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홀어머니의 하루

서정식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12-10 13:03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이민 온지 27년 , 그동안의 경제활동을 접고 은퇴할 나이가 되자 홀가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허전함도 느끼고있다.
인생 후반기 즉 , 제2의 삶을 앞둔 시점에서 뭔가 지난 삶을 매듭짓고 싶은 생각에 홀로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눈 아래 펼쳐지는 드넓은 광야와 아득히 펼쳐진 허공을 우러르며 새 삶의 설계를 하고픈 의도에서 잠시 기내창을 내다본다.
그림보다는 지난 삶의 여정이 창공에 흰 구름처럼 뭉글거리며 피어나는것이다.
어느새 고국하늘에 이르렀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어머니와  헤어져 산 27 년 동안 , 서로를 위안하면서 그저 마음속으로만 그리워했던 어머니와 자식간에 나눌수 있는 정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어머니곁에서 모자간의 정 을 나누고 싶다.
6 개월만에 다시 뵙는 어머니 모습은 예전과  별로 변화가 없으셨다.
만나자마자 첫마디가 ' 이번에는 언제 캐나다로 돌아가느냐 ? '  라는 질문에 그동안 충분치 못한 자식과의 맞남에서 오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질문이다.
어머니는  딸이 없으시기에 감정표현이 남달리 적고 단순하시지만
속 정은 매우 깊으시다.
첫밤을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이튿날 아침을 맞는다.
어머니 생활도 다른 ' 독고노인 ' 과 다를게없다.
그져 ,편리하고 유족한 환경이아니지만 오랜세월 이웃과 정을 나누며  즐거움을 느끼시는 모습이 더욱 고맙기만 했다.
요즈음 유난히 이웃 친구분들의 방문이 잦다.
이웃중 일부는 조그마한 음식도 준비하여 어머니께 건네시며 한말씀하신다 ' 아드님이 곁에 있어 얼마나좋으냐.? ' 등. 덕담도 하시며 격려하시는 분들도계신다.
아마도 주변에서 제일 고령이시기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시는 듯하다.
오래전부터 '당신의 건강과 자식자랑은 절대 금언으로 삼는것이 삶의 미덕이다.' 라는 옛얘기에서 나는 , 어머니의 하루를  조심스럽게 언급하는 글이 자랑보다는 진정 우리마음에 와닿는 인심으로 비취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해를 구하고 싶다.
몇일간 함께하며 느껴지는 ' 홀어머니의 하루 '를 소개하고 싶다.
먼저 , 모처럼 만난 아들을 위해 아침식사  준비 및 함께  식사도 하신다.
91세 고령인데도  모성애를 다하려는듯 정성스레이  아침식사를 준비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 또한 코끝이 찡해진다.
최소한 5 가지 이상의 반찬도 준비하시고 손맛도 변함없이 여전 맛있다.
지금까지 홀로 사용하시던 밥상에 놓인 풍성한 반찬때문에  오늘의 밥상은 오히려 비좁아보인다.
밥상이라기보다는  간단한 차 또는 다과 정도 내놓던 ' 소반 '으로 보인다.
오늫아침 , 좀더 큰 밥상으로 바꾸자고 하자 바로  고개를 저으시며  ' 네가 떠나고 나면 큰 밥상이 더 쓸쓸해 보이기에 싫다. ' 고 거절하신다. 마음이 짠해지는 순간이다.
볼일이 있어 잠깐 외출할때도 꼭 당부하시는 말씀은 ' 꼭 점심 챙겨 먹고 차 조심 ' 하라신다.
아직도 어머니는 일흔살을 눈앞에 둔 자식을 어린아이로  여기신다.
그리고  귀가전 전화를 드리면 또 한 말씀하신다 ' 해 지기전 돌아오고 저녁은 꼭  집에서 먹어라 ' 고 간곡하게 이르신다.
우리 어머니은 초저녁 잠이 많으신 편이다.
거의 저녁 9 시전에 취침을 하셔서 문열쇠를 따로 가지고 다닌다.
어느날 귀가가 늦어져 조심스럽게 방 ,  문을 여느순간 바로 일어나시며 또 물으신다.
' 저녁 안 먹었지 ? ' 라는  물음에  나역시 부담 드리는게 싫어 ' 괜찮다고 ' 사양을 해도 부엌으로 가시며 ' 너와 함께 먹으려고  - - - . ' 하시며  저녁상을 차리신다.
그순간 , 미안하면서 한편 이해가 간다.
홀로 밥상을  대하는 것보다 그 , 누구와 함께 식사를 한다는 의미와  또 자식이 돌아올것이라는  기대감에서 깊은 잠을  못이루신다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수가있다.
모두가  그동안 느낄수 없었던 어머니의 모성애를 일상 구석 구석에서  느끼며  ' 삶 ' 의 참맛을 느낀다.
여하튼 홀로의 생활속에서 점점 나이가 들고  깊어가는 고독 , 또한 이길 장사가 없는듯하다.  무래한 세월 속에서 자신의 가치와 멋도 그리고  그 무엇도  의미가 없어 보이는 어머니의 ' 삶 ' 을 지금에야 이해하는듯 싶다.
좀더 편리하고 양질의 가재도구로 교채하자는 제의에도  한사코 반대하시며 얼마 안남은 당신 인생에 모두가 사치스러운 것으로 치부하시는 어머니.- - - '
그러나 , 한가지 중요한 사실에는 당신 건강만을 챙기고 싶은 욕망은 크신것 같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100 세 까지 바라보시는 것보다 , 지금의 건강상태와 당신모습을 유지하며 주위 여러 이웃들에게 부담을 안주려는 마음에서 열심히 약을 챙겨 드시는 모습도 당신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오늘도  홀로 ' 지팡이 ' 또는 ' 보조기구 " 없이  그리멀지 않은  ' 노인복지회관 ' 으로 향하신다.
뒤 모습에는 ' 등 ' 이 굽으셨으나 , 주 5일  그래도 ' 요양원 ' 보다 ' 노인회관 ' 으로 향하시는  모습이 자식눈에는 무척  존경스럽다.
' 주님 ' 께 , 늘 ' 고맙습니다, 정말고맙습니다를 '  마음에 세기고면서
멀어져가는 어머니의 뒤모습에 ' 어머니에게도 ' 감사합니다 ' 마음에 담아 , 당신의 발자취를 내일도 기대하는 행복한 하루가  오늘도 저물고 있는것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왕궁의 후예 2024.01.15 (월)
   나이 어린 새 각시 수줍어 반 쯤 내민 빼꼼한 얼굴처럼 신비로움 품은 비밀의 정원, 비원이었던가? 그동안 키워준 친 어미 품이 식상했다고 성급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양 부모 품으로 황급히 달려가는 꼴이 되어 버렸던게지.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무지한 채 새로운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채워진 지루한 기다림이었다. 어쩌면 대열에서 쳐지고 지쳐 버렸기에 무언가 새로운 인생의 달콤한 변화를 꿈꾸었을 것이다. 고국을 떠나기 전...
박혜경
새해의 기도 2024.01.15 (월)
올해도 저를 고통의 방법으로 사랑해주세요저를 사랑하시는 방법이 고통의 방법이라는 것을결코 잊지 않도록 해주세요그렇지만 올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은 허락하지 마소서올해도 저를 쓰러뜨려주세요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쓰러뜨리신다는 것을 이제 아오니올해도 저를 거침없이 쓰러뜨려주세요그렇지만 다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쓰러뜨리지는 말아주소서올해도 저를 분노에 떨지 않게 해주세요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두 주먹을 불끈...
정호승
새해 기도 2024.01.08 (월)
겸허하게 하소서.내게 없는 것에 불만 하지 않고내가 이미 가진 것들에늘 감사하게 하소서나 여기에 존재하므로저기에 하늘 땅 바다가 존재하며나 여기에 고른 숨쉬고 있음에온 우주가 맥동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봄 여름 가을 겨울내 작은 발로 헤쳐갈 삶의 여로에서건네는 눈길마다, 마주 잡는 손길마다꽃잎 줍는 가슴처럼 따뜻하게 하소서덧칠 안 된 언어로 기도하게 하소서허락하신다면, 인연이여세월에도 녹슬지 않는 영혼으로심장엔...
안봉자
  2024년은 나에게는 특별한 해다. 정확히 말하자면  1994년 11월 23일  우리가  독립 이민자로 캐나다 퀘벡주에 있는 몬트리올 공항에 발을 디딘 지  50년을 맞는 해다. 반세기를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     1974년 육군본부에서 공병 장교로 일 잘하던 남편을 설득하여 아직  두 살이 채 안 되는 딸아기를 안고 아무도 우리를 반겨주지 않았던 낯선 캐나다 땅에 랜딩 했다. 남편의 본적은 함경북도, 하얼빈 출생이다. 러시아계와...
김춘희
서울 나들이 2024.01.08 (월)
   충청도 시골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가끔씩 서울 나들이를 한다. 서울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부모님을 뵙고 또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모처럼 가는 길이니 으레 올망 졸망 보따리를 거느리고 가야 하기 때문에 싸움터에 나가는 비장한 각오로 서울 행 직행 버스에 오른다.  며칠 전부터 들기름 참기름을 짜고 콩이며 팥이며 골고루 챙겨 들다 보면 보따리는 서 너 개가 넘게 마련이다. 그러나 서울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이 가까워 오면...
반숙자
굼뜬 어둠을 밀고 알버타 대 평원에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의 위대한 빛甲辰年 큰 희망으로 새 아침을 달군다매듭 달 지는 해에 아쉬움 실려 보낸오늘은 엄동설한 눈 속에 서기로운섬광이 꽃으로 피어 희망을 섞고 있다세상의 기준 속에 자신을 가두지 마라자연에 봉헌하는 서정과 순수만이고단한 삶의 이력에 발자취로 남는 것주님, 평소 소원한 이웃과 가족들에게옹졸했던 마음 모아 용서를 청하오니새해엔 달 뜬 마음을 다스리게 하소서모진 설한의...
이상목
God, where are you? 2024.01.02 (화)
어느 추운 겨울날 새벽 4시 30분쯤. 출근길에 bus shelter를 지나는데, 어떤 사람이 시멘트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homeless guy인 것 같았다. 살펴보니 흐트러진 갈색 머리의 젊은이가 누워있는데 그는 얇은 천으로 된 검정 상의와 파란색 하의 그리고 흰색 양말만 신고 있었다. 그의 허리와 발목은 속살이 다 드러나 있었고 신발도 신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몸이 요동치는 바람에 나는 움찔하며 놀라고 말았다. 그는 상체를 비틀다가...
愚步 김토마스
며칠 뒤 한국으로 떠난다는 김시인을 만났다.왜 떠나려 하느냐는 말에 그는 말했다.“여기는 더 이상 외로워서 못 살겠어요.”그의 입에서 ‘외롭다’는 말을 들어보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그는 늘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정작 외롭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여름 한 철에는 정원 가꾸는 일을 노는 날도 없이 하다가 낙엽이 지는 가을이 오면 어디론가 훌훌 날아가곤 하였다. 궁금해서 연락을 하면 ‘여기는 티베트입니다. 네팔입니다.’ 하다가...
한힘 심현섭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