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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7-07-05 09:21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까악” “까악”

어스름이 내려앉은 저녁 시끄러운 까마귀 떼의 울음소리가 음산하게 울려 퍼진다. 놀라서 내다보니 수십 마리는 되어 보이는 까마귀들이 이리저리 몸을 부딪치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서로를 공격하면서 격렬하게 울어대는 그 소리는 어두운 하늘과 어우러져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쉽게 끝나지 않는 그 싸움은 어둠이 사방에 깔리고 나무. 까마귀들만 실루엣으로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린다.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에 사람들도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지켜본다.

 이른 봄부터 아주 크고 잘 생긴 소나무에 까마귀 부부가 둥지를 틀었다. 잎이 무성한 가지 중간쯤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 안전하게 보금자릴 만든 부부는 열심히 번갈아가면서 알을 품었다. 우리도 매일 지켜보면서 비가 오면 혹시 잘못될까 마음을졸이고 바람이 심한 날은 가지가 부러질까 걱정하면서 날들을 보냈다. 아마도 그 둥지 때문에 싸움이 난 듯 그 소나무 아래에 무수히 떨어진 깃털이 그 날의 일을 얘기한다. 그날 이후로 까마귀 부부는 더 이상 둥질 지키지 않고 떠나간 듯하다.

 발코니 물 받침대에 고인 물을 먹으러 까마귀들이 날아온다. 어느 날 걸어 논 벌새 먹이통이 새서 설탕물이 바닥에 흘렀다. 어떻게 알았는지 개미떼가 까맣게 올라왔다. 놀라서 약을 뿌리고 물로 씻어 내렸다. 그때는 생각 없이 한 행동이 자려고 침대에 누우니 갑자기 그 물을 까마귀들이 먹어서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곤히 자는 남편을 깨울 수도 없고 뒤척이다 아침을 맞았다. 괜한 걱정이었다는 걸 알고 나서 마음을 놓았다.

 바다가 가까운 이 동네는 새들이 유난히 많다. 갈매기, 까마귀, 불루제이, 동박새, 벌새, 제비도 있다. 나름대로 다 예쁘고 우는소리도 아름답다. 매일 물 먹으러오는 동박새도 예쁘고 하루 종일 수다스럽게 울고 “포르르” “포르르” 날아가서 전기 줄에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도 너무 귀엽다. 동백꽃을 여기서 처음 본 순간 고국에서 본 그 붉디붉은 꽃송이가 생각나면서 감동이 일었다. 두 그루의 동백은 한 동안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어느 날 속절없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그 주위를 온통 붉은 꽃밭을 만들고 떠나갔다. 그 후론 머리와 목덜미가 빨간 동백꽃을 닮은 동박새만 열심히 짝을 찾느라고 시끄럽게 울어댄다.

 이 동네에서 흔하게 들리는 까마귀 우는소리, 매일 아침을 깨워주는 알람소리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까마귈 우리민족은 흉조라 여기고 아침에 까마귀 우는소릴 들으면 재수가 없는 날이라고 훠이 훠이 내쫓았으니 그 많은 날들을 기분 나쁘게 살아왔음은 분명하다. 갈매기와 더불어 까마귀 소리 또한 참기 어렵지만 새끼를 지키고 저 나름대로 이유 있는 새의 울음소리에짜증만 낼 수도 없는 일이고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야 할 것 같다.

 까마귄 참새목과에 속하고 수명은 19년 이라한다. 새 중에서 가장 영리하고 딱딱한 먹이는 높은데서 떨어뜨려서 깨 먹고 나무 구멍에 식물의 가지를 꽃아 애벌레가 붙으면 잡아먹기도 한다. 다른 새의 먹이도 빼앗아 먹기도 한다. 살그머니 다가가서 꼬리를 잡아당기면 돌아보는 순간 먹일 채 간다고 한다. 먹이도 숨겨놓고 그 장소를 기억한단다. 둥지재료를 구하려고 옷걸이도 가져가고 옷도 걷어간다고 한다. 60일 동안 먹이를 날라다 먹인 어미 새가 힘이 없어지면 어미에게 먹일 물어다 섬기는 효성스러운 새이다. 반포지효란 말도 거기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우리도 한번 생각해 볼 부분이다. 칠월칠석 견우직녀의 사랑의 다리를 놓는 새도 까마귀 까치이다. 주몽신화에 나오는 삼족오란 까마귀만 봐도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까마귀가 태양의 새라고 귀하게 여겼는데 이조시대에 오면서 중국의 사대사상에서 비롯된 잘못된 인식으로 재수 없는 새로 전락했다. 시체나 물을 먹으러 떼 지어 몰려다니며 잡식성 이고 동네 쓰레기통이나 뒤지고 시끄럽게 울어대서 죽음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불길한 새라고 인식이 된 것 같다. 온 몸이 검은색인 것 도 그중의 하나이다. 검은색이주는 느낌은 불길하고 무겁고 무서운 느낌이다.

 우리가 매일 눈뜨면 흔히 볼 수 있는 까마귀, 흉조라 생각하고 오늘은 또 재수 없을 거라고 생각 한다면 우리 인생이 불행한 날의 연속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흔하게 볼 수 없는 까치만 와서 울어주길 바라면서 재수 좋은날을 기다리기보다 매일 내 눈에 보이는 까마귈 보면서 아 오늘도 재수 좋은 일이 생기겠네 하면서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면, 마음만 바꿔 먹으면 오늘도 내일도 까마귀와 함께 즐거운 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지금도 어두운 밤하늘에서 까마귀들이 울면서 날아다닌다. 사실 좀 시끄럽기는 하다. 잠도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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