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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몽(春夢)에 젖어

추정 강숙려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7-04-15 09:42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막무가내로 달려와서
목마른 내목 긴 울대를 꿀꺽, 넘어 갔어요.
단지, 나는 그냥 바라만 보았을 뿐인데
봄은 나를 두근두근한 바람으로 만들었어요.
아련하고 따끈하여 단내 나는 봄이 된 나
꿈꾸고 싶어요. 노랑노랑 파릇파릇 봄이 되어
열아홉 팔랑이던 꽃길에 서서
노스탈지어에 잠겨요.
 
허벅지 버얼겋게 꽃이 피던 미니스커트에, 날렵한 긴 부츠
한번 신고 뽀득뽀득 걷고 싶고요. 긴 생머리 팔락이며 엄청
도도해져 보고도 싶고요. 밤 새워 쓰고 지운 애틋한 사랑 편지도
받고 싶고요. 눈물겨운 구애도 튕기던 그 시절, 한없이 값나가던
그 시절로, 딱 한번만 가 보고 싶은 봄이 노랑노랑 익고 있어요.
 
저 아래 희수(稀壽)의 언덕이 누워
껌벅껌벅 쳐다보는 한나절
그래도 나는 아직 봄이길 고집하고 싶은 청춘의 열정은
어제나 거제나 가슴에 있는 것.
빠알갛게 꽃이 되어 춘몽(春夢)에 젖는 어여쁜 나는
아직 봄이고 싶어요.
 
 
시작노트; 누가 무어랬나. 한정없이 지나가는 세월 앞에 그냥 투정해 보고 싶음이
가슴에서 머리로 그리고 입으로 나오는 것이겠다. 아, 세월의 무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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