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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6-08-25 17:17

로스엔젤레스의  ‘한인 시골마을’  혹은 ‘한인 농촌’으로 불리던  지난주 필랜의 산불은 꺼졌다.  이번 산불의 공식명칭은  이곳 빅터빌 한 지역의 속칭을 따서 ‘블루 커트’라 불리고 피해지역도 오크힐즈, 카혼패스, 리틀 크리크, 발디메사등 4만에이커에 이르지만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필랜에  피해가 많아  필랜산불이라 한다.  이곳은  땅이 넓으며,  공기가  좋고 ,  하이킹 코스가  많은 높은 산들이 둘러쳐져 있고,  겨울에는 눈이 온다.   땅값도  싸다.  여름에는 덥지만  고향 한국처럼  사계절이 있어 농사를 지으며  전원생활을 꿈꾸는 농부지원자들,  종교인들,  예술인들이 많이 자리를 잡았다.

이번  산불로 105채의 단독주택이 전소됐고  210여채의 건물들이  불피해를 입었다.   필랜지역의  한인  매실농장, 대추농장, 오리사육장, 열린문 기도원,  순교자들의 선교 수녀원 등이 전소되거나 일부 소실됐다.

이번주 들어 불은 꺼졌지만  많은 피해자들의 가슴에는 타는 숯덩이가 남겨졌다.   LA총영사관과 빅토밸리 한인회가 공동으로 한인 이재민 파악에  나섰다.  현재까지  50명이상의 한인 피해자가 파악됐고  25가구  주택이  전소됐다.   “집이 탄 것도 큰 좌절이지만  20년 넘게 키운 수천그루 과실수들이 모두 잿더미가 된 것에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나간 한인 영사의 말이다. 

필랜 매실농장조합의 한 관계자는 138번 프리웨이  인근의 필랜지역에서 개인주택을 짓고  과수원을 하던 한인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며 이들 피해자들이 빅토빌 페어그라운드  대피소에서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대피소를 방문한  카운티 수퍼바이저가  천스배농장의  천부자씨,  그리고  조셉팜 농장의 프란체스카 최씨를 위로할 때 이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올해   76살의  천씨는 1991년 남미에서  3남매를 데리고  가족이 로스엔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남편 천종철씨와 함께  1996년 필랜에  농장을 시작한 부부는  20년 동안  흙을 일구며 나무를 심고 드디어는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는  과수원 농장을  이루었다.   2년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자녀들과  함께 농장을 지키던  천씨는 검은 잿더미로 변한 농장 앞에서 쓰러져 울었다.  “아이들에게  남겨주기 위해  20년을 죽을 고생을  했는데  …”   남편의 2주기를 맞으며 정리했던 그들의 파란만장한 이민일대기 자료도 모두  재가 됐다.  주택보험은 있지만 농작물 보상을  위한  상업보험은 가입을 하지 않았다.

대관령 농장의  윤여용씨는 이웃한 열린문 기도원과 함께 피해를 입었다.  초록색이 넘쳐나던 그의 농장자리에 불에 탄 잿빛 나무들과 연기가 가득차 있다.  “ 창고가 타고  농장이  탔습니다.  기도원은 축사가 다 탔습니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빅터빌 지역에서 도자기를 구으며  캠핑장을 대여하고 방문자들에게 휴식과 숙박을 제공하던  도예가  김성일씨의  ‘예술사랑’에서는   RV차량  3대와  갈로 등이 불에 탔다.  다행히 집과 도자기 스튜디오는  불이 비켜  갔다.   “집 안팎이 온통 재로 덮여 있습니다.  공기도 좋지 않습니다.  복구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새로이  농장생활을 시작하며  집을  짓고,  굴착기등 각종 장비와 공구 5만여 달러치를 장만했던 한인도  모든 것을 잃었다.  빅토밸리 한인상공회의소장은 이 대피소에서 종합적인 정부의 지원과 원스톱서비스가 이루어 지고 있다며  복구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한다.

빅터밸리 한인회 뿐만 아니라  LA 한인회, 오렌지카운티 한인회, 멀리 샌디에고 한인회, 미주한인 총연합회등 주요한인단체장들이  ‘구호대책위’를  구성  가동하며   모금과 지원활동을 시작했다.  일단 각 한인회에서 긴급 모금한 구호금   1만7천달러를 빅터밸리 한인회에  전했다.   빅토밸리 김영남 한인회장집은 불에 탔다(건강을 위해 애리조나에서 이곳으로이주해 왔다).  한인회는 아리랑 마켓, 오렌지카운티 장로협의회 등에서 긴급 지원을 받은 라면과 물, 50상자를 대피소로 실어날랐다.

한 익명의 한인이  5만달러의 성금을 낸데 이어, 한미은행이 1만달러,  손패밀리재단이  5천달러, 뉴스타부동산이 성금  5천달러와 구호품을 들고 피해지역을  방문하는 등 성금과  구호활동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성금이나 구호품답지가 예전같지 않다며 구호대책위원회는 안타까와 하고 있다.  식수와  옷, 침구가  크게 부족하다.  “한인 이재민이 집에 돌아가 머물 곳이 없습니다.  물 한박스, 김치 한통이  동포들의 따듯한 위로와 사랑을  전합니다.”  

빅터밸리 한인회  (310)795-3983, 15402 W. Sage St. #103, Victorville CA 92329.  
Pay to: Victor-Valley Korean American Association

LA통신 2016년 8월 27일  김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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