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슬픔에게
이원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나는 너였다.
우리는 한 배를 타고 났다
어느 봄날, 너와 나
동산에 활짝 핀 꽃 구경 가다가
진흙탕에 넘어졌다. 미끄러졌다.
너는 엎어져 진흙탕을 내려다 보며
여기 비를 내린 하늘을 원망했지만
나는 엎어져 하늘을 올려다 보며
푸르게 깔깔 웃는 심술쟁이 뭉게구름을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
착실하게 쌓아 올린 명예, 재산, 지위의 상실
태산도 들어 움직일 듯한 젊음의 소멸
친구의 배신, 가난의 대물림, 꺾이는 자존심,
빈 대나무 속, 가을의 낙엽, 북녘 기러기, 황혼의 외길
이러한 내밀한 감정들에 걸려 넘어져
너는 종래 헤어나지 못했지만
껍질을 깨고 태어나는 독수리처럼
고치를 벗고 날아가는 호랑나비처럼
나는 곧 하늘을 향했다. 잠시의 주저함도 없었다.
기다리마. 너, 슬픔이여
나의 오랜 형제여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볼 때까지
껍질을 깨고 창공으로 솟을 때까지
기다리마. 네 곁에서
바로 네 곁에서 기다리는 나를
잊지 말아라.
잊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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