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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 평생 잊지 못할 ‘울림’을 선사한다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2-21 11:01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북이 먼저 나선다. 꽹과리와 징이 어우러지나 싶더니 단숨에 장구가 치고 들어온다. 이어 다시 징의 깊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이들을 감싼다. 순식간에 네 개의 타악기 소리가 하나가 된다. 듣는 이의 어깨가 들썩인다. 흥에 겹다. 바로 ‘사물놀이’다. 

사물놀이와 함께 36년 동안 세계를 누비며 우리의 소리를 전한 김덕수(62)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연희과 교수와 그의 사물놀이패가 다음 달 밴쿠버를 찾는다. 공연은 3월 15일(토) 오후 8시 UBC 내 챈 센터(Chan Centre)에서 열린다.

공연을 한 달 앞둔 지난 17일, 전화를 통해 김 교수를 미리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이번 밴쿠버 공연에 대해 "관객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한국의 울림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 ▲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 교수 ⓒ Chan Centre >

- 밴쿠버 공연을 결정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UBC 챈 센터에서 공연 요청이 있었습니다. 밴쿠버와 인연이 깊은데도, 한 10년 동안 가보질 못했습니다. 공연 덕분에 모처럼 밴쿠버를 찾게 됐습니다. 설레기도 하고, 기다려지네요."

- 어떤 인연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1964년부터 해외 공연을 다녔으니까… 올해가 딱 50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셀 수없이 많은 공연을 다녔지요. 모든 공연을 머리에 담지는 못해도 특별한 경험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1978년 처음 사물놀이가 세상에 나오고, 1986년 월드 드럼 페스티벌(밴쿠버 엑스포)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무대에 오른 적이 있었어요. 세계 타악인들과 어울려 연주한 특별한 경험이었지요. 당시 개최지가 밴쿠버였어요."

- 이번 공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높습니다.
"여러 가지 공연 레퍼토리가 있지만, 이번에는 오리지널 레퍼토리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현지인과 교민 모두를 아우르는 데는 가장 걸맞다고 판단했지요. 일단 1부에서는 복을 가져다주는 축원의 의미를 담아 ‘비나리’로 시작합니다. 장구로 장단을 주고받는 ‘삼도설장고가락’과 꽹과리·장구·북·징의 장단이 어우러지는 ‘삼도농악가락’으로 이어지죠. 그리고 2부에서는 사물놀이의 원형인 풍물 농악의 재미와 원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판굿’으로 신명 나는 무대를 선보입니다."


<▲ 설장고가락 공연 ⓒ Chan Centre>

- 사물놀이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느 민족이라도 그들만의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리듬에 우리의 신명을 불어넣어 주면 저절로 우리를 따르고 좋아합니다. 사물놀이 속에는 한국인의 민족성과 에너지가 녹아 있어요. 그 어떤 것보다 우리에게 딱 맞는 음악이라는 이야기죠. 해외 공연을 다니다 보면 외국인들도 이에 공감하는 모습을 봅니다. 장르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리듬에 공감하니까요. 그렇게 전달되는 한국 고유의 에너지에 감탄하는 것이지요. 박수와 환호가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겠지요."

- 해외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이 어떻다고 보시는지요.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이 옛날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한류라는 붐까지 생기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죠. 그런데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미학을 알리는 데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낍니다."

-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보십니까.
"문화의 본질은 교육이지 않겠습니까. 우리 전통문화만 보더라도 다양한 예술 문화가 숨 쉬고 있죠. 문화의 보급이 아닌, 학문적으로 음악을 알리는 데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외국 사람들이 우리 소리를 배우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태권도가 그랬듯이 이제는 꽹과리·장구·북·징의 차례입니다."

- 이번에 공연뿐 아니라 사물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워크숍을 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겠군요.
"그렇죠. 한국 전통 음악의 참맛을 현지인들에게 소개하고자 워크숍을 마련했습니다. 워크숍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과 전문 타악인을 초청해, 사물놀이 타악기의 기본 장단을 소개할 계획입니다. (챈 센터 측에서)미리 신청을 받는다고 했는데, 마감이나 됐는지 모르겠네요. 하하."
 
- 밴쿠버에서 제대로 된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번 공연에 대해 한인과 한인 2세들의 기대가 높습니다.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우리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에게 있는 아름답고 위대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무대가 최상의 무대라고 생각해요. 이날 공연에서 한국인의 강한 에너지를 ‘울림’을 통해 한껏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판굿 ⓒ Chan Centre >

김덕수는...
1952년 대전 출생. 1959년 불과 일곱 살의 나이에 ‘전국농악경연대회’에 참가해 대통령상을 수상, 일찍부터 장구의 신동으로 불리게 됐다. 여러 명인으로부터 남사당 전 종목을 사사했고 아버지의 남사당패를 따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다. 1964년 남사당패가 해체된 이후 1978년 김덕수는 사물놀이 연주단을 창단, 현재까지 전세계에 한국의 신명나는 리듬을 전파하고 있다. 


김덕수 사물놀이 밴쿠버 공연 일정
일시: 3월 15일(토) 오후 8시
장소: UBC 챈 센터(Chan Centre)
입장료: 36달러~72달러

* 예매 사이트 티켓마스터(ticketmaster.ca)를 통해 2월 28일까지 티켓 구입 시 할인 코드에 KOREA를 입력하면 10달러를 할인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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