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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 했던가

윤석하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9-02 10:45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우리는 지금 초 고령 시대를 살고 있다. 70년대만 하더라도 평균수명이 65세였는데 지금은 80세로 늘었다. 또한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성인병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정보가 흘러 넘쳐 얼마 안가, 말 그대로 평균수명이 백세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류가 수많은 질병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암의 근본적인 치유나 치매, 파킨슨 같은 질환도 현대의학에서 해결 못하는 과제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고리타분한 말 같지만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支父母)” 와 “인명은 재천” 이라는 고사 성어가 머리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역을 하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뜻이지만 그만큼, 살아가는데 있어서 건강을 지켜주는 요인이 부모로부터 어떤 인자를 받고 태어나는가를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죽고 사는 운명이 하늘에 달려 있다고 하는 말도 고령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의학의 한계를 일깨워 주는 말이다. 물론 평소에 꾸준히 운동도하고 먹거리를 제대로 챙겨야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 또한 필요한 요소임은 말할 것도 없다.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의 종류만 해도 수백 가지가 넘는다. 그리고 여타 질병까지 열거한다면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다. 언제 어떤 질병이 나한테 나타날지 어느 누구도 모른다.

어떤 유명 연예인은 자신의 딸을 태어난 지 1년 만에 폐동맥 결핵이라는 질병으로 먼저 보냈다고 한다. 그는 모든 현대의학을 다 동원하여 딸을 살리고자 했으나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한동안 괴로워하고 의료진을 원망도 했지만 결국, 인명은 재천이라는 불가항력의 단어 앞에서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슬픔에서 헤어날 수 있었다는 사연은 시사 하는 바가 많다. 그렇다고 죽고 사는 문제를 하늘에 맡기고 유전인자 타령만 하자는 말은 아니다. 더욱이 건강을 타고 났다고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는 사고에도 반대한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현대 의학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타고난 건강을 앞서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 가 많다. 주위에 보면, 치석제거 한번 안 하면서도 탈없이 잘 지내는 경우라던 지 다른 사람에 비해 식사 양이 훨씬 많은데 항상 가벼운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보면 분명, 타고난 체질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내 딸의 경우 나를 닮아 왼 손 잡이에 김치도 나하고 똑같이 겉절이를 좋아한다. 그리고 집사람이나 사위, 손주는 집안에 모기 한 마리만 들어와도 온 몸에 집중 공격을 당하지만 나하고 딸아이는 모기가 전혀 달려들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은 것 같지만 흥미롭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는 건강하게 살아야 할 사람들이 잘못되는 일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웃음 전도사라는 분이 60대 초반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자살을 “살자”로 고쳐먹으면 모든 것이 달라 보인다며 행복을 전파하던 40대 후반의 여성이 정작 자신에게 찾아온 암의 고통은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50대 초반에 접어든 유명한 여성 골퍼가 심장질환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이렇게 항상 웃고 행복한 마음으로 생활하며 운동하는 사람들이 질병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것을 접하면서 어떻게 해야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인지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주위에 보면 평생, 담배나 술은 입에도 안대던 분들이 간이나 대장 암으로 힘든 투병 생활을 하는 경우와 암환자들의 식이요법으로 널리 알려진 저 탄수화물 곡물에 닭 가슴살 그리고 신선한 야채주스를 오랫동안 섭취 했음에도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가 하면 암 수술을 받고 담당 의사로부터 시한부 진단을 받았는데 몇 십 년 동안 건강하게 생활하는 분들도 있다.

현대인들은 인터넷 등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신문지상은 물론이고 지상파 에서도 만병통치와 같은 건강지식을 전해주고 있다. 그러한 프로를 보면 의학적인 치료는 물론이고 각종 민간요법까지 소개되고 있다. 사람들은 그러한 정보를 구세주 만난 듯 반겨 한다. 어떤 분은 최근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생강 요법이 방송을 타고 신비의 비방처럼 소개되는 것을 보고 밥 지을 때 넣어 먹기도 하고 티도 만들어 마셨는데 효과보다는 치질이 악화되어 큰 고생을 한 바 있다.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도 생각하는 대목이다.

생각해 보면 같은 부모한테 태어난 형제들도 각각 다르다. 어떤 형제는 소화기능이 좋아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끝내는데 다른 형제는 꼭꼭 씹으면서 30분을 먹어도 배가 더부룩하고 남산만한 느낌이 들어 힘들어하는 경우를 들 수가 있겠다.

 
그래서, 우리가 질병이나 건강을 지키는 요인 중에 타고난 체질 즉 유전인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모의 체질에 따라 자식 중 누군가는 대체로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너무나 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외국의 어느 의학자가 비만의 유전인자를 찾아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의학자의 주장에 의하면 비만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비만에서 해방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음식을 많이 먹어도 날씬한 사람들을 보면서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론이라고 본다. 사람마다 타고난 체질이 있고 그 체질이 바로 의학에서 말하는 유전자로 보면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더 중요한것은 아무리 의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나를 지키는 것은 나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명상, 참선, 기도와 같이 의학 외적인 방법을 통해 육신의 고통은 물론 슬픔과 기쁨을 다스리기도 하는 것이다.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부모로부터 어떠한 인자를 받고 태어나느냐, 그리고 현대의학의 적절한 처방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불교나 기독교, 이슬람 등 모든 종교에서 공통되게 강조하는 It is god’s will (신의 뜻) 다시 말해서 인명은 재천이라는 공통된 단어에서 그 해답을 구할 수밖에 없지 않을 가 싶다.

우리 다 함께 무병장수한 삶의 날이 언젠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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