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동화] 내가 최고라니까!

조정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8-05-14 13:03

조정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열대어 가게 안은 어둡고 촉촉한 습기가 가득했어요. 바닷속 같은 수족관에는 예쁜 열대어들이 수초 사이로 몰려다녔어요. 구석진 수족관에서 거북이들이 가게 안을 살필 때, 주인아저씨는 무언가를 망설였어요.
 “어쩔 수 없지, 작은 유리병을 사 올 때까지---.”
열대어 가게에 팔려온 우리 베타 피시들은 한 수족관에 넣어졌어요. 그 전에 우리들은 작은 유리병에 혼자 살고 있었어요. 우리는 곧 서로 아름다운 꼬리를 뽐내며 자랑했어요. 
“잘 봐, 내 파란 꼬리는 세 겹의 왕관 모양이야! 내가 최고라니까!”
“흥, 내 분홍 꽃잎 모양 꼬리가 더 멋져!”
“아니, 투명한 반달 모양 내 꼬리보다 멋지다고?”
일대일 결투가 이쪽저쪽에서 벌어졌어요. 서로 주둥이와 주둥이를 마주하고 눈에 힘을 모았어요. 나는 지느러미를 곤두세우고, 아가미 덮개를 뒤집어 몸을 크게 만들었어요. 그때 휙 휙 물살을 가르던 반달 꼬리 베타 피시가 내 꼬리를 꽉 물었어요.
 “아야! 제발 놓지 못해.”
 “네가 최고라고 한 말 취소하면.”
 숨을 죽이고 항복 사인을 보내던 나는 그만 수족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어요.
“안 되겠어. 이놈들은 절대 같이 살 수 없는 놈들이야. 빨리 내다 팔 수밖에.”
  다음날, 나는 다른 베타 피시들과 비닐봉지에 담겨 한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앞으로 실려 갔어요. 학교 공부가 끝나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어요. 한별이는 재빨리 휴대전화로 내 사진을 찍어 엄마한테 보냈어요. 
“엄마, 나 강아지 대신 베타 피시 기르면 안 될까? 이 열대어는 멋진 발레리나 같아!”                                          
“음---, 어항 물을 깨끗이 갈아주고 먹이도 잘 준다고 약속하면.” 
 다음날부터 학교에서 돌아온 한별이는 허둥지둥 내게 다가왔어요. 한별이가 어항 속으로 먹이를 뿌려 넣으면, 나는 꼬리를 흔들며 헤엄쳤어요. 물 위에 동동 뜬 먹이들은 물살을 따라 맴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어항 속이 어두워졌어요. 물 위로 내가 머리를 내민 순간, 그만 한별이의 화 난 얼굴과 딱 마주쳤어요. 
 “감히 우리 나풀이 에게 도전장을! 엄마, 원이가 멋진 베타 피시를 샀다고 막 자랑했어. 언제 한 번 나풀이랑 싸움을 붙여 보재.” 
 “한별아, 싸움은 절대 안 돼. 내가 최고라며 싸우는 베타 피시들은 아주 위험해.”
 “그럼 점프 훈련을 시켜볼까.”
   어느 날, 식구들이 함께 모인 저녁 시간이었어요.           
“엄마, 나풀이가 기운이 없어. 나풀아, 점프, 점프해봐!”
나는 수초 사이를 힘없이 맴돌았어요. 물 위로 점프도 하기 싫었어요. 매일 혼자 노는 일이 정말 지루해졌어요. 
‘새 친구가 생긴다면, 절대 내가 최고라고 뽐내지 않을 텐데---.’ 
“엄마, 나풀이가 혼자 너무 심심한가 봐. 새 친구랑 같이 살게 하면 좋겠어.” 
 며칠 후, 집안으로 뛰어들어 오는 한별이 손에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어요. 그 속에 연둣빛 베타 피시가 물방울을 만들며 내게 인사했어요. 나는 꼬리를 활짝 펴고 물 위로 머리를 내밀어 새 친구를 맞이했어요. 
“너처럼 친절한 베타 피시는 처음이야. 네 파란 왕관 모양 꼬리는 최고로 멋져!”
“네 반짝이는 연둣빛 꼬리도 너무 아름다워!”
우리는 온종일 수초 사이에서 숨바꼭질 하다, 함께 물 위로 뛰어오르기도 했어요.
“엄마, 나풀이가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기로 결심했나 봐!” 

한별이의 자랑스럽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니스에서 3박 4일 2024.03.18 (월)
프롤로그쓰레기와 개똥이 널려 있는 지저분한 도시, 니스Nice의 첫 인상이다.트램 역에서 예약한 호텔로 걸어가는 길은 지중해의 아름다운 도시라는 환상에서 깨어나게 한다. 역 주변엔 노숙자와 개가 퍼 질러 앉아 있거나 누워 있어 개똥과 쓰레기 투성이고,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상황은 심각해 발걸음을 떼 놓을 때마다 주의가 필요하다.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기며 도착한 숙소는 소박하지만 깔끔하고 종업원은 친절하다. 프랑스 말을 알아들을 수는...
강은소
3월의 일기장 2024.03.18 (월)
펼쳐보니뒤척였던 적보다 구겨졌던 적이 더 많았군요먼지 투성이로 처박혔던 것보다 나았다고혼자 위로도 해보지만눈 보라 쳤던 겨울밤에 웅크리던 낱말 들다시 덮을까요?여전히 봄은 멀어 보였죠나무 밑 다람쥐가 조심스레 도토리를 오물거리네요가난한 위장을찌그러졌던 속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듬더군요햇살이푸른 햇살이돌돌 말려 올라간 꼬리에 머무네요잔잔하게 바라봅니다조용히 덮었어요그리고 너덜거리는 일기장을 햇살에...
유장원
오래된 마음 2024.03.15 (금)
1‘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는 푸시킨의 시가 서두에 놓인 기사였다. 퇴근을 앞둔 마지막 교정이었지만, 이미 야근이 계속된 터라 피곤이 몰려왔다. 고골이 푸시킨을 200년에 한번 나올법한 작가라고 치켜세운 부분에서는 집중력을 잃고 교정지 위에 빨간 펜으로 기다란 선을 긋고 말았다. 그러다 나의 관심을 끈 건 뜻밖에도 푸시킨의 아내였다. 푸시킨은 러시아 상류층 사이에서 미인으로 소문났던 나탈리아 니콜라예브나...
고현진
추억 (안녕) 2024.03.08 (금)
  김회자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창가에 앉아  얼마나 많은 추억들이  비 소리에 섞여 흘러가는지    그리움이 강이 되어  가슴을 흔들어 놓고 한 줄기 빛처럼 비추는  지난날의 추억들이 퐁당퐁당 떨어진다   나를 과거로 이끄는  그리고 나를 현재로 되돌린 비의 속삭임이여 안녕.
김회자
낙타 세 마리 2024.03.08 (금)
박정은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복권이 윷놀이 상품으로 걸렸다. 구정을 맞아 주유소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들과 모여 윷놀이를 하는데, 남편이 복권을 상품으로 건 거였다. 주유소에서 복권을 팔기만 했지, 난 한 번도 복권을 사본 적이 없었다. 딱히 복권에 욕심은 없었지만, 그래도 기왕에 하는 윷놀이 열심히 해보지 싶었다. 열성껏 윷을 던진 결과 결국 몇 장의 복권이 손에 들어왔고, 난 그걸...
박정은
그리움 2024.03.08 (금)
최민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전지를 갈아 끼워도 가지 않는 손목시계처럼 그는 그렇게 그녀라는 길 위에 멈추어 있다. 그녀와 관련된 기억들이 그에게는 여전히 아프고 쓰리다. 이별의 모서리는 언제나 날카로워 돌아볼 때마다 마음이 베이지만 그녀라는 모퉁이를 통과하지 않고 우회하는 길을 알지 못한다 하였다. 진한 눈썹, 둥근 이마, 상큼하면서도 허스키한 탄산수 음색이 생각나 아직도 심장이 쿵, 떨어져 내린다 하였다....
최민자
밤의 날개 2024.03.08 (금)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수석고문고요가 조용히 날개를 펼칩니다팔랑이는 이파리처럼, 이파리의 날개처럼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산비둘기들이 마을로 내려옵니다내려와 잠드는 내 집 처마 끝에달빛을 비춰줍니다고요의 숨소리가 들립니다달빛도 긴 그림자의 그늘을 접고나뭇가지에 어깨를 걸치고 앉아고요가 잠든 집을 지켜줍니다 고요가 조용히 일어나 잠들려는 나를살짝 깨웁니다눈뜬 별들의 바다가 깊습니다나도 살짝...
이영춘
송년엽서 2024.03.04 (월)
1년의 폭은 365미터비껴 간 10년, 또 10년 우리 까마득히 멀어져보이지도 들리지도 눈을 감아요깊숙이 자목련 한 그루씩 심어요 먼 날자색 빛 노을 물드는 저녁 바다 이편에서바다 저편에서 목련 꽃비만후두둑 후두둑
백철현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