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오늘 / 김베로니카

김베로니카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5-06 15:08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 날. 수많은 오늘을 보냈다. 내일이 꼭 오리란 생각도 없이 흘려보낸 수많은 오늘이 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높으신 분께서 베풀어준 자비로 이어진 내 삶이 오늘에서야 참 복 받은 행복한 인생이었단 생각이 든다. 매일 즐거운 날들이었다고는 하지 못하지만, 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날도 있었겠지만 지나고 보니 그 또한 나에게 지워진 피하지 못할 내 길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수많은 날을 과거에 얽매어 괴로워하고 또 그리움에 눈물 지우며 보냈는지, 돌아오지도 않은 내일을 생각하면서 불안에 떨고 오지도 않을 그 무엇 때문에 긴 밤을 괴로워하면서 뜬눈으로 지새운 밤이 그 몇 날이었던가. 인간은 내일이란 날이 필연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날들 인양 오늘을 생각 없이 흘려보내고 내일은 당연히 다가올 것인 양 아무런 생각 없이 맞이한다. 나이가 먹고 시간이 나에게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되고 불치의 병에 걸리거나 극한상황에 처하면 나에게 주어진 오늘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날들로 다가오는지 상상조차도 못한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 참 귀한 날이다. 내일 잠에서 깨어나 찬란한 아침을 맞이하면서 상쾌한 기분으로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그런 작은 일상에서도 이제는 조금씩 두렵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오늘을 맞이하지 못하고 세상과 하직하는 사람 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저 오늘도 내일도 다 내 것인 양 생각 없이 살아간다. 밤사이 안녕이란 말이 조금씩 가슴에 와 닿는다.


어떻게 살면 남은 오늘을 후회 없이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또 다른 새날을 맞이하면서 느끼는 감사함, 그리고 내가 또 하루를 선물 받았구나! 이 근사한 선물을 어찌 써야 가장 멋지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살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 내일은 생각지 말고 오직 오늘만 온 마음을 다해서 열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면 아마도 모든 게 귀하고 아쉬워서 내 마음과 정성을 다 쏟아부을 것 같다. 비가 오면 어쪄랴, 또 눈이 온다면 날씨가 덥다고 춥다고 어찌 투정을 부릴 수 있을까. 그저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면서 시간을 보내겠지.
 
 
 
속절없이 흘려보낸 수많은 지나간 오늘들, 좀 더 잘 살 수도 있었을텐데, 후회도 많지만 그게 나에게 주어진 필연의 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수많은 밤 고뇌에 차고 밤잠을 설치며너 괴로워한 날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이 자리에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기나간 추억은 다 아름답다. 슬픈 일 괴로웠던 일 또 즐겁고 아름다웠던 많은 날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렇게 서 있다는 그 사실이 대견하다. 오늘까지 잘 살아온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자.
 
앞으로 주어질 오늘은 어떤 모양으로 나에게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겠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활짝 웃어주자. 내가 먼저 이웃에게 손 내밀고 소식없는 친구에게 안부도 물어보자. 내일은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오지 않은 날을 기다리면서 그냥 무심히 오늘을 보내기보다 비 내리는 밴쿠버에서 오늘 빗속을 걸어보자. 내일은 해가 뜨겠지하면서 내일로 미루지 말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나에게 남은 오늘은 후회스러운 어제가 아닌 행복했던 날들로 기억될 수 있는 그런 오늘을 살자. 주어질 내일이 언제 마지막 오늘이 될지 모르는 우리들의 삶은 주어진 이 시간을 감사한 마음을 그리고 보람차게 살아야만 하는 이유이다.
 
봄은 벌써 내 주위를 맴돌면서 울긋불긋 꽃단장을 시작한다. 곱게 차려입은 새색시 인양 수줍은 몸짓으로 다가온다. 어찌 그 아름다운 꽃대권을 지나칠 수가 있을까? 오늘은 꽃구경이나 하면서 온 마음을 다해서 이날을 즐기자.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날인 것처럼.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빨리빨리, 천천히 2023.11.27 (월)
   자동판매기 버튼을 눌렀다. 캔 음료가 나오기 전 습관적으로 머리를 숙여 음료수가 나오는 통로로 손을 내밀었다. 조금 기다리니 덜컹하며 내 손에 잡힌 음료가 갈증을 풀어주었다. 자동판매기 앞에서 난 매번 필요 없는 동작을 한다. 커피 자동판매기에서도 버튼을 누른 후 커피가 다 채워지기 전에 손을 먼저 넣어 뜨거운 커피가 손 등에 흘러 데인 적도 있었다. 또 다른 습관은 공공기관 서비스 안내 전화가 연결되었을 때, 안내 내용을...
정효봉
엄마의 힘 2023.11.27 (월)
   하루에도 몇 번을 오가는 거리가 처음 보는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스쳐 지나가는 낯선 이의 모습 속에서, 외국어로 채워진 상가 외벽의 간판을 보며 나는 누구이고, 내가 있는 곳은 어디 인지를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자메뷰(Jamais Vu), 즉 미시감(未視感) 현상을 말하는 걸까? 익숙한 장소가 낯설게 느껴지면 재빨리 눈을 감거나 하늘을 올려다본다.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이국의 정취에 스며들지 못하는 나는 공기 중에...
권은경
오로라 마주하기 2023.11.27 (월)
서막이 열리기 전 객석은 이미 만석반전 매력이 없는 공연은 싫다면서무대의 천정 끝에서 *스윙이 나타났다*오프닝 코러스로 별 똥이 지나간 뒤객석은 발아 되어 변주로 출렁이며수많은 빗살 무늬로 줄을 타는 아리아극한의 무대 위에 광량은 클라이 막스2막 3장 푸른 빛을 되감는 필름처럼오, 그대 다시 보고파 불러본다 *커튼 콜*스윙(Swing)-모든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배역으로 주 배우의 이동 시 역할을 맡는 배우*오프닝 코러스(Opening Chorus)-서곡이...
이상목
가을날 2023.11.20 (월)
하늘빛 깊어져가로수 이파리 물들어가면심연에 묻힌 것들이명치끝에서 치오른다단풍빛 눈빛이며뒤돌아 선 가랑잎 사람말씨 곱던 그녀랑두레박으로 퍼올리고 싶다다시 만난다면봄날처럼 웃을 수 있을까가을은 촉수를 흔들며 사냥감을 찾고나무 빛깔에 스며들며덜컥 가을의 포로가 되고 만다냄비에선 김치찌개가 보글거리고달님도 창문 안을 기웃거리는데.
임현숙
    케이팝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한 유명인이 성경 강의를 한다고 해서, 유튜브를 통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강의 시작에 앞서 그 유명인은 자기의 사적인 이야기부터 꺼냈다. 얼마 전 생일날 친구로부터,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너에게.”로 시작되는 생일 카드를 받았다고 했다. 그 카드를 준 친구와는 무명 시절을 같이 보냈었는데, 현재 자기는 크게 성공했지만, 그 친구는 여전히 무명이라고 했다. 그러니 그 친구 눈에는 그가 얼마나...
박정은
어떤 눈물 2023.11.20 (월)
   벌써 14년 전이다. 한 방송사가 47주년 특별 기획이라며 보여주던 다큐멘터리는 참 충격적이었다. 우연히 채널을 돌렸다가 보게 된 프로였는데 지금도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지구 온난화로 사냥터를 잃어가는 북극곰의 눈물, 빨리 녹아 사라져버리는 작은 유빙流氷에 갇힌 바다 코끼리, 사라지는 툰드라에서 이동하는 순록 떼의 모습은 결코 아름다운 영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로 그리 심각하게 생각지는...
최원현
추수감사절 2023.11.20 (월)
바람에 출렁이는 이삭이하늘 문에 닿아 노크를 하네이제는 두 손 모아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시간공중에 나는 새도 가만히 내려와바닥에 떨어진 이삭을 쪼네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 재단에잔치를 베푸시는 농부의 손은거룩하기만 하고허수아비도 참새도 즐겁게 춤을 추면서풍년을 노래하는 추수감사절부귀영화도 한낱 바람과 같다고 하나오늘 만은 들꽃처럼 환하게 노래 하려네
유우영
금은달 금은별 2023.11.15 (수)
하아. 은별이는 침대에 털썩 드러누우면서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사 온 집은 말이 좋아서 현대식 한옥이지, 낡은 한옥에 부엌과 화장실만 신식으로 덧지은, 그냥 시골집이었다. 이사를 가지 않으면 밥도 안 먹고 학교도 다니지 않겠다고 강짜를 부리긴 했지만, 이런 깡촌으로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방문 너머로 아빠와 통화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럼, 잘 도착했지. 이삿짐 아저씨들이 다 제자리에 들여놔줘서 정리만...
곽선영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