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역사상 가장 효율적으로 업무 수행한 청와대, 그 이유는...”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8-01 11:52

권숙정 前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매주 토요일 지면에 연재됐던 '권숙정의 역사의 이삭줍기'는 밴쿠버 조선일보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밴쿠버에 거주하고 있는 권숙정 前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사진)이 박정희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에서 있었던 일을 군더더기 없이 담담하게 적어내려, 다른 지면에서 보지 못한 역사의 현장을 진술했기 때문이다. 30일 권씨와 만나 박정희 대통령의 청와대를 소재로 대화를 나눴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박정희 시대를 요약하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습니까?


"국가건설. 한마디로 새로운 국가건설입니다. 5·16 이전과 이후 한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입니다. 현재 사회발전의 여건을 마련한 시대입니다. 또한 위정자의 동력이 완전히 다른, 역동적인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60년대 한국은 발전을 위한 기초공사를 끝냈고, 70년대에는 쭉쭉 뻗어 나갔습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현재 박근혜 대통령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보입니까?

"시대 여건이 달라져 평면 비교는 어렵습니다. 지금은 민주화를 거쳐, 자유가 넘치는 자유과잉의 민주주의고, (박 전대통령 시대는) 절제하는 민주주의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60·70년대에는 한시적으로 절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 모두가 발전에 매진했던 시대입니다. 박 전대통령은 공이 8, 과가 2인 영명한 지도자 입니다. 공이라면 지도자로 국가건설을 통해 민족사를 바꿔놓았다는 점, 과라면 권위주의와 인권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과는 지금 기준으로 봐선 문제지만, 당시에는 밥 먹고 사는 것이 곧 인권이었습니다."
권숙정씨는 현재와 전임 대통령을 비교하지 않았다.


박정희 시대에서 시작돼 지금까지 유효한 가치를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지금도 유효한 것은, 수출입국입니다. 당시 보세 가공, 수입대체 산업 육성에서 시작해 지금 대한민국은 수출로 선진국이 됐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얼마만큼 잘 사는지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국가에 대한 고마움을 망각한 점이 안타깝습니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편승했던 한 사람으로 아쉽습니다. 2차대전 전 후에 대한민국처럼 성공한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청와대 분위기 어땠습니까?

"저는 청와대 분위기를, 전반기, 7~8년간 이어진 이후락 비서실장시대와 후반기, 10년간의 김정렴 비서실장 시대로 나눠봅니다. 전반기는 5·16주도 세력이 국정운영을 마스터하지 못해 시행착오나 부정부패가 많았습니다. 한일회담을 통한 외자도입, 대미차관 도입을 하면서 불미스러운 정경유착도 생겨, 박 대통령과 정부가 나름 노력했지만, 완전 통제를 못 해 어두운 면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 시기에는 경제 건설의 초석은 마련됐습니다. 부정부패의 일소와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어지고, 정치자금 모금행위를 막는 등 기강이 확립된 것은 후반기에 이르러서입니다"


직장으로써 청와대는 어떤 곳이었습니까?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한 개인이 맡아서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휴일에도 일하고, 출·퇴근 시간 같은 것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습니다. 역대 청와대 중 규모가 가장 작으면서, 가장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입니까?

"엘리트를 비서관이나 행정관으로 발탁해 썼습니다. 어느 분야 든 가장 정통한 관료가 포진했습니다. 또 관료가 상급자나 대통령을 만나 직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육영수 여사 기일에 중앙정보부 간부와 위로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김영광 국장이 조총련 교포의 한국입국을 허가해 달라고 해서 그 자리 분위기가 이상해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대통령이 중정에 연락해 조총련 입국허용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아무리 기분이 나쁜 일이더라도, 말하는 이도 어렵고, 듣는 이도 어려운 직언이라도, 그러나 국사(國事)니까 연구하라는 것입니다.

또 일의 성과를 위해서는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않았습니다. 사심없는 신속함이 청와대의 분위기 였습니다. 오원철 제2경제수석비서관은 민수(民需)의 종합으로 군수(軍需)를 해결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자 박 대통령은 당장 시간을 내 설명을 듣고, 이 아이디어를 발전 중화학공업을 육성을 통해 방위산업도 키우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요약하면 박대통령은 테크노크라트(Technocrat)를 활용하고, 직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육여사는 조총련 출신 문세광에게 저격을 받아 별세했다.  


계획 마련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실행과 관리는 더 어렵지 않습니까? 어떻게 일을 실행하도록 했습니까?

"주요 정책 실천은 청와대에 상황판을 만들어서 주요 과정을 적도록 했습니다. 이 상황판은 대통령의 독려인 동시에 체크(점검)가 이뤄지는 과정이었습니다. 고속도로 건설, 포항제철 건설이 이러한 상황판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상황판을 작성하는 이들은 현장에서 청와대로 한시적으로 발령받은 실무자들이었습니다. 또한 해당 분야 엘리트로 구성된 테스크포스(TF)를 자주 구성했습니다. TF의 장에게 책임지고 일을 실행하게 하고, 일이 끝나면 해체해 원대 복귀시켰습니다. 제가 6년간 청와대 살림을 할 때 이런 방식으로 해서 예산도 상당히 적게 썼습니다"


업무도 많고, 책임도 막중해, 편한 직장을 찾는 요즘 세태로 본다면 당시 청와대는 좋은 직장은 아닌 듯합니다. 혹시 불만은 없었습니까?


"돈보다 명예를 중시했습니다.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대통령의 신임과 칭찬을 받고자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영전을 기대하기도 했지요. 또한 공과 사의 구분이, 강제적이지는 않고 자연스러웠어요. 자연스럽게 사업을 하려면 관료를 하지 못했습니다.

단 대부분 사업이 아니라 청와대에 남는 것을 택했습니다. 아마 다시는 이런 효율성을 가진 국가최고지위부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청와대 분위기는... 하루도 편할 날은 없었습니다. 북한의 도발과 응전이 상시였고,... 돌아보면 전쟁이 안 난 것이 다행입니다."


당시 인재는 어떻게 육성했습니까?

"행정고시 성적 상위 10명을 뽑아 행정관을 별도로 훈련하고, 각 부처 우수 근무자를 발탁해 2년 정도 비서관으로 청와대에서 일하게 했습니다. 보통 청와대 비서관이 되면 3~4개 부처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게 되는데, 국가적인 견지에서 보는 안목이 생겼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국가적 동량이 됐습니다. 10·26이후(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 비서관 출신 중에 30명이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회고록은 계속 쓰실 계획입니까?
"이번 기고는 10·26과 그 이전까지를 다뤘습니다. 최규하대통령이나 신군부 시절 있었던 이야기를 정리할 계획이 있습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처진뱃살 탄력있게, 밴쿠버 엄마들 위한 요가 피트니스 트레이너 손세라씨
12월의 첫째날인 지난 1일 버나비 노스로드(North Rd.)에 있는 한 체육관에 한인 여성들이 모여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 사이로 한눈에 봐도 유독 탄탄한 몸매와 유연성을 자랑하는...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0-스시천국& 서울회관 정재창 대표
처음으로 식당 창업을 염두에 둔 사람이라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있을런지 모른다. 그래서 업계 선배들을 만날 때마다 묻고 또 묻는다. 가게 하나 여는데 보통 얼마 정도...
밴쿠버 한인교회 소프트볼리그 운영진 주재혁씨
"우리들의 세계에서는 프로선수가 될 수 있어요." 소프트볼에 미쳐서 사는 한인 주재혁(33)씨는 "오랜 전통이 있는 밴쿠버 한인교회 소프트볼리그에 참여하면 운동을 통해 큰 성취감을 얻을...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29- 한인신용조합 석광익 전무
옛일을 떠올릴 때, 어떤 이는 일종의 자기애를 종종 발휘하곤 한다. 어설프기만 했던 과거와 그때의 잘못을 포장하기 위해서다. 한인신용조합(이하 신협)의 최고 경영인인 석광익...
"새로운 가족 만든다고 생각하면 즐거워"
해군 중위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한인 봉사단체 의장.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세 가지 역할이다. 밴쿠버에는 이 세 가지 역할을 한꺼번에 해내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밴쿠버 공연은 처음, 최고의 무대 선사할 것"
라이브의 황제 가수 이승철이 밴쿠버를 찾았다. 내년 1월 4일 오르페움 극장(Orpheum Theatre)에서 열리는 밴쿠버 공연을 앞두고 사전 답사 및 홍보 차원에서 미리 방문한 것. 지난 12일 오후...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28- 장인의 길 40년, 도예가 김정홍씨
그는 어딘가 특이한 사람처럼 보인다. 돈이 주인 행세를 하는 세상에 살면서도 돈을 마냥 섬기지 않는다. 넉넉한 것 같지는 않은데, 도움을 받기보다는 베푸는 쪽에 늘 가깝다. 이곳...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27-아름다운 가치 추구하는 네 명의 자원 봉사자들
늙는 것이 곧바로 서러움으로 해석되는 건 세상의 편견 탓이다.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우리는 세월과 함께 주름지는 대신 무르익음을 선택할 수 있다. 때문에 노년은 인생의 황금기,...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26-밴쿠버 여성회 이인순 회장
순탄하기만 했다는 인생은 흔치 않다. 특히 초기 이민자들 중 몇몇의 삶은 크고 작은 걸림돌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낯선 땅 캐나다에 적응하기 위해 애썼던 날들, 하지만 적절한 보상을...
개스타운 카페 팀버트레인 커피로스터스 운영하는 한인 30대 3인방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라고 할 수 있는 개스타운(Gastown). 개스타운에는 독특한 분위기와 맛으로 유명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골목마다 늘어서 있다....
정문현 회장 “밀알로 묻힌 아이를 기억하며”
다소 무뚝뚝했던 반백(半白)의 아버지는 홀로 우는 날이 부쩍 많아졌다. 자폐증을 앓던 자신의 큰아들이 지난 2012년 사고로 목숨을 잃은 후부터다. 아버지는 교육기업 PCV의 정문현...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25-부동산 중개사 에밀리 오
그녀는 “사업운 혹은 복(福)이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편의점, 커피가게, 그리고 부동산 중개업까지, 이민 후 여태껏 해왔던 일 모두가 정상 궤도만을 고수해 왔으니, 그녀의...
세계 4대 회계법인 PwC 회계사 강다은씨
"회계사는 경력을 많이 본다. 반드시 일한 경력이 아니더라도 여러가지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캐나다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강다은(25·여)씨는 "대학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그레이스 시어 "보수당, 한인커뮤니티에 굉장한 관심…꼭 찍어주세요"
"보수당은 캐나다 한인커뮤니티에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보수당을 찍어주세요." 집권 보수당(Conservative) 그레이스 시어(Seear·한국명 조은애) 후보는 "보수당이...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24 – 국민훈장 동백장 받은 시온선교합창단 정성자 지휘자
주밴쿠버 한국총영사관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온 건 지난 추석 무렵이었다. 수화기를 든 그녀에게 전화 속 목소리는 한국에 다녀올 수 있겠냐고 물었다. “왜죠?”라는 그녀의...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23-파이오니아 법무법인 방정희 변호사
한국에서 법대를 다녔던 시절, 그녀는 다른 대부분의 동기생들과 마찬가지로 법률가의 길을 원했다. 하지만 졸업과 동시에 그 꿈은 강제 유예될 수밖에 없었다.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한인 1.5세와 2세 연결하는 가교 역할 꿈꾸는 이승일씨
유치원에도 들어가기 전 캐나다에 이민 온 한인들을 1.5세라고 해야 할까, 2세라고 해야 할까. 굳이 표현하자면 한인 1.5~2세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1.5세와 2세 사이에도 차이점이...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22, 한인사회 대표 극단 하누리 “웰컴투동막골”로 돌아오다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매년 가을, 밴쿠버 조선일보와 극단 하누리는 마치 깨져서는 안 될 약속이라도 한듯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밴쿠버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극단 하누리, 좀 더...
"한국식으로 일하고 네트워킹한 것이 비결" BMO 저스틴 김 지점장
수많은 한인들이 캐나다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한인 1.5세나 2세가 캐나다 사회 깊숙이 진출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최근 캐나다인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을...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인생 최고 연기
영화배우 이정현이 밴쿠버를 찾았다. 최근 주연을 맡은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제34회 밴쿠버국제영화제(VIFF)에 초청되면서 방문한 것.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열심히 살면...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