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내가 스님이 되는 거 아냐?

이종구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7-05-13 10:49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엊그제 갑자기 응급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며칠 전부터 아랫배가 더부룩하고 배가 살살 아팠다. 그래서 내 생각에 일식당에서 먹은 새우튀김이 덜 익어서인가? 아니면 길에서 사먹은 것이 문제인가? 밥을 물에 끓여서 간장하고 먹기를 두세끼 반복하였으나, 아랫배의 통증은 여전하였다. 그래 할 수 없이 가까운 로얄 콜롬비아 병원에 갔다. 환자가 없어서 기다리지 않고 신속히 진행되었다.

과거 3년전 간이식 환자라 일사천리로 피 뽑고, 소변검사 하고나서 의사가 진단하는데 아랫배뒤 왼쪽 등을 가볍게 두드리자 통증이 왔다. 의사는 무언가 짐작을 하고 CT 촬영을 하라고 했다. 나중에 한 시간 더 지나서 결과가 나왔는데, 신장의 돌이 있고 그 부위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이다. 스님들이 좌불하고 도 닦으면 사리가 많이 나오는 것 하고 상관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래서 집에 못 가고, 응급실 의자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 4층 병동으로 갔다. 워낙 사람이 많아 복도 침대 한 칸에서 하루 종일 기다리다 밤 늦게 병실이 나 들어갔다. 밤 11시쯤 되서야 비뇨기과 의사가 와서 오늘 마지막쯤 수술을 한다는 것이다. 0.6mm 돌을 레이저로 부수고 다음날 퇴원 할 수 있다고 한다. 밤 12시에 수술실에 들어가 마취하고 3시간 만에 깨어났다. 마치 다시 환생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 뒤에 퇴원해 나의 약력도 정리하고, 내 사후 장의 처리도 정리해 놓았다. 며칠 전 교회에 80세 넘은 장로님 말씀이 자기자신에 관한 약력은 자기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자기 약력을 정리 해놓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내가 빅토리아에서 죽으면 화장한다는 조건으로 장례비를 다 계산했는데, 나의 자녀들 생각은 장지에 묻혔으면 좋다기에 그것을 장의센터에 본인이 신고해야만 가능하다고 들어서 한주 뒤 나의 사후에 대한 처리를 변경하겠다고 말했다. 계약한 본인이 바뀌지 않으면 나중에 자손이 바꿀 수는 없다고 한다.

나는 이번 결석 제거 외에도 두번이나 더 있었다. 한번은 한국에서 요로결석으로 응급실을 2-3번 다녔다. 그 뒤에 빅토리아에서는 골프공 보다 좀 적은 돌을 이번과 같이 레이저로 부셔 꺼내었다. 첫번째 한국에서는 잘 못 먹는 맥주 반 병과 수박을 먹고 나의 직장 뒷산에 아이들과 밤을 주우러 갔다 왔다. 그날 저녁에 소변 보는데 요강에 녹두알 만한 것이 굴러 나왔다. 그리고 빅토리아에서는 결석을 빼기 위해 마취하고 다시 그 속에 넣은 스텐드를 빼는 고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도 그때는 간호사가 빼 주었는데, 밴쿠버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 스텐드를 진통제를 먹고 본인이 직접 빼라고 해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른다. 의사들이 하나같이 결석을 만드는 음식들이 시금치, 우유, 한국에 탕 종류(소뼈),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을 조심하라고 하는데, 시금치는 거의 20년 전부터 안 먹고, 그 나머지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잠깐 안 먹었다가 쉽게 잊고 다 먹고 있다. 그래서인지 돌이 자주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그것을 알면서도 계속 먹고 있다.

아마 나의 선조 효령대군이 불교에 귀의해 불경을 읽어 스님은 안되었서도, 선천적으로 스님들이 많이 생기는 사리가 나에게도 이렇게 자주 많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서울 나들이 2024.01.08 (월)
   충청도 시골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가끔씩 서울 나들이를 한다. 서울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부모님을 뵙고 또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모처럼 가는 길이니 으레 올망 졸망 보따리를 거느리고 가야 하기 때문에 싸움터에 나가는 비장한 각오로 서울 행 직행 버스에 오른다.  며칠 전부터 들기름 참기름을 짜고 콩이며 팥이며 골고루 챙겨 들다 보면 보따리는 서 너 개가 넘게 마련이다. 그러나 서울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이 가까워 오면...
반숙자
굼뜬 어둠을 밀고 알버타 대 평원에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의 위대한 빛甲辰年 큰 희망으로 새 아침을 달군다매듭 달 지는 해에 아쉬움 실려 보낸오늘은 엄동설한 눈 속에 서기로운섬광이 꽃으로 피어 희망을 섞고 있다세상의 기준 속에 자신을 가두지 마라자연에 봉헌하는 서정과 순수만이고단한 삶의 이력에 발자취로 남는 것주님, 평소 소원한 이웃과 가족들에게옹졸했던 마음 모아 용서를 청하오니새해엔 달 뜬 마음을 다스리게 하소서모진 설한의...
이상목
God, where are you? 2024.01.02 (화)
어느 추운 겨울날 새벽 4시 30분쯤. 출근길에 bus shelter를 지나는데, 어떤 사람이 시멘트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homeless guy인 것 같았다. 살펴보니 흐트러진 갈색 머리의 젊은이가 누워있는데 그는 얇은 천으로 된 검정 상의와 파란색 하의 그리고 흰색 양말만 신고 있었다. 그의 허리와 발목은 속살이 다 드러나 있었고 신발도 신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몸이 요동치는 바람에 나는 움찔하며 놀라고 말았다. 그는 상체를 비틀다가...
愚步 김토마스
며칠 뒤 한국으로 떠난다는 김시인을 만났다.왜 떠나려 하느냐는 말에 그는 말했다.“여기는 더 이상 외로워서 못 살겠어요.”그의 입에서 ‘외롭다’는 말을 들어보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그는 늘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정작 외롭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여름 한 철에는 정원 가꾸는 일을 노는 날도 없이 하다가 낙엽이 지는 가을이 오면 어디론가 훌훌 날아가곤 하였다. 궁금해서 연락을 하면 ‘여기는 티베트입니다. 네팔입니다.’ 하다가...
한힘 심현섭
평생 현역 2024.01.02 (화)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둘 내 곁을 떠난다.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라앉는 기분이지만 천운을 어찌하겠는가! 친하게 연락을 주고받던 대학 선배님이 최근에 갑자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한 달여 전에도 카톡 통신을 주고받았는데, 그때 코비드 감염으로 몸이 몹시 아프다고 했지만 이렇게 급히 떠나실 줄은 생각 못 했다. 사인은 코비드 보다 갑작스러운 췌장암 진단에 의한 충격에 혈전으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하니 한 치 앞을 모르고 사는...
김진양
낙엽이 되어 2024.01.02 (화)
낙엽이 되어길을 떠나기로 했다내려앉은 하늘머리에 무겁게 이고혼자 걸어가는 길세상은 고요한데길 위에 놓인 시간은 늘천둥 번개가 몰아친다떠나기로 작정할 때어렴풋이 그려진 그림처럼뭇 발길에 밟히고이리저리 걷어 차이고자꾸 끌려 다닌다낙엽이 되어길을 떠난다는 것은한 몸 오롯이 던지고 던져형체도 없고 마음도 없는나를 마저 버리는 일낙엽이 되어길을 떠나기로 했다
강은소
달걀 2023.12.27 (수)
달걀에는 생명이 있었다어미 닭이 품으면 어김없이삐악삐악하며 뛰노는노란 병아리가 나왔다 닭은 이제 알을 품을 자유도 권리도 없다그저 달걀을 낳아야 할 뿐이고모이를 준 대가로 주인은달걀을 모조리 빼앗는다 품어도 품어도 병아리가 나오지 않는 알을닭은 하루에 두 번 온 힘을 쏟아 빚어낸다닭은 자기가 낳은 그 많은 알이어디서 무엇이 되는지 모른다 새 둥지까지 기어올라 새알을 훔치는 뱀사뿐사뿐 다가가 새를 덮치는 고양이도...
송무석
10월 단상(斷想) 2023.12.27 (수)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특히 햇살 좋은 날 더없이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인가 이 노래들을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중의 하나가 40여 년 전 내가 한국을 떠나올 무렵 한창 인기몰이하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매년 10월이면 모든 방송 매체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라서 한국에서는 ‘잊혀진 계절’을 먼저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이용은, 이 노래로 MBC 10대 가수...
권순욱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