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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가타마루 사건과 캐나다의 사과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7-26 12:26

20세기 초 캐나다는 아시아계 이민자를 막기 위해, 캐나다 이민 희망자를 태운 배는 출항 후 타국 항구를 기항하지 않고 바로 캐나다 항구에 입항해야 한다는 희한한 법을 만들었다.

대서양을 건너는 배들이나 중간에 기항하지 않고 캐나다 항구에 입항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아시아계를 배제하려고 만든 법이다. 당시 인도나 중국 등지에서 태평양을 건너오려면 대부분 선박은 보급을 받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1914년 주로 시크교인으로 구성된 인도계 376명을 태운 일본 국적 선박 고마가타마루호가 밴쿠버항에 들어왔을 때, 승객이 내릴 수 없게 캐나다정부는 이 법을 들이댔다. 홍콩을 출발 중국 상하이와 일본 요코하마를 기항한 배라는 이유다.

사실 고마가타마루에 승객을 태운 사람은 쿠르딧 싱 산두(Sandhu)라는 부유한 인도인으로 아시아계의 이민을 막은 캐나다정부에 항의한다는 목적도 두고 있었다. 목적은 달성되지 못했다. 2개월간 밴쿠버항에 머물던 배는 당시 보수당(Conservative) 정부의 결정에 따라 인도, 캘거타로 귀환하게 된다.

밴쿠버를 떠날 때 캐나다 해군함은 대포를 고마가타마루를 향해 겨누었다.

귀환자들은 영국의 식민지 인도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이들을 체재 저항세력으로 보고 못마땅하게 여긴 영국경찰이  선박에 올라 체포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해, 승객 20명이 숨졌다.

이 일에 대해 캐나다 정부가 사과를 발표하기까지는  94년이 걸렸다. 2008년 5월 캐나다 연방하원은 고마가타마루호 사건(the Komagata Maru incident)과 이 사건으로 영향을 받은 이에게 공식으로 사과했다. 같은 해 8월에는 보수당의 대표를 겸하는 스티븐 하퍼(Harper) 총리가 써리시를 방문해 인도계캐나다인 커뮤니티에 사과를 전달했다.

이번에 캐나다는 과거의 과오를 기록한 코마가타마루 기념비를 밴쿠버 시내 하버그린 공원(Harbour Green)에 24일 제막했다. 제이슨 캐니(Kenney) 이민부 장관은 현장에서 “인도인 후손 중에 몇몇이 경험한 이민 제한은 우리 나라의 불행한 역사”라며 “기념비는 이런 과거를 기억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캐나다는 대국이다. 물론 사과에 3세대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또 20세기 초반에 인도계를 내쫓았던 보수당 안에 이제는 많은 인도계 당원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인도계는 자체적인 모금과 타민족과 연대한 공론화를 통해 사과가 있게한 주역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런 부분보다는 기자는 오래된 과오도 기억하고, 자정기능을 통해 스스로 정리하고 사과할 줄 아는 이 사회의 성숙함을 주목하고 싶다.

이런 캐나다의 모습은 한국에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를 기리며 세워진 소녀상을 대하는 일본과 대조를 이룬다. 소녀상 말뚝사건이나 니콘사의 ‘위안부 사진전’ 취소 및 이후 전시회 출입 통제 사건을 볼 때, 일본은 제대로 사과할 줄 모른다.

국가의 사과는 실수에 대한 교훈을 후대에 남길 때 진정성이 보이기 마련이다. 사과의 횟수보다 이 점이 더 중요하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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