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극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어둠이 밝혀내는 황홀한 세상을
그대, 보셨나요.
실낱같은 잔뿌리들이
발끝을 함께 모아
캄캄한 땅속, 어미의 자궁벽을 허물고 나와
어둠 속에서 노래하는 희한한 세상을
그대, 들으셨나요.
이때
풀꽃과 나무의 꽃들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천천히 그것도 아주 느리게
보드라운 바람에도
낡은 햇살에도
새벽을 적시는 봄비에도
그리고
피는 꽃은
머리는 하늘을 이고
떨어지는 꽃은
온몸을 뿌리 쪽으로
그래서
꽃은 뿌리의 자식, 어둠의 후손
어둠이 밝음을 삼키는 이 세상
온갖 꽃들은 그래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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