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강아지 콧잔등에 모기가 앉았다. 나를 심히 괴롭히다가 내 몸에 약을 뿌리니 그쪽으로 옮겨 간 것 같다. 내가 힘들었던 강도를 생각히니 쫓아 주어야겠다. 앗차 ! 그런데 코를 건드리는 것은 개의 자존심을 때리는 것이라지. 기침하고 머리를 흔들며 괴로워한다.
망서리다가 냅다 바람을 일으켜 쫓아 주었다. 미안하여 쓰다듬으려는데 화내기는 커녕 꼬리를 살랑대며 다가온다. 나를 무한정 믿는다. 우리 강아지는 눈곱 떼는 일을 싫어한다. 이뻐하는 척하고 다가가 눈곱을 떼려 하면 앓는 소리마저 낸다. 그래도 부르면 얼른 다가온다. 서운한 마음을 이삼 초도 갖지 않는다. 나를 많이 사랑한다.
강아지의 의심 없는 믿음 때문인지 나와 눈 맞춤하면 늘 내가 먼저 깜빡인다. 눈곱 없나, 세수해 줄까, 털 깎을 때 되었나 하면서 바라보다 미안해서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 틈을 타 내게 소망을 전달한다. 산책하고 싶다고.
버림받은 강아지의 독백을 읽었다. " 나는 하얀 강아지 몰티즈입니다. 어느 신혼부부의 집에 입양되어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얼마 후 주인은 여름 휴가차 나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가는 도중 휴게소에 섰습니다. 잠시 후 나를 잊었는지 주인의 차가 저 멀리 달려갑니다. 나는 열심히 뒤 쫓아갔지만 차가 나보다 더 빠릅니다. 고속도로엔 차들이 너무 쌩쌩 달립니다. 나는 무서워서 다시 휴게소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주워 먹고 한쪽 구석에서 잠을 자면서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유기견보호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여기서 기다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주인은 내가 어디로 갔는지 몰라 헤맬 텐데요. "
기발한 문구로 현혹하는 광고가 내 주머니를 마구마구 털어가고 난 뒤 오는 허탈감. '반이면 딱 맞아' 하면서 억울한 마음으로 집어오는 물건값. 공짜는 절대 없는 기막힌 이 시대에 아직도 무료는 살아있다. 누구에게는 꼭꼭 숨어 있기도 하다. 어떤 때는 마구마구 날아다니기도 한다. 잠에서 깨면 내 주먹에 쥐여 있기도 하다. 그런데 잘 챙기지 않으면 어디에 두었는지 금세 잊어버린다. 오늘 밤 기도하며 자야겠다. 낼 아침에 잘 챙기게 해 달라고. 앗차, 무엇이더라?
미안해,사랑해,고마워. 뗄레야 뗄 수 없는 한 몸. 무한정 공짜. 믿음, 소망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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