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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나무를 아십니까?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7-16 16:25

밴쿠버를 빠져나가 동쪽으로 랭리나, 호프, 캐네디언 록키를 향해 낮에 간다면 이 나무를 보게 된다.

포트맨브리지를 건너 1번 고속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써리 구간을 달리다 보면, 오른편에 얼핏 눈에 들어오는 나무가 하나 있다.  캐나다 국기인 메이플리프(Maple leaf/ 캐나다 국기)와 하얀 십자가로 장식된 나무다.  176가와 200가 나들목 사이에 있다.

신기한 나무는 아니다. 밴쿠버 주변에 흔한 더글러스 전나무(Douglas fir)다.  단지 메이플리프가 걸려 있어서 눈길을 잠시 끌 뿐이다. 누군가 애국심에 불타는 사람이 그런 장식을 해놨거나, 하얀 십자가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인근에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사람이 있겠거니 하며 그 앞을 지나곤 했다.

최근 지인에게 듣게 된 그 나무의 이름은 ‘찰리의 나무(Charlie’s Tree)’다.

찰리는 거의 100년 전 사람이다. 당시 어린 찰리는 그 나무 주변을 놀이터 삼아 네 명의 친구와 뛰놀았다. 1차 대전이 발발하고 찰리와 나머지 넷은 군에 입대해 유럽 전선에 투입됐다. 종전 후 그 나무 곁에 돌아온 사람은 공군으로 출전했던 찰리 뿐이었다.

하얀색 십자가 밑에 1919는 친구들의 전사 연도를 뜻한다. 찰리는 나무에 담쟁이를 심고 친구를 추억하며 가꿨다고.

그러나 1960년, 캐나다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되면서 찰리의 나무도 베어질 위기에 처했다. 찰리는 친지들과 함께 나무를 지키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 당시 교통부 장관과 면담까지 한 결과 원래 직선 구간으로 설계됐던 고속도로는 찰리의 나무를 피해 살짝 곡선으로 바뀌었다.  

나무를 지켰던 찰리 퍼킨스(Perkins)씨는 고인이 됐지만, 캐나다 재향군인회 월리지부가 나무를 보호하고 있다. 매년 11월 11일 리멤브런스데이 때마다 나무 앞에서 행사도 있다.

기억이 발붙이기 어렵게 모든 것이 빨리 변해가는 도시에 아쉬움을 느낀이라면, 분명히 100년 전 뛰놀었던 아이들의 기억과 친구에 대한 애틋함을 담고 있는 찰리의 나무를 보면 다른 느낌이 있을 듯싶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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