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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 이미지의 진화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6-03-18 09:09

이번 수요일  3월 16일.  라타샤 할린즈라는 흑인소녀의 추모식이 흑인동네인 사우스 센추럴 LA에서 열렸다.  15 살때인 1991년에 죽었으니 지금 살아있다면  40살의 중년여성이다.
라타샤 할린즈 – 오렌지주스 한병 때문에 한인 리커업주에게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1991년 3월16일,  15살의 이소녀  라타샤는 사우스 LA흑인 동네에 있는 엠파이어 리커스토어에 들어왔다.   그녀는  오렌지주스 캔을 집어 백팩에 넣고 카운터로 왔고 업주 두순자씨는 오렌지주스를  훔치려는 줄 알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라타샤가 두순자씨의 얼굴을 때려 넘어뜨리고  오렌지주스 캔을 카운터에 던지고 돌아섰다.  두순자씨는 38구경 권총을 꺼내  라타샤를 향해 총격을 발사했다.  라타샤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법정에서 곡절 끝에 두순자씨는 ´과실치사(voluntary manslaughter)´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최고 16년형 선고까지 가능한 이 판결에서 백인 여자 판사는 두순자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400시간의 커뮤니티 봉사와  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흑인사회는 경악했다.  한 소녀의 죽음의 댓가가 벌금 500달러라고?

그  2주전인 1991년 3월3일 흑인 로드니 킹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을 피해 도주하다가 잡혀 4명의 백인경관들로부터 무차별 구타당하는 장면이 당시 한창이던 소니캠코더에 녹화가 돼 뉴스에 터졌다.  이 백인경관 4명도 첫 재판에서 모두 무죄.  흑인사회는 분노로 폭발했다.  라타샤 할린즈와 로드니킹 사건은  429 LA폭동으로 분출되며  당시 LA코리아타운과 그남쪽은 방화와 약탈로 파괴됐다.  사망자 50명에  7억달러의 재산피해. 

1990년대 당시 LA한인의 모습에는 두순자씨가 오버랩된다.  “상황이 아무리 그렇더라도 어떻게 오렌지주스캔에  생명을 죽일 수 있는가?”  돈에 집착하고, 성질 급하고, 예의나 매너가 없는 민족으로 비쳐졌던 한인들.  당시 흑인들은 곧잘 한인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시대의 희생자 라타샤 할린즈 사망 25주기, 이번주  추모식에는 가족과 목사, 그리고 주민들이 참여했다.  올해 40살이 됐을 라타샤 할린즈,   총격을 가한 두순자씨는  당시 49세였으니  과거의 두씨와 비슷한 연배로 들어서는 세월이다.  

30마리의 개들이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온 개들이다.  샌디에고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보신탕용으로 키워지고 있는 한국의 개들을 돈주고 사들여 구조해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샌디에고로 운송하는 것이다.  샌디에고에서 개들의 건강을 챙긴 후 입양을 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남가주 여기저기,  미국뉴스에서  ´코리안.. 개고기… ´  운운하며 한창 뉴스거리이다. 
구조되서 온 개들은  나이가 6개월에서 2살짜리로 미국인들이 끔직이도 좋아하는 골든 리트리버, 허스키도 있다(미국인이 좋아하는 개들을 우선적으로 구조했나보다).  골든 리트리버를 잡아먹는다고?   동물보호론자들이 아닌 일반 미국인들도  분통을 터뜨린다.  “야만적인 코리안!”
“끔찍한 개고기 유통업을 종식시키는 것이 우리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임무입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한국의 개고기 농장 실태를 알리면서  코리안 이미지 먹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오토 웜비어 –  올해 21살,  버지니아 대학(University of Virginia) 경제학과 학생이다.  평양의 김정은 정권이 이 청년을 체포해  국가전복 음모혐의로  15년의  중노동형을 선고했다.  이 미국청년은  지난 1월 북한을 여행중이었다.  이번주 두명의 북한군에 의해  법정에서  끌려 나가는  오토 윔비어의 모습이 미전역에 방송됐다.  그모습을 보는 미국인들의 심기가 좋지 않다.  시애틀 출신의  미국인  케네스 배도 최근 북한에서 비슷한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요즘 잇달아  이들 재판소식이  미국 탑뉴스로 보도되면서 TV에 비쳐지는 북한인들의  모습은  같은 한인이 보기에도 안스럽다.  여론조사에서  노스 코리안은  미국인에게 가장 어글리한 민족집단으로 점수매겨져 있다.

그러나 이들 부정적인  한인 이미지가 현재의 대세는아니다.  포에버 21, 요거랜드등의 인기있는  많은  한인기업들의 탄생,   폭동이후 재건된  코리아타운의 재개발과 눈부신 성장,  LA시의원, 주하원의원의 탄생등  한인 2세, 3세들의  정치,  경제계로의  약진은 성숙한 한인 이민사회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삼성, 현대도 한인이미지 개선에 한 몫을 했다.

올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한인선수들의 한바탕 잔치로 미주한인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예고하고 있다.  LA다저스의 류현진투수,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의 오승환 투수,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대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 … 여자골프 LPGA 에서 대회 마다 태극기로 상위순위를 휩쓸고 있는 한인 낭자들의 모습 - 1990년대 한인사회에서 꿈도 꾸지 못하던 한인들의  모습이다.

매년 3월이면 악몽처럼 슬그머니 이슈화되는  라타샤 할린즈사건,  흑인사회 랩퍼들이 최근 영화에서 불러제낀 앤티 코리안 노래들.  

 “과거 흑인 커뮤니티나  주류사회에서 우리가  실수하며 범한  시행착오들이 더이상  코리안 아메리칸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우리는 계속 진화해야 합니다.”  흑인사회에서 30년 이상  인종화합 운동을 벌여온 유망한 한인 지도자의 말이다. 

LA통신  2016년 3월 19일 김인종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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