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 강은소
보리꼬리 이천 원
경산, 자인 장 할머니가 파는 거란다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 한 장
그 속에 꼬리 달린 보리 된 줄 모르고
조그맣고 낡은 플라스틱 소쿠리에
짝을 지어 물든 꽃봉오리 뭉치
수줍게 푸르른 녹색꽃양배추
보루바꾸 꼬리표까지 달고 있다
남의 나라 말소리 참 재미지게 따 온
할머니 글씨체는 정겹고 또 맛깔스러워
좌판 위 저 보리꼬리 자꾸만 살아나
실시간으로 싱싱해진다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한 그 할머니
손가락 마디마다 툭툭 불거진
멍울 같은 묵은 시간 속 어디쯤
어린 날이 쉴 줄 모르고 뛰는 것인지
키득키득 옛 친구들 실없이 웃는데,
태평양 먼바다를 지치지도 않고
순간 건너온 보리꼬리 사진 한 장
그 속에서 장 할머니처럼 다 늙어버린
내 어머니 짙푸르게 피어나고 있어
나를 호명할 때면 그냥 ‘수’하는
여기 사람들 이 마을에 내가 살고 있어
그렇게 마음 놓고 웃지도 못하고
홀로 깊은 시간에, 열없다 나는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강은소 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