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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7-03-04 10:57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올해가 몇 년인지 가끔은 그렇다. 016년인지 017년인지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짧은 시간 그런데도 지루하게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시간만 간다. 내가 매일 같은 일을 반복 해서 하는 것이 있다. 새벽 5시 기상 새벽 기도를 마치고는 4ㅡ5Km를 걷는 것이다. 경관이 좋은 바닷길이다. 이 길은 만든 지 100년이 넘는 길이라 한다. 이곳 선조들의 노고에 우리들은 즐기며 사색 하기에 참으로 좋은 길이다. 이러한 곳 가까이에 내가 살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첫 번째 행복의 조건이 된다.
 
또 새벽 마다 가까이에 있는 교회에 나가 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 보다 더 앞선 행복의 조건 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침부터 부지런을 떠는 사람, 이제는 늙은이 중에도 중 늙은이를 벗어난 그런 나이다. 그런 중에도 이렇게 매일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또 조용하게 마음을 정리 하며 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최고의 행복 조건 이다.
미명(未明)의 시간 사방은 어둡고 조용 하지만 내 내면의 세계는 밝은 빛 속에 요동치는 어떠한 것이 있다. 솟구치는 어떠한 힘, 정열과 열정, 그런 것이 좋아 이른 새벽 찾는 예배당은 나의 유일한 안식처이며 휴식처이고 도피처인 것이다.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시끄럽게 떠들며 대화하지 않고 목례하며 서로의 인사를 대신 한다.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그런 사이라 생각 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또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그런 배려의 장소이다.
 
내면의 열정을 풀어 내는 곳, 나와 나의 대화의 장소, 무한한 상상과 고민 속에 한계를 초월한 어떠한 도전, 이렇게 매일 매일 새로운 일로 흥분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기대하며 기다리는 짜릿함도 있다. 무한의 세계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어 행복했다 또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 눈물을 흐리기도 하는 연극 무대이기도 하다. 이렇게 저렇게 지구를 몇 바퀴 돌고 이 집 저 집 이 얼굴 저 얼굴을 떠올리며 나만이 여행을 하기도 하는 곳이다.
 
이렇게 나만의 여행을 마치고 걷는 그길 이대로 그냥 이고 싶다. 아침마다 걷는 바닷길이 좋고 한적하게 나 혼자인 것도 좋다. 수선스럽게 떠들 것도 없고 잘난 체 무엇을 자랑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좋은 것이다. 나의 작은 바람 작은 기쁨 이것이 전부이다. 남들처럼 커다란 사치스런 선물을 원 하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주워진 이대로 감사하며 즐길 뿐이다.
“내게 주워진 것이 모자라고 내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 지지 않았더라도 내게 있는 그것으로 만족하며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안일까!”
 
 
윗글은 내가 어느 날 일기장에 적었던 글이다. 이렇게 내가 편안함을 즐길 때면 항상 생각 나는 글귀다.
이렇게 걷고 있을 때 뒤에서 오는 사람은 누구일까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그 사람의 모습을 떠 올린다. 아직도 이른 시간 사방은 어둑 어둑 하다.
 
여럿이 어울려 걸을 때면 그 무리의 사람들의 안면이 있는 것이지 특별하게 아는 사람은 아니다. 떠들며 이야기 하는 소리를 들으며 아 그 구룹 이구나! 하며 나 혼자 맞춰 본다. 그들이 헤쳐 각자 걸을 때면 나는 아무도 알아 볼 수 없다. 이렇게 나 혼자 걸으며 뒤 사람들을 상상하며 모습을 그려 보는 것도 재미 있다. 경쾌하게 달리는 아저씨, 남자 못지 않는 파워로 달리는 젊은 여자들을 보면 나도 생기가 펄펄 난다.
 
가끔 아주 다른 각도의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물 통에 물을 담고 작은 바가지를 든 할아버지께서 한 분 계신다. 이 분이 하는 일은 개들이 먹는 물그릇을 깨끗이 닦고 새물을 담아 놓고 가시는 것이다. 가끔 보지만 그 분의 정성을 존경한다.  무거운 물통을 들고 계단을 내려와 차가운 물에 손수 손을 담가 닦는 것을 보면 나도 거들고 싶지만 하지 못하고 보고만 지나 간다.
꼭 그 일은 해야만 하는 일도 아니고 또 그것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그 분은 어떤 생각 에서 인지는 모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그 일을 감당 하시리라 생각 한다. 그리고 묵묵히 허리 구부려 하는 모습은 나를 숙연케 한다.    
 
오늘은 토요일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졌다. 늦은 시간 그 시간대를 즐기는 사람은 또 다른 사람들이다. 한 패의 아저씨들은 만나지 못했다 또 항상 상량하게 인사 하는 점잖은 할머니도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며칠 새 비는 오지 않고 흐른 체 날씨는 맑은 편이다. 구름 사이로 가끔 햇빛을 볼 수도 있었다. 해수면이 높아서 보기 좋다. 출렁이며 넘실거리는 은빛 물결의 바다가 바로 내 옆에 있다는 것이 또 충분하게 넉넉하니 꽉 찬 그런 것이 좋다.
 
이렇게 꽉 찬 바다 한 가운데 새로운 겨울 철새들이 찾아 왔다. 떼를 지어 놀며 연이어 자맥질을 하는 새들의 모습을 한 참 동안 지켜 보며 나의 발 걸음을 멈추고 서 있는다. 꼬리를 번쩍 들고 고개를 추겨 세워 물 속으로 제 빠르게 줄을 이어 자맥질을 하는 곡예를 보인다. 또 한 무리는 수면 위를 낮게 나르며 그들 고유의 소리로 서로에게 알린다. 헤쳤다 모이며 줄을 이어 노니는 모습을 보면 평화롭고 여유롭다. 뿌연 잿빛의 하늘 서둘러 김장을 준비해야 하는 그런 날씨다. 허지만 바다 위에서 마음껏 놀고 있는 그들은 개의(介意)치 않는 그런 날씨이기도 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 질 듯 날씨는 점점 어두워 진다. 나는 멈추었던 발걸음을 잰 걸음으로 서둘러 재촉하며 온 길을 되 돌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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