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최종수정 : 2017-05-20 10:46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흐르는 세월에서 벌써 은퇴자로서 3년이 지나고 있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이 길지는 않았지만, 그간의 노고 속에서 새겨진 한순간 추억을 더듬어 그려본다. 잊을 수 없었던 " 한 조각의 피 - 자 " 다! 별 공감도 없어 보이고 또한 매력적인 주제도 아닌듯하면서  나에게는 인간적으로 그에게 사랑을 주고 싶다.
 
 지 난 27년간 함께한 이민 생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많은 부분에 용기와 더불어 우리 부부는 무모한 도전을 했었다. 그 속에서 " 피 - 자 " 비즈니스를 하면서 얻은 실로 인간적인 모습을 한 조각 피자 속에서 그려보고 있다. 좀 더 그 모습에서 솔직한 요소를 소개하고 싶다. 별로 멋도 없고, 비싸지도 않으면서 그 어떠한 분위기도 요구되지 않는 아주 서민적인 모습이다. 모두를 종합해보면, 한 조각 피자는 서민 음식으로 상품화된 현실 식사메뉴로 길거리에서 볼 수가 있다. 물론, 음료수와 함께 즐기며 주워진 한 끼를 극복하기에 만족과 행복함을 동시에 연출할 수가 있는 음식이다.
 

 
  비즈니스 장소는 다운타운에서 특정상 주말 영업을 주로 하기에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자정까지 영업하고 있으며, 주말이 가까이 보이는 목요일 에서는 주말" 기상예보 "에 더욱 신경을 쓴다. 예보중 " 비 " 소식이 있으면 매우 행복하다.
 
특히, 금요일 오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는 더욱 좋은 주말 영업에 대한 예측을 할 수있기에 이순간 아주 이기적인 자신을 엿볼 수가 있다. 좀 더 깊은 의미로 화창한 주말이 예고되면서 모든 고객은 야외 활동을 위하여 다운타운을 저버리면서 빈약한 영업환경으로 바뀌고, 반면 우중 한 기상예보 속에서 많은 고객을 기대할 수있기에 적당한 비 소식을 기대하는 눈치다.
 

 
  마침 아주 이상적 기상예보가 귓전에 들려온다. 전형적으로 그려지는 가랑비속 " 밴쿠버 " 모습이다. 벌써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새벽까지 감당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과정을 쉽게 표현하는 한마디, 즉 , "그들과의전쟁"이다. 조금은 만성이 된듯한 마음가짐에서 다가오는 그 날의 모습이 왠지 걱정스럽게 느껴지는 마음도 가져 본다. 금요일 늦은 저녁, 특히 긴장되는 시간은 토요일 새벽 1시 부터 마치 전쟁에 참여하는 " 완전군장 " 대열 속에 서 있는 군인과 같은 정신무장이다. 좁은 5평 ( 180 S.F ) 남짓한 매장 공간이다. 그야말로, 숨 가쁜 시간 속에서 손님과의 전쟁이다. 물론 피자를 만들기 위해 우리 부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또 주워진 무엇하나 게을리 할 수가 없다. 채소 준비며 피자 반죽은 물론 " 피자판 " 도 수작업으로 하는 일이기에 간혹 힘이 벅차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특정상 피자는 미리 만들어 보관할 수 없는 생물이며, 고객 모두는 그 특유의 맛을 느끼기 위하여 따뜻함 속에 신선함을 제일로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그 무엇하나 마다치 않고 뛰는 모습 속에서도 연신 주위를 살피는 인간의 본능적인 모습이다. 이민 당시 90년도에는 1불짜리 지폐도 있었고 아울러 지금의 동전도 병행하여 사용하였다. 언제부턴가 지폐가 사라지고 곧바로 2불짜리 동전의 모습으로 바뀌면서 영업수단 또한 간편하며 신속하기에, 지금 우리에게도 많은 혜택과  편리함이 있었다.
 

 
  어느 손님이 바쁜 분위기 속에서 한 조각의 피자 가격을 묻는다. 나 역시 짧은 대답으로 1.99 불로 답하는 순간 그는 아주 만족스러운 눈길을 주며 " 나이스 ( Nice ) " 을 연발하는 것이다. 의미인즉 2불로서 허기를 때울 수 있다는 표현이다. 쉽게 짚이는 2불짜리 동전 하나를 바구니 속으로 던지는 순간 행복감도 느끼기에 한마디 더 한다 "탱 - 큐 " ! 라는 표현도 거침이 없다. 우리 부부는 한 주말을 만족감과 안도 속에서 또 보내고 있다. 주말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새벽까지 피자와 2불짜리 동전으로 교환되는 쉴 틈 없는 순간이 이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 되어간다.
 

 
  늦은 시간 주위에는 다운타운에서 기거하는 " 홈리스 ( Homeless ) " 가 제법 많이 서성댄다. 그들 간에는 우리 피자가게를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때로는 거리를 걷는 와중 그들과 얼굴이 마주칠 때면 인사와 더불어 안부도 전하는 그들 모습에서 진솔한 그들의 표정도 읽을 수가 있다. 그들의 주말 생활 방식은 피자 가게 근방을 돌면서 구걸하는 일종의 " 악어와 악어새 " 간의 생존 모습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2불짜리 동전을 앞세워 부담 없는 듯 도와달라고 하면서 피자 한 조각을 원하는 대가로 Spare Money를 요구하는 것이다. 결국 "마약" 투입으로 연결되기에 약간 익숙한 손님은 "돈" 보다 한 조각의 피자를 권하는 아름다운 얘기로 협상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나는 그 순간을 보며 한마디 멋지게 던진다....
 
" You are GOOD MAN ! "
 

 
  이제 한주말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이되면서 아쉬움이 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구석 한편에 몇 조각 남은 피자가 눈에 띄는 것이다. 지금 시각이 새벽 3시를 살짝 넘긴 시간이기에 더욱 남은 몇조각 피자가 쓰레기 봉지에 담기는 모습을 아쉬워한다. 분명 가까운 어느 곳에 허기진 이들이 있다는 생각에 안타깝다.
 

 
  가게 문을 닫고 마음속으로 "오늘도 수고 많았다"라고 서로 다독이며 주차장으로 향하면 텅 빈 주차장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작은 차가 너무도 반갑다. 집으로 향하는 길목, 산허리를 감으며 번지는 동녘 빛이 힘차게 다가온다. 다시 마주할 새 주말에는 "Better now"를 기대해본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서울 나들이 2024.01.08 (월)
   충청도 시골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가끔씩 서울 나들이를 한다. 서울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부모님을 뵙고 또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모처럼 가는 길이니 으레 올망 졸망 보따리를 거느리고 가야 하기 때문에 싸움터에 나가는 비장한 각오로 서울 행 직행 버스에 오른다.  며칠 전부터 들기름 참기름을 짜고 콩이며 팥이며 골고루 챙겨 들다 보면 보따리는 서 너 개가 넘게 마련이다. 그러나 서울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이 가까워 오면...
반숙자
굼뜬 어둠을 밀고 알버타 대 평원에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의 위대한 빛甲辰年 큰 희망으로 새 아침을 달군다매듭 달 지는 해에 아쉬움 실려 보낸오늘은 엄동설한 눈 속에 서기로운섬광이 꽃으로 피어 희망을 섞고 있다세상의 기준 속에 자신을 가두지 마라자연에 봉헌하는 서정과 순수만이고단한 삶의 이력에 발자취로 남는 것주님, 평소 소원한 이웃과 가족들에게옹졸했던 마음 모아 용서를 청하오니새해엔 달 뜬 마음을 다스리게 하소서모진 설한의...
이상목
God, where are you? 2024.01.02 (화)
어느 추운 겨울날 새벽 4시 30분쯤. 출근길에 bus shelter를 지나는데, 어떤 사람이 시멘트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homeless guy인 것 같았다. 살펴보니 흐트러진 갈색 머리의 젊은이가 누워있는데 그는 얇은 천으로 된 검정 상의와 파란색 하의 그리고 흰색 양말만 신고 있었다. 그의 허리와 발목은 속살이 다 드러나 있었고 신발도 신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몸이 요동치는 바람에 나는 움찔하며 놀라고 말았다. 그는 상체를 비틀다가...
愚步 김토마스
며칠 뒤 한국으로 떠난다는 김시인을 만났다.왜 떠나려 하느냐는 말에 그는 말했다.“여기는 더 이상 외로워서 못 살겠어요.”그의 입에서 ‘외롭다’는 말을 들어보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그는 늘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정작 외롭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여름 한 철에는 정원 가꾸는 일을 노는 날도 없이 하다가 낙엽이 지는 가을이 오면 어디론가 훌훌 날아가곤 하였다. 궁금해서 연락을 하면 ‘여기는 티베트입니다. 네팔입니다.’ 하다가...
한힘 심현섭
평생 현역 2024.01.02 (화)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둘 내 곁을 떠난다.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라앉는 기분이지만 천운을 어찌하겠는가! 친하게 연락을 주고받던 대학 선배님이 최근에 갑자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한 달여 전에도 카톡 통신을 주고받았는데, 그때 코비드 감염으로 몸이 몹시 아프다고 했지만 이렇게 급히 떠나실 줄은 생각 못 했다. 사인은 코비드 보다 갑작스러운 췌장암 진단에 의한 충격에 혈전으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하니 한 치 앞을 모르고 사는...
김진양
낙엽이 되어 2024.01.02 (화)
낙엽이 되어길을 떠나기로 했다내려앉은 하늘머리에 무겁게 이고혼자 걸어가는 길세상은 고요한데길 위에 놓인 시간은 늘천둥 번개가 몰아친다떠나기로 작정할 때어렴풋이 그려진 그림처럼뭇 발길에 밟히고이리저리 걷어 차이고자꾸 끌려 다닌다낙엽이 되어길을 떠난다는 것은한 몸 오롯이 던지고 던져형체도 없고 마음도 없는나를 마저 버리는 일낙엽이 되어길을 떠나기로 했다
강은소
달걀 2023.12.27 (수)
달걀에는 생명이 있었다어미 닭이 품으면 어김없이삐악삐악하며 뛰노는노란 병아리가 나왔다 닭은 이제 알을 품을 자유도 권리도 없다그저 달걀을 낳아야 할 뿐이고모이를 준 대가로 주인은달걀을 모조리 빼앗는다 품어도 품어도 병아리가 나오지 않는 알을닭은 하루에 두 번 온 힘을 쏟아 빚어낸다닭은 자기가 낳은 그 많은 알이어디서 무엇이 되는지 모른다 새 둥지까지 기어올라 새알을 훔치는 뱀사뿐사뿐 다가가 새를 덮치는 고양이도...
송무석
10월 단상(斷想) 2023.12.27 (수)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특히 햇살 좋은 날 더없이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인가 이 노래들을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중의 하나가 40여 년 전 내가 한국을 떠나올 무렵 한창 인기몰이하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매년 10월이면 모든 방송 매체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라서 한국에서는 ‘잊혀진 계절’을 먼저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이용은, 이 노래로 MBC 10대 가수...
권순욱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