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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6-12-17 10:19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동화
몇 달째 계속된 하얀 밤이 물러날 기세가 없는 밤이었다. 베링 해의 문앞 에 짙은 검정 물안개가 펼쳐져 있었다. ‘틱틱, 티티틱, 티익틱’멀리 새파란 밤하늘과 새까만 수평선 사이에서 오는 희미한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속살이 비치는 실루엣 커튼을 두른 오로라가 현란하게 춤추며 내려오고 있었다. 바닷속에는 근친교배로 태어난 다섯 범고래가 바다의 포식자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뿌연 흰색의 막내 범고래는 오로라 소리를 듣지 못한다. “빛의 여신이 오고 있다고 알비노!” 몸이 약한 동생이 안쓰러운 오빠가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소리쳤다. “아이 깜짝이야, 작은 몸에서 저렇게 큰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니.” 알비노는 선명한 검은색 몸에 배와 입술만이 흰 난쟁이 오빠 범고래가 늘 안돼 보여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검정과 흰색이 선명한 손위 세 범고래는 먹이 사냥 작전을 짜면서 사냥능력이 있는데도 합동작전에 끼지 않고 알비노 곁에서만 맴도는 난쟁이 오시너스를 힐끗힐끗 노려보고 있었다.  

세 흑백 범고래는 세 방향으로 나누어 빙판 위 바다표범을 잡기 위해 연합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주변 상태를 확인하며 바다표범을 바다로 끌어내릴 방법을 찾았다. 몸과 꼬리를 휘둘러 파도를 만들었다. 이 파도는 거세게 빙판을 덮쳐 흔들었다. 결국, 빙판 한가운데에 있던 바다표범은 바닷속으로 미끄러져 그들의 먹이가 되었다. “알비노! 바다표범 안 먹을 거지? 저기 바람불어 오는 쪽으로 가자.” 바다표범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오시너스가 알비노를 부추겼다. 둘은 바람이 불어오는 오로라 왼쪽 끝을 향해 냄새를 맡았다. 그러다 알비노는 피식 웃고 말았다. “썩거나 다친 고기 냄새를 맡아서 무엇하겠다는 거지?” 이제 곰이 잡으려다 놓친 상처투성이 연어 따윈 입에 대기도 싫다고 또 한 번 다짐했다.  

알비노를 뒤로하고 오시너스는 너울너울 춤을 추는 중심부 초록 오로라가 아닌 왼쪽 끝, 흰 띠를 두른 오로라를 향해 나아갔다. 태양은 수평선 훨씬 아래에 떠러져 있었다. 파란 하늘과 검은 바다를 배경으로 오로라 오케스트라는 경쾌한 아일랜드 음악 ‘초록 물결 사이로’를 연주하고 있었다.  연초록 오로라는 황록색, 흰색, 자주색으로, 또 빨강, 보라색으로 실루엣을 바꿔 입으며 음악 감동 넘어의 세계로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수평선 위로 햇빛만큼은 아니지만, 선명한 원통형 물결 모양의 오로라가 시계방향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올라오고 있었다. “앗, 저건?” 오시너스가 헤엄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속삭였다. 부드럽게 주름진 은은하고 투명한 원통. ‘오로라가 떠오르는 그 너머엔 또 다른 세상이 있지.’오너시스는 언젠가 할머니 범고래가 아무렇지도 않게 흘렸던 말을 기억해 냈다. “맞아, 여신이 산다는 은하!”오너시스는 스스로에게 맞장구치며 투명원통 너머 세상을 보려고 했다. 그러나 순식간에 원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세상 모든 것을 유혹할 것처럼 펄럭이는 형광 커튼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여신이 가장 아껴두고 일 년에 단 한 순간만 비춰준다는 그 빛, 흰색에 가려진 무채색 너머에 있는 ‘춤추는 초록 물고기 오로라’를 보기만 해도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맞을 거란 믿음이 생겼다. 어느 틈에 오너시스의 얼굴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그때 “오너시스 어서 돌아와!” 오너시스는 다른 세 범고래에게 돌아갔을 것으로 생각했던 알비노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았다.  
 
오로라와 반대 방향은 검은색이 뒤덮인 하늘이었고 바다도 온통 새까매서 알비노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오빠가 크릴외에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혹등고래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알비노가 되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오너시스를 향해 다시 한번 소리쳤다. “혹등고래?”오너시스는 어둠을 향해 되물었다. “화물선만큼 큰 혹등고래가 올라오고 있어!” 알비노의 얼굴 표정을 확인할 수 없지만, 혹등고래가 온다고 확신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알비노! 직접 보았니?”“오빠, 할머니 말씀 잊었어? 오로라가 초록 물결 춤을 출 때는 어김없이 혹등고래가 올라온다고 하셨지 않아?”“그래, 유니맥 패스 가는 길로,”“그럼 여기서 혹등고래를 기다리자”“이 멍청이야! 올라오는 것 보면 뭐하니? 그림의 떡이지. 우리 둘이서 어떻게 커다란 그들을 잡는다는 거니? 세 오빠에게 신호나 보내, 혹등고래가 올라오니까 유니맥 패스로 빨리 돌아오라고,” “형들이 오기나 할까? 지금쯤 바다표범 실컷 먹고 배가 불러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을 텐데.”  

깜깜한 북쪽 하늘에는 여전히 명상음악 북두칠성에 맞춰 새하얀 오로라가 너울너울 느리게, 가끔 빠르게 춤을 추고 있었다. 엷어졌다. 강해졌다 하면서 레이저 빔 발사하듯 빛의 가시광선을 쏘아대다가 갑자기 매우 빠르게 춤을 추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제 새벽녘까지 상어고기를 먹고 난 뒤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알비노의 배 속은 ‘꼬르륵꼬르륵’ 야단이었다. 북서쪽은 오로라의 선명도가 떨어지고 바람은 강해지고 있었다. ‘휘이잉’ 먼 곳에서 바람이 불어오자 몸은 작으나 후각이 발달 된 오너시스가 세 형의 냄새를 맡았다. ‘흠흠 흐흠!’냄새를 따라 달리며 오너시스는 마치 혹등고래를 다 잡기라도 한 듯 군침을 삼켰다. “저 냄새 뒤에 뭔가 있어. 이제 곧 형들을 만나게 될 거야” 오너시스의 생각대로였다. 날쌘 세 형은 벌써 와서 혹등고래의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바다표범, 물개, 연어마저 숨어버린 길목바다에는 다섯 범고래뿐이었다.

거친 숨을 몰아쉴 겨를도 없이 두 범고래는 형제들 틈 속으로 파고들었다. 저만큼 떨어진 곳에 맏형 범고래가 혹등고래 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가 “우와 저것 좀 봐! 혹등고래가 누워있고 배 위에 새끼 두 마리가 자고 있어,”라는 음파 신호를 보내왔다. “여기까지 오느라 지칠 대로 지쳐있을 거야. 우리가 다섯 방향에서 합동 공격하여 새끼 고래를 바다에 빠뜨리고 물 밖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하자!” 알비노가 눈치 없이 더듬더듬 말했다. “알비노, 많이 똑똑해졌네. 그것을 생각해 내다니.” 평소 다른 정상 흑백 동생들과 같이 막내를 바보 취급해왔던 맏형 범고래가 이번엔 대견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흥! 그것도 모르는 범고래가 있을까? 멍청이 주제에 낄 때 안 낄 때도 모르고.” 알비노가 주제넘게 끼어드는 것이 못마땅한 표정의 다른 두 흑백 범고래가 빈정거렸다.  

초록 물고기 오로라도, 흰색에 가려진 무채색도 보지 못했는데 하늘에는 어느새 오로라가 사라지고 대신 은빛 달빛으로 채워져 있었다. 범고래가 새끼들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는지‘우웅,부웅,부우웅’낮고길게 불규칙적으로 엄마 혹등고래가 물결을 타고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뱃고동 소리 같은 인공적인 소리와는 분명 다른 소리였다. “어서 내려오너라 노베, 앙리! 너희를 노리는 범고래가 있으니 엄마 곁에 딱 달라붙어 있어야 한다.” 엄마 혹등고래가 새끼들에게 살아남기 실전훈련을 시작하면서 말했다. 새끼들이 내려오자 엄마 혹등고래가 거대한 몸체를 뒤틀어 물 밖으로 튀어 올라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자 버섯 모양의 꼬리와 수면 위에 솟구친 하얀 물보라가 영리한 포식자들에게 함부로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를 하는 것 같았다.  
 
“범고래가 노리고 있는 지금 오세요 여신님! 엄마와 앙리를 살려주세요!” 말로만 듣던 사악한 집단 포식자를 처음 맞이하게 된 노베는 엄마 곁에 달라붙어서 엄마가 밤마다 들려주던 그 춤추는 초록 물고기 오로라가 오기를 기도했다. 흰색 물보라만 봐도 그 너머에 무채색 여신이 숨어있을 것 같았다. 그 순간 범고래가 어느새 다가왔는지 세 마리가 동시에 튀어 오르더니 엄마 혹등고래의 머리를 향해 곤두박질 쳤다. 정수리를 습격당한 엄마 혹등고래는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다. 다른 두 마리의 범고래가 어린 혹등고래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아마 정신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순간 엄마 혹등고래는 비행기 날개와 같은 지느러미로 바닷물을 힘껏 치자 무서운 굉음이 울렸고 그 소리에 놀란 오너시스와 알비노는 어린 혹등고래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알비노! 저 어린 것들을 잡아먹고 싶니?”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오너시스가 물었다. “오빠는?” “나는 저 어린 혹등고래를 훔쳐오고 싶을 뿐이야.” “오빠, 나도 저 혹등고래와 친구 하고 싶은데.”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바다는 조용해져 있었으나 엄마 혹등고래와 세 마리의 범고래는 숨을 고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겁을 먹고 엄마 곁에 따개비처럼 붙어 있는 앙리에게 노베가 위로했다. “걱정 마 앙리, 초록 물고기가 와서 우리를 구해줄 거야.””누나, 정말 그 물고기 오로라가 올까?” 앙리가 작은 눈을 껌뻑거리며  노베에게 물었다.  

“춤추는 초록 물고기 오로라!  플랑크톤과 크릴새우 외에 다른 죽은 고기도, 썩은 고기도 다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세요, 저 다섯 범고래 무리 중 약해 보이는 난쟁이와 뿌연 범고래와 친구 되게 해줘요. 엄마에게 힘을 주세요.” 노베는 엄마에 딱 붙어있는 앙리 곁에 붙어서 쉬지 않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기도가 끝나기가 무섭게 세 마리 범고래가 동시에 달려들어 눈을 뜰 수 없게 만드는 파도를 일으켜 숨도 못쉬게 하는 통에 바닷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도 앙리가 더 걱정된 노베는 물 밖으로 올라오자마자 “앙리 어디 있어?” 외쳤지만 엄마도 동생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부르려고 목청을 가다듬는 순간 다섯 범고래에 둘러싸여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이젠 죽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여신, 초록…”기도를 다시 하려다 말고 머리를 짓누르는 세 범고래의 힘에 눌려 물속에 얼굴이 잠겨 숨도 쉴 수 없었다. 노베는 기절하고 말았다.

전리품을 앞두고 다섯 범고래가 토론을 벌였다. 맏형부터 먹으라고 두 흑백 범고래가 권했다. 그때 오너시스가 불안에 안절부절못하는 알비노와 눈이 마주쳤다. “걱정 마 알비노, 내가 어린 혹등고래를 구해줄게,”라고 초음파 신호를 보냈다. “형들, 막내 알비노가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었어. 이번은 막내가 먼저 먹게 하면 안될까? 그러면 다음부터는 나도 빠지지 않고 함께 먹이 사냥에 나설게.” 오너시스가 큰 목소리를 죽이고 말했다. “무슨 소리야, 다 잡아놓은 뒤 끼어든 주제에.” 두 흑백 범고래가 오너시스와 알비노를 번갈아 노려보았다.

“형 어서 좋아하는 지느러미 뜯어요.” 언제나 두 몸이 한 몸인 듯 똑같이 행동하는 두 흑백 범고래가 맏형에게 계속 먼저 식사 하길 권하며 말했다. 지느러미가 뜯기는 통증으로 인해 노베는 기절상태에서 깨어났다. 어차피 이렇게 뜯어 먹히며 죽어가는 운명이라고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 ‘틱틱, 티릭틱’소리와 함께 북쪽 하늘 초록빛 물결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형들아, 막내야 초록 물고기가 온다!”오너시스가 큰소리로 외쳤다. “너흰 지금도 할머니 말씀을 믿니?” 내장을 먹기위해 노베의 아랫배에 날카로운 흰 이빨을 갖다 대려다말고 두 흑백 범고래가 한심하다는 듯 동생 오너시스와 알비노를 향해 노려보며 말했다. “야호, 오로라여신이 온다, 오빠들아 어서 소원을 빌어. 다 들어준댔어. 초록 물고기야 어린 혹등고래를 살려줘!” 알비노가 신이 나서 외쳤다. 오로라는 점점 더 선명해져서 흰색에 가려진 무채색 너머로 ‘춤추는 초록 물고기’가 분명히 보이는 것 같았다. 지느러미 한쪽이 완전히 뜯어 먹히고 아랫배 내장이 먹힐 순간에서 정신이 바짝 든 노베가 “춤추는 초록 물고기 오로라! 죽은 고기, 썩은고기 다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탱크와 같은 위장과 항상 다디단 침 가득 찬 침샘을 주세요,”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어린 혹등고래를 살려주시고 알비노와 저를 업신여기지 않을 친구가 되게 해주세요.” 오너시스도 가세해서 세 고래의 기도 소리는 춤추는 초록 물고기 오로라의 물결을 타고 여신의 귀에 속속 박히는 것 같았다.  

맛있는 식사를 앞두고 맏형범고래와 두 범고래는 다른 세 고래의 기도와 춤추는 초록 물결 오로라의 기세에 눌렸는지 아니면 셋이 한쪽에 모여 여신께 소원을 빌러 가는지 “여신이 온다! 초록 물고기 오로라가 온다!”라고 큰소리로 외쳐대는 오너시스와 알비노의 외침을 뒤로하고 오로라의 반대 방향으로 나란히 빨리 헤엄쳐가고 있었다. 벌써 친구가 된 듯한 두 비정상 범고래와 한 혹등고래도 셋이 나란히 오로라를 향해 헤엄쳤다. 순간 “앗 엄마다!” 노베가 한쪽 지느러미가 없어진지도 모르고 손뼉을 치려다 말고 한쪽 지느러미로 오너시스의 한 지느러미를 치면서 소리쳤다. 미리 초록 물고기 오로라를 만나 노베가 살아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앙리도 죽지 않고 밝은 표정으로 엄마 곁에 붙어있었다.  

“한쪽을 잃었구나. 하지만 지느러미 하나는 남아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초록 물고기 오로라! 고마워.” 엄마 혹등고래가 연신 뒤 꼬리로 바닷물을 치면서 감사 드리고 있었다. “엄마! 초록 물고기오로라가 내 생명뿐만 아니라 이렇게 친구까지 만들어 주었어요. 앙리의 친구가 될 알비노, 그리고 내 친구가 될 오너시스예요.”신난 노베의 소개는 거침이 없었다. “알고 있었다. 너희가 함께 올 거라는 것을. 그리고 앙리와 알비노가 결혼 하고 노베와 오너시스가 결혼해서 나의 손주들이 태어나면 무엇이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욕과 인간들이 만든 쓰레기와 오염물질 마저 소화시킬 특수 소화효소를 타고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린 혹등고래도 범고래도 아닌 초록 고래가 된다. 앞으로 태어날 초록 고래는 칠흑빛 속 반사하는 초록빛을 띨 것이고 그 초록빛은 밀고 검은빛은 당겨 절망의 암흑 속에서도 희망을 춤 출 거라고 했다.”
 
길게 펼쳐진 알류샨 열도 베링해 문앞, 하얀 밤에 다시금 짙은 검정 물안개가 찾아 들었다. 그렇지만 빛바랜 회색의 엄마 혹등고래, 선 회색 두 혹등고래, 그리고 새 식구가 된 흑백 난쟁이 범고래와 뿌옇게 바랜 흰색 범고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더는 검정 물안개에 절망하지 않는다. 검정 너머에 흰색이. 흰색 너머에 무채색이. 또 그 너머에 춤추는 초록 물고기 오로라가 있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다. 수평선 저 아래, 불덩이 같이 타고 있을 태양을 생각하며 다섯 초록 고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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