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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시작된 나의 인생 2막에 대하여”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2-27 11:55

시인 권천학씨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책 <위스키 성지여행>에서 삶이 반짝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 혹은 그 비결을 독자들에게 살짝 흘렸다. “생굴에다 싱글 몰트를 쪼로록 끼얹어서는 바로 입으로 가져가는” 하나의 의식을 통해서인데, 그는 이 둘의 만남에 진심으로 감격했다. 그리고 그 맛을 경험하고 난 후의 소감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인생이란 이토록 단순한 것이며, 이다지도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다.”

작가의 감탄이 과장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마음을 흔들어 놓는 대상을 만날 때 대개 우리들은 다소 호들갑스러운 태도로 행복을 운운하게 된다. <위스키 성지여행> 중이었던 하루키에겐 그것이 생굴과 싱글 몰트의 조화였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등산길에 마주친 신선한 바람이거나 오랜 시간 간직해 온 낡은 LP음반, 아니면 자신의 직업일 수도 있다. 

그녀에게 있어 “생굴과 싱글 몰트”는 문학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작품 활동 중인 시인 권천학씨에 대한 이야기다.





                                                                               사진=문용준 기자




“낯섬이, 다시 배워야 할 세상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여고 시절부터 문인들과 어울렸던 권천학씨는 평생을 글을 쓰며 지냈다. 여성지 <여원> 단편소설 공모를 통해 등단한 그녀는 이후에도 계속 글을 썼다. 그 글들은 소설로, 때로는 드라마 대본으로 세상에 소개됐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녀는 시인이 되어 있었고, 여러 권의 시집을 냈다. 그런데도 그녀는 자신의 이력과 어울리지 않는 고백을 한다.

“문학에게 늘 미안했어요. 문인으로 살면서도 문학을 홀대했다고나 할까요. 글쓰기에 전력투구하지 못했다는 게 늘 마음에 걸렸던 그런 시간이 있었어요, 제겐.”

먹고 사는 문제는 작가들이 작품에 매진하지 못하는 가장 흔한 이유다. 그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예순 넘어서는 글만 쓰며 살 거라고…. 그 소원이 이루어진 공간이 바로 캐나다였다. 딸인 김하나씨가 토론토대학 동아시아 도서관 한국학 책임자로 일하게 되면서, 시인 역시 자연스레 이 땅에 정착하게 됐다. 이미 머리 곳곳이 하애진 이후다. 낯선 땅에서의 삶, 적지 않은 나이였던 그녀에겐 어떤 부담이었을까.

“저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오히려 행복했습니다. 영어에 서툴어 말이 좀 통하지 않는다 해도 좀 어떤가요. 제 몸이 느끼고 있잖아요.”

다시 배우고, 다시 익혀야 할 세상이 있다는 것이 그녀는 좋았다. 이 경험이 자신 문학의 또 다른 바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좋았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희망도 생겼다. 작품의 영토를 캐나다 주류 문학사회로까지 넓히겠다는 것이 지금 그녀의 꿈이다.

“캐나다 사회에 한국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문인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경쟁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시인은 지난해 9월 삶의 터전을 토론토에서 밴쿠버로 옮겼다. 김하나씨가 UBC 아시아 도서관 관장직에 취임하면서다.  또 다시 낯섬, 그래서 설렘의 시작이었다.

“생소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작가에겐 좋은 일이지요. 작품 소재가 그만큼 많아질 수 있다는 거니깐. 수필을 쓰고 있는데, 초안 잡아 놓은 것만 200개가 넘습니다.”

이런 그녀에게 그래도 속은 외롭지 않냐고 무턱대고 물었다.

“저, 바쁘게 살고 있어요. 그래서 외로울 시간도 없을뿐더러 외롭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을 많이 사귀지 못하면 흔히들 외로울 거라고 미리 짐작하는데, 제 생각은 달라요.”

시인은 누군가를 알아갈수록 더 외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에게서 서러움을 느끼면 그것이 외로움이 되고 절망이 된다는 것이다. 한인사회만 그렇단 얘긴 아니다. 시인이 보기엔 세상살이가 엇비슷하다. 때문에 사람에, 사람 만나는 일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때로는 어떤 편견에 사로잡히는 시작일 수도 있어요. 이를테면, 혹자는 중국 사람들은 죄다 더럽고 냄새난다고 말해요. 그런데 이게 과연 사실일까요?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전혀 사실이 아닌데요. 제가 만난 중국 사람들은 모두 예의 반듯했고 인자했습니다. 중국 사람들에게 실망했던 누군가는 냄새 나고 예의 없는 중국 사람들을 만났을 거에요. 그래서 잘못된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마냥 사실인 것마냥 얘기할 수 있는 거죠. 자기의 경험대로만, 자기의 편견대로만 세상을 판단하면 곤랍합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욱 더 그렇지요.”

시인의 세계관, 사람과 문학에 대한 태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3월 9일부터 4월 27일까지 진행될 “열린 문학 강좌”를 통해서다. 시인은 역시 시에 관해 얘기할 거라고 했다.

“강좌에서 이론을 언급할 생각은 없습니다. 대신 시와 문학을 바라보며 제가 체득했던 것들을 저만의 방식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강좌는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열린다. 장소는 신협 킹스웨이점이다. 누군가에게 있어 이 강의가 하루키가 언급한 “생굴과 싱글 몰트의 조화”일 수도 있겠다.
신협 킹스웨이점 1055 Kings Way. Vancouver. 강의 문의 (778)889-0128
문용준 기자 myj@vanchso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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