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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유롭고 더 용감해지고 있어요”

이광호 기자 kevi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6-27 16:41

8집 내고 북미 무대 진출하는 재즈가수 나윤선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른 채 유학을 떠났고 십 년 만에 성공적인 재즈 뮤지션이 됐다. 주 무대인 프랑스에선 문화예술 공연훈장까지 받았다.

세계적인 뮤지션은 세계를 다니며 노래를 부른다. 나윤선의 공연 일정은 가히 살인적이다. 8집 ‘렌토(Lento)’ 발매와 함께 시작된 월드 투어는 5개월 동안 유럽과 아시아, 북미, 태평양 섬나라까지 넘나들며 50회가 넘는 일정을 소화해낸다. 이동 시간을 빼면 거의 매일 공연인 셈이다.

그런 그녀가 밴쿠버를 찾았다. 올해 28번째를 맞는 밴쿠버재즈페스티벌에 초대돼 25일 그랜빌 아일랜드 퍼포먼스 워크(Performance Works)에서 관객과 만났다. 전날 미국 시애틀 공연을 마친 후 밴쿠버 공연 당일에야 도착했다. 그 전날은 샌프란시스코 무대에 섰다.

다음날 오후 뉴욕 공연을 위해 떠나기 전 기자와 만난 나윤선은 기회가 된다면 서북미 투어를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말이 ‘월드투어’이지 일상은 고행입니다.
“투어 다니면 그날 도착해 그날 공연하고 그날 떠나는 게 99% 예요. 공연 주최 측 여유가 넉넉지 않은 사정도 있고요. 짐 싸기 대회 출전해도 뒤지지 않을걸요. 공연 끝나고 사인회까지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면 새벽 2시쯤 되거든요. 그런데 새벽 6시 출발이라면 잠도 못 자고 정신없이 가방 챙기는 거죠. 정리는 생각도 못하고. 다음 공연지 도착해 짐 풀면 TV 리모컨이 나올 때도 있어요. 물론 다 돌려드리고요.”

-빡빡한 일정에 무대 의상 챙기기도 고민이겠습니다.
“공연 보러오신 분들이 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시잖아요. 그걸 본 친구가 저보고 ‘넌 옷이 하나밖에 없냐’고 핀잔주더라고요.(웃음) 한달 쉬지 않는 공연일정이라면 대여섯 벌 정도 챙겨요. 한국에서 주로 구하는 데 얇고, 가볍고, 안 구겨지고 그런 걸로요.”

-어제 공연 어땠습니까.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공연 중간부터 일어나 손뼉 쳐주시고. 재즈 페스티벌 덕인지 밴쿠버 관객 수준이 무척 높네요.”

-한국 관객도 많이 보이던데요.
“그러게요. 많이 와주셨어요. 특히 어르신들이 오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가끔 조명이 객석을 비출 때 한국분들이 보이거든요. 감동적이죠. 노래 부를 때마다 힘 나요. 객석에 계시는 걸 보면”

-평소 말하는 모습과 노래 부를 때 모습이 너무 달라 ‘무섭다’는 분도 있더군요.
“저는 제 공연 모니터링을 안 해요. 쑥스럽기도 하고 잘못한 것만 보이거든요. 종종 ‘무당이냐’는 평도 듣지요. 그게, 참 모르겠어요. 어떻게 보면 한국사람이라는 게 작용했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국악 공연을 봐도 신명이 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서양사람과 다른 점이 있잖아요. 한국의 피, 이런 게 아닐까. 한편으로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제가 재즈를 늦게 시작했고, 어려서부터 들은 것도 아니고.... 재즈는 ‘이래야한다’가 없거든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맞는다고 배워서 특별히 ‘이건 안돼’ 이런 게 없이 막 하고 있어요.(웃음)”

-밴쿠버 단독 공연도 해볼 만 할 텐데요.
“유럽에서는 알려진 편이지만 북미에서는 제가 무명이에요. 새 앨범도 다른 지역에선 3월에 발매됐지만 미국에선 6월 22일에야 나왔어요. 밴쿠버 공연하고 싶어요. 일반 관객도 물론이지만 한인들이 조금만 도와주시면 잘 될 것 같아요.”

-새 앨범 반응은 어떻습니까.
“지역적으로 선호하는 곡에 차이가 있기는 해요. 한국 분들은 한국 곡 좋아하고요. 프랑스에선 드라마틱한 곡들을 좋아해요. 러멘트(Lament) 반응이 좋은 편이에요.”

-러멘트 가사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전 그렇게 어두운 사람이 아닌데 곡을 쓸 때면 슬픈 곡이 잘 써지더라고요. 여자분들이 좋아해요. ‘내 이야기야’ 이러면서.”

-어제 샹송 부를 때 눈물이 살짝 보이던데요.
“제가 잘 울어요. 남이 우는 걸 보면 100% 울거든요. 기쁘거나 슬프거나 상관없이. 어제 그 곡(아베끄르땅·Avec le temps)은 연세 드신 관객이 많이 눈물을 보여요. 프랑스에서 공연하면 대부분 울거든요. 공연 때 그분들 안 보려고 일부러 천장 보고 부르기도 해요. 그래도 가끔 보면 기분이 좀 그렇더라고요. 그분들 때문에 제가 울죠.”

-8집에도 아리랑이 들어있습니다. 듣는 사람이 ‘한’을 이해합니까.
“굉장히 좋아해요. 제가 아리랑을 부르면 외국 관객이 아주 많이 울어요. 믿기 어렵죠? 부르기 전 슬픈 사랑 노래라는 설명을 하기는 하지만 곡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폴란드에서 부르면 자기가 어렸을 때 들었던 곡이라고 하고, 북유럽에서는 위안을 주는 음악이라 해석하기도 하고요.”

-최근 일탈(逸脫)한 적 있습니까.
“일탈.... 시간이 없어요. 그걸 할만한. 사실 여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책임감이 크죠. 그게 지금은 더 많아요. 약속이니까 공연은 해야 하고 제가 정신을 차리고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죠. 일탈은 나이 먹어서 하려나요?”

-매일매일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까.
“제가 좀 더 용감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나아지는 점도 있죠. 나이 들면서 저음이 더 내려가는 거라든지.... 우선 자유로워져요. 재즈라는 음악이 자유롭잖아요. 아직 멀었지만 더 자유로워지고 더 용감해지고 해보고 싶은 것 하면서 좀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이광호 기자 kevin@vanchosun.com


8집 '렌토'를 내고 북미 시장에 진출하는 나윤선은 밴쿠버재즈페스티벌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무대에 서면 자신도 모르게 달라진다"고 했다. (사진=허브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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