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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6-06-04 10:17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물방울 진주- 백철현
(부제 : 2015년 12월 11일 저녁 8시 11분)

재                                      
한 줌

뿌연
종말

기가 
막힌다

미안타
그저 미안타

비 젖은 바람개비처럼 무겁게 돌아가는 나이테

뒤돌아보지 마라
우리 뒤돌아보지 말자
너는 눈발처럼 훨훨 먼 길 떠나고
나는 빗발처럼 열리지 않는 창 밤새워 두드리네
      
2015년 12월 11일 저녁 8시 11분

그 마지막 초침소리
고무풍선에 실 끊어지던 소리
온몸으로 삼키던 이 세상 마지막 사랑 고백

귀를 
막는다

그래, 차라리 흰 구름이라 하자
천천히 흐르던 어릴 적 뭉게구름이라 하자
흘러간다는 것은 망각이고
망각은 또 하나 비워지는 곳간

시작은 항상 적막 가운데서 통증으로 오느니
새순처럼 파르르 산통하는 그 초침소리
내 안에서 다시 접신되는 네 몫의 춤사위

초침소리가 내 빈 방에서 점점 요란하고
내 부질없던 날숨도 덩달아 바빠지고

그렇다
횡재다

한 줌 재 위에 떨어진 한 방울 진주
텅 빈 곳간에 애벌레처럼 꿈틀대는 물방울 진주

감   사   하   자

우리 감사하자
새 하늘과 새 땅에서 감사하자
잉태의 곳간,
우리 거기에서 손잡고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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