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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렌토의 이발사 이야기

김유훈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7-07-22 09:49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이태리는 유럽 최대의 고대 국가로서 역사적,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이다. 그리고  그 곳의 도시들은 이름만 들어도 유명하다. 로마, 나폴리, 베니스 등등은 언제라도 가고 싶은 곳이다. 그러나 이곳 밴쿠버에도 오래전에 정착한 많은 이태리 이민자들이 살고 있어 그들의 고향 지명을 그대로 쓰고 있어 나름대로 향수를 달래고 있다. 특히 밴쿠버 시내 Commercial 이나 E.Hastings St.에는 지금까지 이태리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다.

 특별히 내가 말하고 싶은 분은 Nanaimo와 E. Hastings근처에는 이발관 “SORENTO”에서 일하는 한 이발사의 이야기이다. 모두 이태리 출신의 이발사들이 40년을 넘게 일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 중에 제일 연장자는 85세의 Vince 라는 분이다. 금년 9월이면 86세가 되신다. 벌써 4년전 그분은 이미 TV방송에도 , 그리고 Vancouver Sun 신문에 소개가 된 분이다. 이 분은 지난 해까지 일주일에 닷새 일을 하였다.

그러던 작년 여름 가게가 다른 사람에게 팔려 그분은 일하는 날이 이틀로 줄었다. 그러자 그분은 이력서를 만들어 써리 랭리 근처의 이발관을 돌아다니다가  랭리에서 하루 더 일하게 되었다고 자랑하셨다. 세상에, 85세의 나이에 이력서를 들고 다닌 분은 처음보았다. 내가 그 분을 잘 알게 된 사연은 바로 그 근처에서 아내가  작은 스모크 샾을  하고 있어 그곳의 단골 손님인 그분과 친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트럭일을 쉬게 되는 날에 아내를 도와 핼퍼를 하며 여러 손님들과  친하게 되었다. 특히  Vince는 집이 써리 Freser Heights에 있어 자주 왕래하며 더욱 친하게 되었다. 5500SF,그리고 3층 대저택에 주말농장 수준의 정원에서 각종 야채는 물론 아주 큰 무화과 나무까지 잘 관리하고 있다. 4년 전 그가 무화과 나무 몇 가지를 우리집에 갖고 와 심었는데 그중 두 가지가 잘 살아서 작년부터 우리집에도 무화과 열매가 열리고 있다.

지난 2월, 그 분은 전립선 수술을 하느라 한달 가량 일을 쉰적이 있었다. 그리고 몸이 회복 되자마자 다시 일하러 나온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많이 놀랐다. 이발일은 하루 10시간을 서서 하는 직업이다. 그럼에도 85세 되신 그분은 조금도 흔들림없이 자신의 단골 손님들의 머리를 깍아주며 일하는 모습에 놀라지 많을 수 없다. 지금 내  나이 70을 바라보는 이때에  그를  보며 “나도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일해 볼까?”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자신은 없다.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모든 것에 확신을 갖고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내 나이에  건강하여 미국과 카나다를 오가며 일할 수 있음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쏘랜토의 이발사 Vince 그 분 역시 일하는 것을 보면 그분에 비해 나는 청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주 나는 택사스에 다녀오는 길에 시애틀 근교 이사콰에 사는 딸의 집에 들러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애는 카나다, 미국 회계사로 미국 대기업 본사에서 부장으로 일하며 년봉이 대단하다. 때문에  나는 가끔 딸에게 가정사를 이야기를 하면서 무언가 기대해 보지만  이곳에서 교육받고 자란 아이라 직접적으로 곤란하게 말하지 않는다.  모처럼 두 부녀가 함께 하며 이야기 할 기회가 되서 약간  불쌍모드로 한마디 하였다.  “수정아, 아빠가 내년이면 70인데 트럭은 이제 좀 힘들구나. 열심히 일해서 은행 빚 다 갚으면 Retire할까보다.”라고 하니 딸애가 “아빠, 그래도 생활비는 벌어야지,”… “그리고 뭐 놀면 뭐해, 일하는게 낳잖아”..그리고 “아빠, 쿠루즈 빨리 예약해, 내가 보내 준다고 했잖아…” 나는 사실 약간 딸에게 기대하며 이야기 하다가 할 수 없이 계속 트럭운전을 해야만 한다는 정답만 듣게 된 셈이다.  

다음날 나는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딸이야기를 해 주었다. “여보, 수정이가 아빠 Retire 하지말고 일 더 하래, 그리고 생활비는 벌어야 한대” 그 말을 들은 아내는 “그럼, 수정이 말이 맞지, 당신 나이에 일이 있으면 고마운거 아냐? 그리고 놀면 뭘해, 물 들어 올 때 배 띄우는거 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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