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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6-07-15 15:25

한국에서 호텔비즈니스에 실패하고 이혼을 하며 가정파탄에 이른   56살 이연우씨는  2010년 로스엔젤레스로  향했다.  동갑내기  죽마고우  조병균씨가 사는  LA의 세리토스집에  머물기 위해서였다. 이연우씨는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고 비관하며 어느날 친구 병균씨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했다.  자살은 수치스러우니 강도를 위장한 살인으로 자신을 죽여달라고 했다.  친구에게 살인을 요청한 기괴한 상황과   이 친구의 요청을 들어준 친구.  어떤 우정일까.  지난주 법정재판에서 드러난  ‘우정살인’ 이야기는 단순한  우정만은 아니었다.

이연우씨는 2011년 1월  오렌지카운티 애나하임의 공장지대에서 거리 청소부에 의해  시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의 시체 옆에 렌트카가 세워져 있고,  정황으로 보아 타이어를  바꾸어 끼다가  다른 차에 치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었다.  그러나  X 레이 검사에서 그의 머리에 총알이 발견됐고, 경찰은 이씨가 뒷머리에 처형식으로 총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렌트카의 비상연락처로 돼 있는 연우씨의 친구 병균씨  집을 찾아갔다.  초등학교 동네친구인 조병균씨는 2003년 부인과 두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주해왔다. 병균씨는 처음에는 이씨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다가,  추가 조사가 진행되는 중에 담배한대를 피고나더니  이 괴상한  우정살인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사망한 이연우씨는 자살이라는 “부끄러운” 선택을  원치 않았고,  생명보험의 보상금 때문에도  자살은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  이씨는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자살 살인을 시행하려 했지만 사후처리를  믿을 수가 없어 결국 친구 조씨에게 간곡히 요청했다.  이씨는 권총을 샀고 둘은 사격장에 가서 사격연습도 했다.  월마트에 가서 사이즈  13의  큰 신발을 샀다.  살인자를 위장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날을  잡아 장소를  물색한 뒤  ‘청탁자살  살인’이 시행됐다.

지난주  이사건의 재판에서 드러난 또하나의  기괴한 스토리.  이연우씨는 조병균씨에게  2천달러를 빌려주었는데  조씨가 이를 약속날짜 안에 갚지 못할 경우, 이씨는 조씨의 부인과 성관계를 가지기로 했다는 것이다.  조씨는 이돈을 약속대로 갚지 못했고,  이씨는 친구 조씨의 부인과  3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조씨와  그 부인은 이를 법정에서 ‘강간’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조씨가  ‘자신과 가족의 일생을 위해 이씨를 제거해야 겠다’는 결심을 가졌고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경찰에서 조씨는 범행에 사용한 총기를 조씨의 캐비넷 안에서 꺼내어 놓았고,   위장신발은 사건현장  인근의 쓰레기장에 버렸다고 밝혔다.  살인의 증거와 동기가 모두 구성이 된 케이스이다.   조씨의 법정 변호인은  우발적 살인 (manslaughter),  검찰은  살인(murder)으로  주장하고 있다.   친구와의 우정,  친구부인과의 성관계,  친구의 자살살인 요청,  살인시행,  그리고 이제 법정에 서서 그  이상한 스토리가 모두 공개되고 있다.
 
7월5일,  루이지애나의 주도인 배턴 루지의 그로서리 마켓 앞.  이곳에서 37살의 흑인남자 앨턴 스털링은  CD를 팔고 있었다.  한 홈리스가  그에게 다가와 자꾸 돈을 요구했고 스털링은  주머니에서 자신의 총을 보여주며 이 홈리스를 떠나게 했다.  이 홈리스가 경찰에 스털링이 총으로 자신을 위협했다고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 두명은 스털링을  제압해  땅에 엎었고, 스털링은 영문을 모른채 “내가 무얼 잘못했냐”고 물었다.  이 와중에  누군가가   “총이 있다”고 소리쳤고,  경찰은 엎어진 스털링에게  총격을 가해  스털링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건현장 비데오는 스털링이 아무런 저항의 능력이 없이 제압당한 상황에서 가슴과 허리에 총격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7월6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차  깜박이 신호가 작동하지 않는 차를 경찰이 세우고 잠시 후에  경찰이 흑인 운전자 32살 필랜도 캐스틸에게  4발의 총격을 가해 살해한다.  차에는 약혼녀와 이들의 4살 아이가 동승하고 있었다.  약혼녀는 페이스북의  영상중계 기능을  켜놓고 차안에서 현장을 설명하며 울고 있다.  경찰은 총을 맞고 운전대 옆으로 쓰러져  죽어가는 필랜도 캐스틸에게  총을 겨누고 계속 소리를 지른다.  부상자가에게 응급조치를 취하거나 앰뷸런스를 부를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 끔직한 ‘슬로우 다잉’ 장면, 약혼녀와 어린 아이의 공포,  처절한 모습은  페이스북  생중계로 전세계에  전송됐다.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다.  흑인들은 좌절했다.  오바마대통령도 낙담한 모습으로 TV에 나왔다.

7월7일,  텍사스주 댈러스.   잇다른 경찰총격으로 흑인들이 희생되자  벌어진 항의 시위현장.   아프간 제대장병  흑인 마이커 제이비어 존슨이 주변 건물에  소리없이 매복했다.  그리고  출동한 경찰들을 향해 저격했다.  백인경관  5명 사망.  그는 경찰의 흑인 총격에 분노하고 있었고,   더많은 백인 경찰을 죽이고 싶어했다.  그는 로보트의  폭탄공격으로 사망했다.

7월11일, 로스엔젤레스.  지난해  홈리스여성을  총격살해한  로스엔젤레스 경관들에게 경찰위원회는 범법혐의가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LA경찰국 앞에는  항의시위 군중이 모여들었다.  한인사회에는 또다시  429 폭동의 악몽이  스쳐갔다.  “이번에 폭동나면 많이 죽을꺼야.  너도 나도 다 총들 가지고 있으니까…”  다운타운 한인 비즈니스 업주의 말이다. 

오바마대통령이 댈러스 총격사망 경관 추도식에 참석했다.  그는 희생경관들과 경찰사회에 존경을 표하면서도 아직도  미국사회에 깔려 있는 소수민족 차별의식을 비난했다.  그는 때론 격앙된 모습으로  변하지 않는 미국의 총기법을  맹렬히 비난했다.  대통령 취임이후 대량 총격살인 이 발생한  11번째 도시를 방문하며  임기말의  오바마는 제거되지 않는 미국의 암에 대해  절망하고 있다.  총….총….총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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