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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km 걷는 자의 꿈!, John Muir Trail(2)

오정례 vedder526@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9-30 14:10

John Muir Wilderness Section, 2012년 8월 14일~17일.

John Muir Wilderness의 길이는 아주 길다. 동쪽과 서쪽으로는 100마일, 그리고 시에라 네바다 (Sierra Nevada)의 중앙과 남부를 포함하고. 서쪽은 캘리포니아의 센트럴 밸리에서 접근할 수 있고, 많은 작은 마을과 캠프 시설을 갖추고 있다. 동쪽은 매우 가파르고 오웬 밸리에서 접근할 수 있다. 호수, 초원, 계곡, 산봉우리, 숲 등. 시에라 네바다 (Sierra Nevada)가 제공하는 모든 자연환경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환경 보호와 국립 공원 시스템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Sierra Club ( 환경보호단체로서 정치적인 영향력이 대단한 조직이다 ) 을 창립한 John Muir의 이름을 따서 이 지역을 John Muir Wilderness로 했다.

Mammoth에서 재충전한 후, 연료와 음식의 보충으로 무게가 3킬로 더 늘어난 등짐을 지고,   산불이 휩쓸고 간 Red Meadow 지역을 넘어간다. 20년 전, 1992년 8월 산불로 검게 그을린 나무들이 장승처럼 서 있는 고갯길은 흑백의 판화처럼 화마의 상처보다 곳곳에 낮은 들꽃과 숲이 되살아나고 있는 또 다른 자연의 순환을 보여준다.



고개를 넘어가는 노인이 우리에게 앞으로 일주일 내내 비가 올 것이라고 일기예보를 알려준다. Red Cones를 지나자 한차례 빗줄기가 솥아 진다. 우리는 이때부터 Backpack 커버를  씌웠다 벼 꼇다 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걷다 보면 같은 꿈을 갖은 동행자들을 자주 마주친다. 완주 10일을 꿈꾸는 사람, 완주 13일 걷는 사람들 제각기 같은 길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를 의심하고 위안 삼아 걷다보면 어느새 하루해가 진다. Deer Creek에서 Camp를 하고 모닥불을 피웠다. 낮에 맞은 비로 젖은 몸을 말리는데 추대장이 Permit에 이 지역에서는 2012년에는 가뭄으로 10.000피트 이하라도 모닥불을 피울 수가 없는 곳이라며 불을 끄자고 한다. 산속의 넉넉함도 많이 변해가고 있다

다음날 지나온 Cascade Valley와 그 너머로 눈 쌓인 산들 사이사이에 르피나스 (보라색, 파란색)와 인디언 페인트 브러쉬 (빨간색)들이 하이커들의 유일한 친구처럼 다정하다.
죤 뮤어트레이를 걷다 보면 수많은 호수를 지나게 되고 멀리서도 바라보게 된다. 가뭄으로 마른 호수 밑바닥은 송어는 어디 가고 검은 유기물과 반석으로 메꾸어져 있다. 오늘도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물빛이 아름답다 하여 지어진 Purple Lake를 지나고, 아름다운 Lake Virginia를 거쳐서 Tully Hole로 내려간다. 그리고 다시 오르막을 올라가서 내일 넘어야 할 4번째 Silver Pass 턱밑에 있는 Squaw Lake 옆에 다시 단꿈을 이룬다



다음날은 새벽 4시 기상에 6시 이전 출발이다. 10,900ft의 Silver Pass를 넘어야 하기에
새벽부터 늦은 아침까지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이 수월하다. 내리막길에서 해가 나면 밤사이 축축해진 텐트와 침낭과 옷가지들을 바람과 햇살에 널어 말리는 모습과 그을린 얼굴을 서로 바라봐도 이제 그렇게 새롭지 않다. 허기진 배를 누룽지와 말린 야채로 물을 가득 넣고 끓여서 휘휘 저어 점심을 배급한다. 공평한 것은 숲 속의 삶인 이곳에서도 이루어진다. 처음엔 한 방향으로 두 국자씩 그다음엔 한 국자 그리고 나머지는 더 원하는 사람에게 돌아갔다. 밥이라고 하면 직접 말린 누룽지가 주 메뉴고 북어, 육개장, 미역 그리고 집에서 말린 감자, 당근, 김치, 간 멸치가 보조 메뉴이며, 입맛을 돋워 주는 새우젓이 비상식량이다. 근육통을 호소하는 대원이 늘자 대장은 원인을 소금 부족에서 찾아냈다. 땀을 많이 흘리는 데 반해 소금의 양이 적다고 판단 식단을 조금 짜다 싶을 정도로 소금을 사용하니 준비한 소금이 모자라, Muir Ranch에서 살 보충 물량목록에 추가했다




힘의 공급원은 역시 Trail Mix인 땅콩과 에너지바, 우린 이것들을 사료라고 부른다. Trail 초반에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형형색색의 에너지바들. 이것들이 시간이 갈수록 단골손님처럼 언제나 필요하다 싶으면 손이 닿을 곳에 넣어둔다. 걷다 지쳐 잠시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추 대장 목소리가 들린다. 살고 싶으면 먹고, 마시고, 무엇이든지 잘 먹는 염소 띠가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체력이 유지되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단다. 생존의 법칙이 적용되는 순간 나도 염소가 되자!. 넘어가지 않는 에너지바를 입에 넣고 물컹거리며 한두 번 우물거리다 물로 넘긴다. 속에서 안 받는 덩어리를 빨리 넘기다 보면, 눈물도 눈가에 괴이고 때론, 걷다가도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운 미소도 간혹 지루하다고 느낄 때 작은 사탕 한 알을 입안에 넣고 이리저리 굴리며 도시에 두고 온 조각난 추억들을 엮으며 걷다 보면 배고픔과 걷는 고달픔을 이완시키는데 위로가 된다. 나에게 사탕이란 존재가 이가 썩는 불량식품이 아니라 적어도 지금은 친구 같은 에너지의 근원이었다.
마치 깜박이는 형광등처럼 생각이 끊겼다 이어졌다 반복하다 보니 어느 사이 10,900ft의 Pass를 쉽게 넘었다.




배를 타고 John Muir Wilderness로 들어올 수 있는 Lake Edison Dam으로부터 4.5마일은 물이 없다는 대장 말에 물 보충하고 내리막 10마일이라 쉽겠다 생각했는데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걷다 보니 오르막이나 내리막이나 인생살이 쉬운 길이 없다는 걸 알았다. 오늘의 운행거리 17.6마일. 발에 불이 날 것 같다. 12시간 20분 많이 걸었다.




드디어 중간 보급품을 찾는 날이다. Muir Trail Ranch 문 닫기 전에 도착하려고 부지런을 떨다가 보니, Selden Pass도 그만 쉽게 올라섰다. 도중에 만난 Marie Lake는 정말 예쁜 호수이다. Pass를 넘어 투윈레이크에서 점심으로 누룽지와 강태공들이 낚시하는 송어를 기다리다 실바람에 잠시 꿀맛 같은 낮잠을 잤다. 잠시 한눈파는 사이 시간 여유가 없어졌다. 오후 5시에 문을 닫는 보급품 보관소에 도착하기 위해 나와 대장 브라이언은 정신없이 발걸음을 재촉해서 Muir Trail Ranch에 가까이 오자 천둥을 동반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로가 겹친 탓일까? 오늘은 어제보다 운행거리가 5마일 적은데 몸은 무겁다.




대장이 산행 출발 2주 전에 우체국을 통해 보낸 두 개의 통에 담긴 보급품을 나누고. Muir Ranch에서 Brain 신발 뒷굽이 덜렁거려 접착제를 사서 붙이고 모자란 소금도 사고 연료도 보충했다. 여기에 진열된 도네이션한 보급품 통을 열어 커피, 오트밀, 우윳가루를 집어들고 마치 횡재라도 한 듯 저마다 입꼬리가 귓가에 걸린다. 근처 캠프장에 텐트를 치고 강을 건너 랴듐온천에 몸을 담그니 새삼스레 마음이 훈훈하고 넉넉해진다. 오늘은 배도 부르고, 후식인 커피도 마셨고, 온천까지 하고 나니 괴죄죄한 모습이 사라졌지만 그을린 얼굴은 점점 구릿빛으로 변해가고 내일 넘어야 할 구간을 꿈속에서 그리며 John Muir Wilderness의 밤은깊어간다 - 다음에 계속



사진 추춘득(LA 전 설암산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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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샘 임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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