 기반한 얘기가 되겠지만, 부모들의 유년기와는 달리 풍족함을 경험하고 자라난 70년대생들은 훗날 “X세대”로 불리게 된다. 그들 중 졸부 몇몇은 “오렌지족”으로 분류됐고, 이들을 시기하거나 솔직히 선망했던 사람들은 속칭 “낑깡족”이 되어 마이카를 이용한 헌팅 문화 창출에 일조했다. 어찌됐건 90년대 초반 자기 차(아니면 아버지 차)를 굴릴 수 있었던 이 두 가지 “족”들 모두 “야타”(야, 내 차에 타!)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동시대인들이었다.
 
하지만 X세대가 대학을 졸업할 즈음, 이들을 대하는 세상의 태도는 IMF사태와 함께 갑자기 냉랭해졌다. 대학 과정을 마쳤지만 번번한 직장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이들이 흔해졌다. 그때부터 과거의 X세대는 “IMF세대”로 규정되기 시작했다. 

억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름부터가 살짝 멋져 보이는 X세대는 “열탕” 같고, 사회적 아픔을 품은 IMF세대는 “냉탕”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머물어도 그닥 자극적이지 않은 온탕은 있었을까? 다행스럽게도 있다. 70년대생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바로 “뽀뽀뽀 세대”다. TV 유아프로그램이었던 뽀뽀뽀에 당시 어린 시청자들, 그러니까 70년대 태어난 아이들이 보여준 충성도는 대단했다. 뽀뽀뽀에는 뽀미언니가 있었고, 뽀병이가, 뽀식이가 있었다. 그리고 신기해서 따라부르고 싶은, 하지만 결코 쉽게 따라부를 수 없는 노래만 부르던 아저씨가 있었다. 그가 바로 요들송의 대가 김홍철씨(사진)다. 그때로부터 30년이 넘는 시간이 순식간에 흐른 지금, 그는 지금 캐나다의 이민자로 살고 있다. 








밴쿠버로 이민 온 것은 언제였습니까?
90년대 중반 무렵인데, 처음 몇 년만 이곳에 머물었다가 그 이후에는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는 삶을 살았더랬어요. 그리고 지금은 완전히 정착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작년에도 요들송 공연을 위해 한국이나 스위스를 찾긴 했어도, 이젠 밴쿠버를 떠날 마음이 전혀 없어요.

이곳의 삶이 꽤 따분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들송의 대가”로서 한국에서의 일상은 분명 분주했을 테니까요.
누군가 이민생활에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반반”이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심심한 구석이 분명 있어서에요. 한국에서라면 맘에 맞는 친구들과 언제든 소주 한 잔 가볍게 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여기에선 그런 것조차 꽤 버거운 일이 되어 버리죠. 대신 좋은 점도 참 많습니다. 교육 여건부터 자연환경, 그리고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 모두 이 땅에 살기에 얻게 되는 혜택처럼 느껴집니다.

단점 한 가지만 포기하면 나머지 장점을 다 누릴 수 있다는 얘기인 거죠?
그렇지요.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다 비슷한 것 같아요. 나한테 좋은 것만, 그런 것들로만 채워진 사회는 아마 없을 겁니다.

한 사회의 장점과 마주할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그렇지요. 거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사람이 행복해 지기 위해선 하고 싶은 일이 있어야 하고, 그 하고 싶은 일을 직접 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가진 것보다 하고 싶은 마음이
행복한 삶을 위해선 더 중요해요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아이랜스 댄스를 배우고 싶다, 그러니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쳐요. 그 이후의 과정은 뻔한 것 아니겠어요. 우선 어떻게 하면 아이리스 댄스를 배울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게 되겠지요. 이후에는 서서히 실력을 키워갈 테고, 그 과정에서 만족감이 생길 겁니다. 이게 다가 아니에요. 아이리스 댄스에 계속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이것과 관련된 커뮤니티에까지 눈을 돌리게 됩니다. 다른 문화권과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거죠.

타 커뮤니티와의 교류가 얘기하신 것처럼 쉬운 일일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다른 문화권에 눈을 돌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말이 잘 통하지 않을 거라는, 그런 걱정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직접 접하게 되면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서 “말”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표정이나 몸짓만 봐도 상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챌 수 있으니까요. “하고 싶은 것”을 공유하는 사이여서 그런 것 같아요. 재밌는 것은 이런 만남이 계속되다 보면 조금씩 더 말하게 되고, 조금씩 더 들리게 된다는 점이지요.

결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야 한다는 거군요. 하고 싶은 일이 있어야 말이 좀 통하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 출신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얘기니까요. 그런데 말이에요. 우리 주변에는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아예 없다”고 불평하거나 혹은 불안해 하는 사람들도 꽤 있지 않나요? 이 경우에는 행복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려운 문제 같은데요. 감히 말씀드리자면 제 생각은 이래요. 이것저것 너무 따지게 되면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어떤 악기 하나를 배우고 싶다고 쳐요. 하지만 그 마음보다 그 악기의 가격이 얼마인지, 그 악기를 배워서 내게 어떤 이익이 생길 건지를 재게 되면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자신의 경험담인가요?
이제까지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은 대부분 실천에 옮기지 않았나 생각해요. 한국 나이로 열세 살 때였어요, 제가 요들송을 처음 접한 게. 길거리를 걷다 우연히 그 노래를 듣게 됐는데, 따라 부르고 싶었어요. 어떤 노래인지 너무 알고 싶어졌죠. 그래서 책을 죄다 뒤졌는데, “알프스 산맥에서 목동들이 부르던 노래”라는 한줄짜리 설명만 건졌지요. 성이 차지 않았어요. 그래서 스위스의 한 신문사로 편지를 보냈지요. 하고 싶은 일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였지요. 어찌됐건 그것이 계기가 돼서 스위스로 건너가 요들송을 배우게 됐고, 이것이 제겐 업이 됐지요. 물론 요들송을 배워 뭔가를 하겠다는 생각, 그러니까 뭔가를 따지거나 재겠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을 거에요.

이번에 대건문화센터에서 요들송 강습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일, 그래서 잘하게 된 일을 다른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것도 분명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요들송 강습을 하면서 알게 될 인연들과 기회가 된다면 자그마한 요들송 클럽을 만들 계획이에요. 저는 이 일을 69년부터 해왔고, 한국에서는 제 손때가 묻은 클럽 중 여러 개가 아직도 활발히 활동 중에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여럿이 어울려 부를 수 있다는 것, 이 재미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김홍철씨의 요들송 강좌가 포함되어 있는 대건문화센터의 봄 프로그램은 4월 7일(화) 시작해 6월까지 계속된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화: 줌바, 한국무용, 사군자, 필수생활영어, 옷만들기, 꽃꽂이
수: 필라테스, 덤벨피트니스,  국선도, 팝송잉글리쉬, 요들송
목: 줌바토닝, 라인댄스, 플룻, 소잉클럽(초,중), 퀼트, 패션니트, 기초사진교실,
금: 힐링요가, 필라테스, 테디베어, 서양화, 기타교실
문의 및 접수 (604)839-5004  stkimcen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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