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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두환대통령과 사파리를 가다.

김근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6-11 10:45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우리는 아프리카를 “검은 대륙” 이라고 하면서 괄시를 한다.

오래전에 서양의 한 잡지를 보다 이런 글을 읽었다.
아직 피지 않은 신비의 사춘기 꽃 봉오리로 여기는 10대 여인의 몸매[아시아]
잘 발육된 20대의 몸매로 비교하는[아메리카]
난숙 풍요한 성숙의 극치,30대의 몸매로 비교 되는[유럽]
알것 다 알고 싫은 것 다 구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밋밋한 몸매의[호주]
여성의 특권이자 멍에이던 생리가 끝나가는 50대 몸매로 [아프리카]를 비유했다.
그러나 안타깝기는 하지만 모든 희생을 치뤄낸 제일 값진 우리의 엄마가 아닌가?
지금이야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는둥 지나친 요란을 떨어서 해당도 안되기는 하지만 서도말이다.
 
전 세상이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 붙었는지도 모를때 한국은 아프리카를 세상 사람들이 한국을 취급하듯이 했다.
그러나 서구 열강들은 이미 100여년전에 아프리카에 진출하여 아름다운 자연을 자신들의 앞마당처럼 즐기고 무궁한 노동력과 자원을 갈취해갔다. 드골은 아프리카가 없었다면 오늘날 유럽의 번영이 있었겠느냐고 착취의 변을 토로한바있다.
 
이 아프리카에 박 근혜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과 Korea Aid 란 아젠다를 갖고 이티오피아와 우간다, 케냐를 공식 방문했다. 비록 100여년이 넘은 지각생이지만 무궁한 지하자원과 10 억 인구를 갖은 마지막 불르오션 아프리카에 유효적절한 미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무심했던 한국 대통령의 진기한 아프리카 2 번째 순방을 보니 전 두환 당시 대통령이 케냐를 공식방문했을때 내가 한몫했던 생각이난다.

1982년 한국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케냐 공식 방문였다. 당시 케냐는 쿠데타 발생이 실패로 돌아간 후로서 정국이 몹시 뒤숭숭한 상태였지만 용감한 전 대통령은 그럴때 일수록 내가 방문하여 케냐 정국의 안정에 도움을 줘야한다고 하면서 일정을 강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바로 이웃 나라인 탄자니아는 당시만해도 공산국가로서 한국인의 입국까지 통제할 정도로 북한과 밀접한 관계의 나라였으며 영국에서 건너간 영어 선생님들이 김 일성이 위대하다고 교육하던 시절였다.  공식 방문 날자를 2 달 앞두고  안기부 본부에서 한명의 요원이 파견되서 대통령  순방기간 최 측근으로 도움을줄 교민을 선발하는데 내가 선발되었다. 비상 사태가 발생할시 현지인의 판단이 오히려 더 신속하다는 이유라고 들었다.

내가 선발된 이유는 군 복무를 육군 본부 인사차장 비서실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신원이 가장 확실한 교민이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서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인 나의 아들은 이 순자 여사의 화동으로 선발됐고 아내는 대사 부인과 함께 영 부인의 고아원 방문등의 일정에 수행하기로도 예정됐다. 온 가족이 동원됐는데 내심 나는 다른 이유로 무척 기쁜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

내가 모시던 육군 소장 인사차창은  육군본부 부임 바로전 월남의 백마 사단장 였으며 그 휘하의 연대장이 전 두환 대령였기 때문이다. 월남에서 귀국한 전 두환대령은 준장 진급과 동시에 특전사 제1여단장의 보직을 받었을때다.

육군본부의 인사차장실은 전 후방의 모든 장성들이 인사차 꼭 들리는 비중있는 사무실였으며 중령 보좌관이 같이 근무를 하고있지만  많은 일들을 내가 처리를했다. 주로 각 지역의 사령관, 사단장들과의 전화 연결이  중요하고 많은 업무의 일환이기도 했다.

가끔씩 인사차장께서는 "전 장군 대라!" 명령하면 그 일을 수행하곤했다. 육군본부이기때문에 전군의 어느 사령관이라해도 휘하부대 인지라 나와 통화를 먼저 한후 인사차장과 연결이 됐었다. 대한민국의  장군들을 거의 다 만나보았는데 당시 육군본부내에서 전 두환 장군은 후일의 참모총장감이라는 평판이 많았다. 대충그에 대한 소문은 화통하고 의리있고 선이 굵다는 평이 자자했다.

박대통령 시해 사건이 발생하고 작업복 차림의 전 두환 보안 사령관이 TV에 나와서 수사 상황을 발표할때 그 강인하고 험한 인상은 사건의 사안과 함께 너무나도 생소하게 국민들에게 부각되었다. 국민들에게는  미지의 인물였지만   군부에서는  이미 그에 대한 평판과 일말의 불안이 공존했었다.

5.16당시 혁명을 지지하라는 지시를 거부한 강 영훈(중장) 육사교장은 감옥에 가고 일개 대위였던 전 두환은 생도를 동원하여 지지 시가행진을 감행했고  그의 인생은 탄탄대로로 판가름 나기 시작했다.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사복을 한채 같이 심야에 권투경기를 보는 측근 장군이니  대통령으로서도 큰 잘못이지만 전 두환장군의 수단을 엿볼수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일개 생도로서 육사교장의 딸을 애인으로 삼었으니 바로 이순자 여사다. 생도시절부터 이미 배포는 장군이며 출세가도의 징검다리를 놓았다.

안기부에서 특파된 인사가 나를 거의 매일 만나면서 식사도 같이하며 일종의 교육을 시키는데 각하가 무엇을 물어보면 절대 내 개인의 생각을 말하지말고 예, 아니요 라는 말만 하라고 하는 것이 반복되는 중요 핵심 내용이다. 이 안기부 요원을 십 여년뒤 밴쿠버에서 다시만났는데 총영사관 근무를 했던 박 홍철 참사관이다.

드디어 전 세계의  대통령 외국 순방에 보잉 747을 타는 나라는 단 한곳도 없는데  유일한 대한민국이니까 보잉 747로  거의 전 각료와  재벌총수들을  망라하여 400명 가까운 순방단이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했다.

붉은 카페트가 깔리고 군악대가 애국가를 연주하는 순간 나는 제대를 한지 10년이 조금 지났는데 전 대통령이 나를 알아볼까? 두근 거리기 시작한다.

드디어 대통령과 영부인이 서서히 내려오는데 나는 대사 내외 바로 옆에 안기부에서 준 비표를 양복 깃에 달고 아내와 화동인 아들과 함께 도열해 있었다.

옛날보다  조금 늙기는 했지만 건강미는 그대로다. 대사와는 의례적인 악수만 하드니 드디어  내 차례가됐다. 나는  반가운 마음이 솟구치기도 했다 나와 악수를하더니 “자네는 누구인가?” 하문이다. 구면이구나하는 느낌이다.

“넷, 육군본부에서 인사차장을 모시던 아무개입니다 하는대신 각하 케냐 순방에 지원나온 교민입니다”라고 말하고 말았다. 겁주는 안기부에서 교육받은대로 내 생각은 말하지 않은것이다.

발자국을 띠면서도 나를 다시 한번 깊숙히 쳐다보드니 계속 궁굼해 하면서 다음 행동으로 옮긴다. 순간 바보같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전 장군은 군대 시절에도 휘하의 맘에드는 장병들은 계속 잘 돌봐주고 대통령이 된후에는 모두에게 한 자리씩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고을 군수자리 하나가 날라간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장군들로부터  많은 귀여움을 받었던 병사였다. 장교로 임관시킬 진로를 만들어 줄테니 군문에서 국가에 봉사하라는 장군도 있었다.

2박 3일동안 나는 대통령의 2보뒤 왼쪽에서  임무( ? )를 수행했다. 경호실장보다도 앞 자리였다.

케냐 대통령과의 공식 일정이 끝난후 동물의 왕국 마사이 마라 시찰 일정이 이어졌다. 명색은 시찰이지만 동물 사파리 일정이다.  

케냐 국가에서 제공한 선두 랜드로버 사파리 차량과  400명이나되는  수행원들이 사파리에 나서는 날이다.

나는 특별히 이티오피아에서 지원 차 나온 최 참사와 선발대로 마사이 마라행 비행기에 올랐다. 꼭 서 영춘같은 사람이 하나 개나리 봇짐같은 것을 메고 타는데내가 당신은 누구냐고 물어보니 각하 검식관이라고한다. 농담 좋아하는 내가 아니 대통령 검식관이면 잘 먹을텐데 왜이리 삐쩍 말랐느냐고 하니 아이고 남들이다 그렇게 말해요, 그러나  각하께서 식사후 설사라도 조금하면 나는 꼬질때 뿌러짐니다 해서 최 참사랑 한참 웃었다. 한국에는 대통령의 심기관리라는 단어도있던데 이번에는 뱃속관리도 하는구나 생각했다. 누구든지 남모르는 고충은 있는법이다.

육중한 군용 비행기가 그 유명한 라이언 킹의 무대인 마사이 마라  신작로 활주로에  먼지를 일으키며 착륙했다.

새까맣게 널려진 수백마리의 버펄로 떼들이 신통하게도 반으로 쫙 갈라지드니 착륙 활주로를 만들어 준다.

선발대로 도착한 나와 최참사가  대통령을 맞았다.

드디어 랜드로버 선두차에 경호원 2명과 내가 동승하고 바로 뒤의 사파리 차량에는 조수석에 경호실장 그리고 전 대통령 내외가 탑승을 했다,  대통령내외를 비롯한 전 재벌총수들 수백명이 나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수 십대의 차량이 뱀꼬리처람 구불 구불 나를 따라온다.

뒤를 보니 아프리카가 생긴이래 최대의 장관이다. 왜냐하면 거의 전 각료와 재벌 총수를 망라한 수행원과 수십명의 기자가  이렇게 많이 출동하는 나라는 없으니말이다. 불행하게도 그많은 각료들은 후에 아웅산 테러의 희생자가 되었다. 그때도 역시 보잉 747을 타고 순방을 갔었다.

몇분을 천천히 달렸으나 세계에 최고의 사파리 공원인 마사이 마라에 동물이 하나도 안보인다.

나는 죄도 없는데 진땀이 나기 시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 내 근방의 경호원에게는 어디서 지령을 하는지 “야! 아무것도 없잖아”하고 닥달을 한다.

경호원도 또한 죄가 없으니 애꿋은 나에게 김 선생님 동물좀… !!  군대 같으면 동원했을텐데..하는 안타까움이 젖어 나온다. 나는 통상 다니던 코스를 수정하여 케냐 레인저  기사에게 아끼고 있던 비장의 무기인 제주도로 가자 ! 하고명령을 내렸다. 마사이 마라 제주도 라고 내가 명명한 이곳은 광활한 벌판에  아주 아주  큰아카시아 나무가 있는데 거의 늘상 사자 커풀이 오붓이 시원한 그늘아래 데이트를 즐기는 곳이다. 핸들을 꺽어서 달리니 수십대의 버스도 진로를 바꿔서 나를 따라온다. 또 한번의 장관을 보면서 속으로 우쭐해진다.

약간을 달리니 아름다운 초원의 지평선위에 기린 3 마리가 20 미터 간격으로 서있으면서 우리들을 바라보는데 그림이다. 경호원이 소매자락 어디에다 대고 보고한다. 좌측 전방 30미터에 기린 3마리 출현!  경호원들은 모두 특전사에서 청와대로 차출되온듯 생각했다.

뒤에서도 너무 반가운 나머지 기린은 나도 알어 임마 !. 동물원이 아닌 케냐의 초원에서 보는 기린은 그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과 함께 아프리카라는 신비함이 덧입혀져서가히 충격이다. 뒤를 보니  투박한 전 대통령도 천진한 아기같이 웃고 영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한다. 오늘은 나도 기쁘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천천히 제주도로 가지만 또 걱정이 태산 같다.   사자가 과연 내 사정을 알기나하고 와 있을런지?

사실 아프리카에가면 사자가 우굴거릴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몹시 귀하신 몸이고  역시 귀하신 몸은 자태를 쉽게 들어내지 않는 법이다.

속으로 기도를 하면서 마침내 도착을 하니 장발의 잘 생긴 황소만한 숫놈과 여우같이 생긴 암사자가  끼고 딩굴고 하드니 수백명의 중인환시속에서 교미를 시작하는 것이아닌가? 나도 사실 케냐에서 십여년을 살면서 사자의 교미를 본적이 없고 오히려 런던의 동물원에서 본적이 있는데 경사다. 1000 개 가까운 인간의 눈동자는 전혀 거들때보지도 않고 천지를 진동하는 포효를 하면서 교미을 마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여기서는 너무나도 무시당해서 사람도 아니다.두분 사자는 하늘을 향하여 벌렁드러누워서 휴식에 들어간다.

대통령과 영부인도 같이 즐겁게 보는데 수십대의 티비와 카메라가 사자대신 영 부인의 즐거운 모습을 찍고있음을 눈치 채드니 차속으로 몸을 낫춘다. 카메라 맨들이 짓굳다는 생각을 했다.

그 밖의 동물들은 많이 못 보았지만 사자를 보았으니 최고의 사파리다.

키코록 롯지에서 관광 장관의 초대로 식사를 하는데 나는 기자들과 함께 식사자리를 했다.

조선일보 기자가 사자 교미하는 모습을 자주 보느냐고 물어서 그 질문을 간파한 내가 한 마디했다.

현지인들이 하는 말에 의하면  사자의 교미를 보면  어마어마한 행운이라고 하드라 했드니 며칠후 받어본 신문에는 교민의 말에 의하면 전 대통령이 그 짧은 사파리중에사자의 교미를 보았으니 국운이 틔일거다 라고 쓴  기사였다.

마음은 졸였지만 즐거웠던  대통령과의 사파리였다.

30여년전에 전 두환 대통령이 이정표를 세우고 또 30 여년후 박 근혜 대통령이 교두보를 구축했으니50년전에  케냐로부터  만불을 꿔왔던  그 한국이

새마을 교육을 전수하고 대 단지를 조성하여 한국기업을 진출시킨다니 늦었지만 착취만 해갔던 서구보다 훌륭한 우리나라의 의미있는 진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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