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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모임]한인사회 대표 극단 하누리 “연극아, 노올자~”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5-16 13:13

여행사 직원 정훈희, 일식 요리사 윤명주, 영화 세트 제작자 김현석, 그리고 전직 아나운서 윤시나씨까지. 판이한 직업을 지닌 이 네 사람이 공통으로 연애걸고 싶은 대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연극. 한인사회 대표 극단 “하누리”의 주축 4인방을 만났다.



벌써 사반세기, 우리가 잡음 없이 지내온 비결은?
“열심히 그리고 제대로 즐긴 덕분이죠”

하누리의 첫 역사는 1989년 새겨졌다. 그해, 밴쿠버 한인 인구가 부쩍 늘기 시작했지만, 그 규모는 지금과 비교할 때 여전히 초라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이 신생 극단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밋밋하지 않았다. 우선 산파를 자처한 다섯 명의 발기인이 있었다. 그리고, 모국어로 된 연극을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됐다는 소식에 단원 열다섯 명 정도가 모였다. 이들 중 한 명인 정훈희씨는 “그저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여 뭐라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 뿐이었다”고 창단 당시를 소박하게 회상했다.  

이후 25년이 흘렀다. 하누리가 한인사회 주요 문화단체로 자리매김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확실히 하누리는 이름 뿐인 단체가 아니었다. 거의 매해 정기 공연이 이어졌고, 한국의 전업 연출가나 배우를 초빙해 실력을 가듬기도 했다. 하누리의 최근 작품들, 그러니까 2011년 “짬뽕”, 2012년 “오동리 소방서”, 2013년 “논두렁 연가”는 지금 당장 대학로 무대에 올려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초 하누리의 새 대표로 선출된 윤명주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열심히 그리고 제대로 놀았던 결과”다.


하누리가 창단된 지 벌써 25년, 그런데도 여전히 뭔가 풋풋함이 느껴집니다. 이렇다 할 잡음 없이 단체가 잘 꾸려지고 있다던데, 다른 단체들이 참고할만한 운영 비결 같은 게 있습니까?
정훈희(이하 정)  사람들 모인 곳에 왜 갈등이 없겠어요. 소소한 불협화음은 저희 역시 경험했죠. 하지만 극단이 만들어진 본래의 취지, 기본 틀 같은 건 늘 지켜졌습니다.

기본 틀이라… 그게 뭔가요?
정  연극에 대한 애착이죠. 연극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여서인지 틀이 깨질만한 “큰 싸움”은 일어날래야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누리 대표가 새로 선출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윤명주(이하 윤)  제가 맡는 걸로 됐는데, 좀 걱정이에요. 스스로 생각해도 제가 대표를 할만한 그릇은 아닌 것 같거든요. 저는 연극을 통해 “놀고 즐기는 것”이 좋을 뿐이지, 뭔가를 통제하고 운영하는 건 좀 서툴러요.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주어진 역할이 있겠지요. 그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 믿고 싶습니다.

(지금은 일식 요리사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이민 오기 전까지만 해도 연극은 윤명주씨에게 생업이기도 했다. 그는 극단 “작은 신화”의 소속 배우였고, 조명감독으로도 오랜 시간 일했다. 주변에서는 그런 그를 두고 “연극 빼면 할 게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뼛속부터 “연극쟁이”인 셈이다.)

대표로서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뭔가요?
 돈 걱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더군요.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면 극장 대관료부터 각종 제작비까지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니까요. 하누리는 비영리단체로 등록되어 있는데, 이를 토대로 어떻게 후원을 받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지금 알아보고 있습니다.

김현석(이하 김)  제 생각엔 티켓 판매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수준 높은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면, 관객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겠지요.  이것이 우리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김현석씨는 메이저급 영화의 미술 담당자로 “잘 나가는” 인생을 살고 있다. 한국에서의 꿈은 뮤지컬 배우였는데, 그 꿈을 하누리를 통해 절반 정도는 이루었다. 최근 작품인 “논두렁 연가”를 연출하면서, 그 연출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하누리 단원들이 생각하는 현석씨의 가장 큰 수확은 바로 결혼, 그는 하누리에 입단하면서 지금의 아내 윤시나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이 극단이 배출한 공식 커플이다.)

그런데 지금 얘기한 “수준 높은 공연”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제작비는 꼭 필요한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회원제 같은 걸 운영해 볼까 고민 중이에요. 매년 공연 때가 되면, 공연 준비하느라 바빠서 그런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회원제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회원들에게 하누리 소식을 정기적으로 알리고, 우리의 연극을 소개하다 보면, 저절로 응원을 받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하누리가 있어 즐겁다" 생업에 지칠 때도 이들은 연극을 위해 매번 자리를 함께한다. 
사진 왼쪽부터 김현석, 윤시나, 정훈희, 윤명주씨. 사진=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연극과 인연을 맺는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게 그냥 자신을 보여주는 것”

“예비 회원들”에게 선보일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요즘에는 워크샵 활동에 치중하고 있어요. 정기공연 작품이 선정되면 거의 매일 만나 연습에 매달리지만, 올해에는 좀 느슨하게 가려구요. 버나비아트카운슬 내에 있는 갤러리가 워크샵 장소인데,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이곳이 저희의 놀이터가 됩니다.

워크샵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워크샵은 선배들이 후배들을 가르친다기보단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어요. 매주 한가지씩 주제를 주고, 이를 몸동작으로 표현해 보는 거죠. 이번주 주제는 문(門)이었어요.

표현 형식은 무엇이든 상관 없어요. 주제에 맞는 대사를 만들어도 좋고, 춤을 춰도 좋고… 이런 모습을 보고 즐기는 걸 저는 “노는 것”이라고 불러요. 저절로 신이 나니까요. 

그런데 경험 없는 사람이 낯선 누군가 앞에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 이것 좀 뻘쭘할 것 같은데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렸을 때의 저는 무척 소심했어요. 무대 공포증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것도 있었고…. 그 태도가 완전히 고쳐진 건 아니지만, 연극을 하면서 많이 나아졌어요. 텅 비워있는 무대를 나의 몸동작, 나의 목소리로 채우는 것, 이게 연극의 매력 중 하나에요.

워크샵 프로그램은 단원 중 누가 주로 준비하나요?
윤시나(이하 시나)  남편(김현석씨)과 둘이서 함께 짜고 있어요. 예전에는 워크샵 같은 게 없었는데, 신입들 들어오면 뭔가 색다른 재미를 주고 싶었지요. 그래서 워크샵이 시작된 거에요. 대본 하나 없이 즉흥극을 꾸리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반응이 꽤 괜찮습니다.

 워크샵을 하다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요.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더욱 선명히 알아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상대방이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내 호흡과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말해 주니까요.

어느 정도는 연극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워크샵 참여가 가능하겠군요.
 전혀요, 그렇지 않아요. 하누리 단원 중에서 처음부터 무대 경험이 있던 사람은 거의 없어요. 대부분 하누리에 들어오고 나서 연기를 시작했죠. 하다 보면 편안해지고, 재밌어지고, 익숙해집니다. 나중에 무대에 오르게 되면 살아있다는 어떤 희열까지 경험하게 되죠.

하누리 단원들은 삶을 온전히 즐긴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연극이라는 “취미”가 있어서인가요?
김  물론이지요.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자주 만나, 그 기운을 뿜어내게 되니까 삶이 저절로 즐거워지죠. “인생이 연극이다”라는 얘기를 종종 하잖아요. 인생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주인공인데, 그 인생을 연극은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시나  주변에서도 저를 많이 부러워해요. 보통 사람들은 일하고 애키우는 게 일상의 거의 전부인데, 저희는 그렇지 않으니까.
 맞아요. 그런데 저는 “무조건 취미가 있어야 한다”는 어떤 의무감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태도로 연극을 대하다 보면,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이 부담스럽게만 다가 오겠죠. 거창하지 않게, 그냥 한번 경험해 보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게 연극과 인연을 맺는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요?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입단 관련 문의 (778)887-1321, (778)829-8437 이메일 hanureedram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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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짬뽕"부터 지난해 "논두렁 연가"까지. 특히 익살스런 댄스로 포장된 "논두렁 연가"의 마지막 장면은 
한인사회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사진제공=하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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