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실업인협회 한대원 회장
BC주정부가 주류법 개정을 목적으로 주정부 공식 홈페이지( http://engage.gov.bc.ca/liquorpolicyreview/)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에 그로서리 업계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매장 내에서 주류 판매를 허용해 달라는 요청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한인 사업자들의 속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대원 BC실업인협회 회장은 “주류법 완화는 한인사회의 숙원사업이었다”며 “대다수 관계자의 바람대로 식품점도 주류를 취급할 수 있게 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 회장을 통해 주류법 개정과 관련된 한인사회 그로서리 관계자들의 입장을 들여다 보았다.
“본보 보도 후 관련 문의 전화 하루에도 수차례씩 걸려와”
주정부는 “사회 안전성과 소비자의 편리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겠다”며 지난 7월부터 주류법 개정 움직임을 보여왔다. 주정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파머스 마켓에서 와인 등을 판매할 수 없는 것 ▲술집용 주류 면허 취득이 까다로운 것 등이 손봐야 할 주류법의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한인사회의 바람은 그로서리나 편의점 내 주류 판매 허용에 거의 집중된 모습이다.
-주류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한인사회, 특히 식료품점 종사자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밴쿠버 조선일보의 보도(http://vo.to/8C7) 이후에, 협회 측에 주류법 개정과 관련된 문의 전화가 수차례씩 걸려 오고 있다. 다들, 최소한 그로서리 운영자들만큼은 주류법이 사업자에 이롭게 바뀌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법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 보이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가?
주류법을 손본다는 얘기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총선을 전후로 정치권에서는 주류법을 완화하겠다는 내용을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흘리곤 했는데, 막상 선거가 끝나면 없던 일이 되어 버리곤 했다.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집권 여당, 그러니까 주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주류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아마 처음인 것 같다. 때문에 이번에는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실협 회원들이 주류법 개정에 찬성하는 배경이 무엇인가? 일부에서는 엄격한 주류 판매 규제가 사회 안전성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런 의견도 일리가 있을 수 있지만, 사업자들의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최소한 맥주라도 팔 수 있게 된다면 가게 운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낡은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주류법 개정은 한인사회 그로서리 운영자들의 말 그대로 숙원사업이다.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부양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당연하다. 소규모 사업자들의 체감 경기는 거의 바닥에 가깝다. 소매 매출 통계는 예년과 비슷하다고들 하지만, 그 열매는 대부분 대형 유통업체들의 몫이다. 식료품점 사업은 89년부터가 붐이었고, 2000년대 반짝 상승했지만 그 이후로는 많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폐업하는 사람들도 많아다. 얼마 전에도 어떻게 하면 가게를 정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를 받기도 했다. 통합소비세(HST)가 폐지되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효과도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상당수 가게가 매출이 늘지 않았다.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다고 해도 좋았던 시절과 비교하면 매출이 30에서 40% 정도 가량 줄었다고 볼 수 있다.
-통합소비세 폐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았나? 실협도 통합소비세 폐지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히 담배 판매가 늘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담배가 그로서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소비세가 없어진 후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했는데도, 담배 판매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대원 실협 회장은 "주류 판매가허용되면 소규모 업체들의 숨통이 그나마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 판매 허용되면 소규모 식료품점 그나마 숨통 트일 것”
-그래서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판매 품목에 주류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정부 측도 알아야 할 식료품점의 애로점은 또 있다. 특정 담배회사가 거래하는 가게마다 유통 마진을 차등 적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소규모 영세업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른바 큰 업체들, 담배를 많이 유통하는 업체에는 큰 이익을 주고, 동네 작은 가게에는 더 비싼 가격으로 담배를 공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동네 가게의 입지는 계속해서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가 심각해졌는데, 이렇게 되기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었나?
처음에는 그 담배회사에 대해 그로서리 운영자들이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주문만 하면 담배를 배달해 주었기 때문에, 따로 도매상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게 큰 이유다. 하지만 배달 서비스가 시작된 지 2,3년이 지난 후에 불평등한 유통 마진이 적용됐다. 이후에 실협 차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제소하고, 바위에 계란 던지는 심정으로 시위도 진행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는 것 같다. 담배회사는 우리가 상대하기엔 공룡 같은 존재다.
-다시 주류법 개정 문제로 돌아가 보자. 이와 관련해 주정부와 따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는가?
실협의 미흡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별도의 접촉 창구가 없다. 지금으로서는 회원을 상대로 의견 개진을 독려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인 듯 싶다.
-그래도 정치권을 통해,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인 정치인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9월 18일자로 BC신민당(BC NDP) 신재경 주의원에게 이번 일과 관련해 문의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현재(9월 25일)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어서 답답한 심정이다. 신 의원이 집권당이 아닌 신민당 소속이기 때문에, 우리의 문의에 어떠한 답도 하지 않고 있다는 추측만 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 수렴 차원에서라도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신 의원은 신민당의 소기업 부문 논평담당으로, 이번 주류법 개정 움직임을 주의깊게 들여다 봐야 하는 위치에 있다. 신 의원은 지난 8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인사회에게 실제적 도움을 주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날 인터뷰는 주의원 당선 후 거의 두달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주류법 개정 담당으로 주정부는 존 얍(Yap) BC주의원을 임명했다. 얍 의원은 주정부 홈페이지( http://engage.gov.bc.ca/liquorpolicyreview/)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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