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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들… 우울한 이민 드라마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6-09-30 09:34

살인의  추억  1:
“그는 아버지를 죽이고 또 아버지를 음해하고 있습니다.  그가 형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올 것이 겁납니다.  그에게 최고 형량 21년을 선고해 주세요.”

2011년  LA남쪽  애나하임에서 살해된 이연우씨  딸의  법원 호소이다.  그녀는  아버지를 살해한 아버지의 죽마고우  조병권씨의 선고공판에 참여 하기 위해 한국에서 날라왔다.

“아버지는 긍정적이고 강한 마음의 성격입니다.  이곳에  가족이민을 준비하게 위해 비즈니스 기회를 알아보려  왔었습니다.  그러나  싸늘한 재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에서 사업에 실패한 이연우씨는 몇년전  LA에 있는 고향친구 조병권씨의  집으로 찾아왔다.  함께 지내던 그들은  살인자와 피살자의  운명들로 바뀌었다.  이연우씨는 자살하고 싶지만 생명보험 혜택,  그리고  고향의 가족들에게  불명예를 남기고 싶지 않다며 친구 조병권씨에게 죽여달라고  간청했다.  이씨는 항상 조씨를  압도하는 친구관계 였다. 

경찰조서에 따르면  이 와중에 이씨는 친구 조씨의 부인과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친구 조씨가 빌려간 돈  2천달러를 갚지 않은 댓가였다고  한다.  이같은 행동도 모두 조씨가 이씨를 살해할 마음을 강하게 하려는 이씨의  계획이었다고  조씨의 변호사는 법원에서 주장했다. 

두 친구는 자살모의를  하며  총도 같이 사고  강도로 위장할 큰 신발도 산다.  그리고  2011년 오렌지 카운티  애나하임의  한적한 길거리에서  조씨는 강도로 위장한 총격으로 이씨를 살해한다.  이씨는 처형식으로 뒷머리에 총격을 받았다.  조씨는  쏘고 싶지 않았지만  이씨가  조씨의 부인과 딸을 모욕하는 말을 계속하자  방아쇠를 당겼다고 한다.  살인유도였다는  변호사측의 주장이다.  한인사회에서 보기 드문 이상한 총격살인 사건이었다.

지난주 이사건의 선고공판.   살해자 조씨는 눈물을 흘리며 최후 진술을 했다.  “용서를 바란다. 죄값을 받기 위해 최고형  21년형 뿐만 아니라 사형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판사가 선고를 내릴  차례가 됐다.  “보기 드문  이상한(extraordinary) 사건이다.   두사람만이  애나하임 어두운 길 위에 있었고,  여기 법정에 한사람만이 남아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얘기했다.  그러나 증거와 정황은 이 사건은 일급살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판사는 최고형인 아닌  10년형으로 판결을 내렸다.  

이 재판에서 조씨의 변호사는 친구간 우정과 자살에 대한 한국식 사고방식,  문화에 대해 강조하며 조씨가 이씨에 의해 조종당하는 상황이었다고  판사를 설득해 갔다.  이씨와  조씨의 또다른 친구는 증인으로 나와  이씨가 친구들을 압도하는 성격이었고  수십년간 조씨에게 영향력을 끼쳤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가족에게는 많은 상처가 남겨졌다.  죽은자가 기대하던 생명보험금의 지급은 어떻게 될지.   살아남은 가해자 조씨는 그동안 재판과정으로  지나간   6년 세월을 크레딧으로 받아 형량 10년중 몇년만 살면 석방될 수 있다.   

살인의 추억  2:  “살인용의자입니다.  이 목소리를 기억하시는 분은 경찰에 연락하십시오.”

LA의  주류채널 TV 방송국에서 이번주에 흘러나온  ‘그놈 목소리(한국영화)’이다.   ‘그놈’은 택시회사로 전화를 걸어와 택시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한다.  전화의 한쪽에서는 여자와 싸우는 소리도 들린다.  이 택시호출을 받고 벨캡택시의 한인 전학춘씨는 자정을 넘긴  12시 10분 사우스 LA로 향한다(낮에도 통행을 꺼리는 이 지역을 왜 한밤중에 갔는지).   낮근무만을 하는 그가 이날따라  저녁 때 공항지원 근무를 했고 밤늦게 귀가 하던중  회사의 명령을 받은 것이다. 전학춘씨가 향한 곳은  91가와 메인 스트릿 인근의 전화박스.   그러나  6시간후 전씨는 이곳의 배수로 구멍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2001년 6월 13일 발생한 사건이다.  

15년후  LA경찰이  공개한  ‘그놈 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들려진 것이다 - “누가 이 목소리를 아시나요. “   
당시  61살의 전학춘씨는 함경도출신으로   의왕시청(옛 시흥군청)에서   공무원으로 봉직하며 대통령으로부터 우수공무원 표창까지 받은 청렴결백한 공직자였다.  1990년  자녀들의 대학진학을 위해  부인이 먼저 2남2녀를 데리고 로스엔젤레스로  취업이민을 왔다.  전씨는 3년후 명예퇴직을 한 후 LA가족들과 합류했다.   가져온 재산을 털어서 LA코리아타운에 ‘장충동 족발’ 식당을 차렸다.  그러나  부인의 심장병이 악화되면서 1997년 가게를 정리 했고  전씨는 생계유지를 위해 택시기사로 나섰다.   장남은 샌호세주립대학을 졸업,  둘째딸은 UC대학을 졸업하고  곧  IBM 에 취직할 예정이었다.  막내아들과  88세의  어머니까지 모시고  살던 그를 2001년 6월13일 이후로 가족들은 다시 볼 수 없었다.   전씨는 그날 부인에게  “자식들이 일자리를  갖게 됐으니 택시일 그만두고 자식덕 보게됐다”며  좋아했었다.  그는 “영어가 시원치 않아 일이 힘들다”고도 했고 “밤눈이 어두워져  그만해야겠다”는 말을 했다.

소원대로 자식들을 모두 미국의 좋은 대학에 보내고 쉴 만할 때에  가족을 떠난 전씨.  15년만에 들려지는 ‘그놈의 목소리’의 주인공을  꼭 잡았으면.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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