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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6-08-05 10:55

로스엔젤레스의  한 교회에서 아프리카 우간다로 나간  선교사 가족이 있다.   40대의 젊은 나이에 올망졸망  세 아이들을 이끌고  그 험한 곳으로 갔다.  거기 가서도 또 장애자 사역을 한단다.   힘든 곳으로만 골라서  찾아다니니  보는 사람이 힘들 정도이다.   선교사 부부가 이곳 LA를 방문하고 우간다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듣고  몇몇 지인들과  함께  식사대접을 하려고 물어봤다.  

“우간다에서 오셨는데 무엇을 가장 먹고 싶으세요?”  
“비프 저끼.”

그래서 우리는 그동안 틈틈히 모아두었던  많지 않은 돈으로  코스트코에서 비프저키를 박스로 샀다. 선교사부부는 그 비프저키 통들을 고스란히 들고 우간다로 향했다.  눈에 삼삼히 어리는 그곳의 어린이들에게 나눠줄 생각에 흥분하면서.  

‘하루에  10만명 정도가 굶어 죽어갑니다.  농업기술의 발달로 세계전체의 식량은 남아돕니다.  그러나 음식을 배급받으러 온 가족들 중에서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식량배급을 하고 가망이 없는 사람에게는 배급하지 않습니다.  내민 손을 거절해야 하고,  힘없이 어머니의 품에 안겨  죽음의 길로 되돌아 가야 하는  그들을 보며 간호사, 배급관들의 마음은 찢어집니다.  식량이 모자라기 때문에  생존 가능한  사람들에게만  배급을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UN 식량조사관 장 지글러가  아프리카에서의 참담한 경험을 토대로 쓴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일부 내용이다.  곡물을 독점한 대자본주와 부패한 정부와의 결탁으로 남아도는 식량이  굶주린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전해 질수 없는 모순투성이의 현실을  고발해서 유명한 책이다.

그 아프리카에  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1,800만명이 굶어 죽는 위험이 닥쳤다.  UN 세계식량기구는 지난달  말라위, 마다가스카르, 모잠비크 , 스와질랜드, 잠비아, 짐바브에등  남부아프리카   7개국가가  식량위기에 처했다고 발표했다.  성공적인 농부의 경우  간신히  50%의 수확을 얻었지만 다른 농부들은 거의 수확을 하지 못했다며 올해말에는 3,300만명이 식량배급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2017년 3월까지 남부 아프리카에  최소한  1,100만명을 지원하기 위해   5억5천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긴급히 미국을 찾은 한 한인선교사는 말라위의  식량난이 극심한 지경이라며  한줌의 너트로 다섯 식구가  연명하는 현실을 전했다.  농토는 흙먼지만 풀풀 날리는 맨땅으로 변했고  주민들은  음식과 물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말라위에서만  식량위기에 처한 주민들이 작년의 280만명에서 올해는 650만명으로 증가했다.   말라위에서 하루  81만여명의 어린들에게 학교급식을 하는  미국의 메리 밀스 USA는  배급식량의 여분이 없고  2002년이후의 최대의 식량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한인타운의  유명 치과의사는 이 말라위와 우간다를  해마다 다녀온다.  작년과 올해는 현지의 상태가 심상치가 않다고 한다.  어린이들은 하루에 한끼 밖에 먹지를 못한다.  몇몇 지인들이 뜻을 모아 함께 하는 구제사업에는 한계가 있음을 실감한다.

세계의 남아도는 식량을 쥐고 있는  거대기업, 대자본주들.  이들의 부는 아프리카의 몇개 나라들을 합친  총자산보다도 많다.   기업의 이윤을 높이 유지하기 위한 곡물가격 정책으로 가난한 정부들은 식량을 구입할  수가 없다.  기업농이  발달하면서 아프리카의  소규모 농장들이나  농부들은  자본에 밀려 농업을 접게 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급자족의 농업을 시도했던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암살을 당하거나 군부 쿠데타에 희생됐다.
공유경제의 마지막 도전은  식량의 공유라고 미래학자들은 진단한다.  같은 지역에서 나누고 지원할 수 있는 음식, 식량을  어떻게 세계적으로 네트워킹하는지가 과제이다.   LA 한인들의 홈리스  음식나누기  봉사는 미국사회에도 잘 알려져 있다.  LA다운타운, 오렌지카운티 샌타아나 등의 홈리스 밀집지역 곳곳에서 진행되는 한인들의 음식봉사는  미주류사회에 종종 훈훈한 기삿거리로  소개가 된다.  

최근에는  한인타운에서 홈리스들의 발을 닦아주며 다니는 한인여성의 모습이 인터넷에  오르며    미국 TV뉴스에 보도됐다.    모자를 눌러쓴  이 중년 한인여성은 코리아타운 3가와  킹슬리에서 누워있는  남자 홈리스의 발을 정성스레 닦아주고 있다.  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사람은 이여성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 했고  폭스 TV 뉴스가  이를 보도했다.  뉴스를  접한 많은 미국인들은  ‘각박한  LA거리에 살아있는 사랑’이라며 감동을 표현한다.  한인기자들은 이 여성이 누구인지  찾아다니고 있다(특종이니까).

비프저끼를 소중하게 가져갔던 우간다선교사의 편지도 왔다.  아이들이 맨발로 다니고  책가방이 없어 비닐봉지에  넣고 다니는데 이번에 콘테이너로 배달된 헌옷, 책, 가방, 신발들로  동네의 어른, 아이들이  신나는 무료 쇼핑을 할 수 있었단다.  부자나라에서 보잘 것 없던 그 헌 물건들이  그곳 어린이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의 도구였다고 전해왔다.   풀어야 할 숙제는 선진국에서 남아도는 음식을  어떻게 이들에게 전달할 것인가이다.
LA통신 2016년  8월6일  김인종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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