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내게 지금 15억달러가 생긴다면….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6-01-14 16:31

사무실로 오르는 엘리베이터 안.  양복을 말끔하게 차린 백인과 흑인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티켓 샀구나. “  “당첨이 되려면 우선 사야지.” “당첨되면 일시불로 받을 거다” “그래? 나는 25년간 나누어서 받을꺼다.  1년에  3천만달러씩.”

대학동창회 신년파티장. “아, 티켓 사야되는데.” “7시까지  사면 돼요. 빨리 다녀오세요!”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멤버들이 커피숍에서  5달러씩 거둬  로토티켓을 단체로 샀다. 산 티켓들을 찍어 등산그룹 카톡에 올렸다.  모두들 이 마법의 6개 번호들을 보며 꿈을 꾸었다.

1달러로 15억달러를 벌 수 있는 기회.  꿈은 이루어질까.  내가 당첨이 된다면 이 돈으로 무얼할까…

지난주 캘리포니아는 물론 미국인들을 열광케 했던 파우어볼 로토 열기이다.  당첨될 확률은 2억9천2백만분의 1.  미국인이 미국대통령이 될 확률이 2천2백만분의 1이라니  대통령 될 확률보다 훨씬 낮다.  미국내  44개주와 워싱턴 DC,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등이 연합으로 판매하는 파우어 로토는 몇달  동안 당첨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잭팟 당첨금이 눈덩이 불어나듯 늘어나더니 드디어  사상최고 액수를 기록했다.

개스스테이션 편의점에는 개스를 사려는 사람보다 로토구매자가 더 많아 정작 개스를 넣으려는 사람들은 긴 줄에 서서 짜증을 참아야 했다.  판매 마감일인 수요일에는 잭팟이 잘나온다는 상점들 앞에 수백미터에 걸쳐 로토 구입자들이 늘어서 1시간 이상씩 기다렸다. 잭팟 추첨시간이 다가오면서 캘리포니아에서만  1분당  3만달러씩 복권이 팔려나갔다. 돈의 낭비라며 로토를 사지않던 사람들도 로토 구입 행렬에 끼었다. 종교적 신념이라며 점잖을 빼던  분들도 슬그머니 나섰다.  어떤 베벌리힐 부자들은 3천달러씩 복권을 샀다( ´있는 것들이 더해´라는 말이 딱 맞다).

69개의 흰색 숫자중에  5개 번호를 고르고,  26개의 빨간색 숫자 중에서  1개 번호를 골라 총6개의 번호로 잭팟을 맞추는 것이다.  이번에 당첨돼 일시불로 받으면  9억3천만달러를 받는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여기에서 세금 25%,  2억3천만달러를 내면  실제 수령액은 약 6억9천만달러가 된다.  45년간 매년  1천만달러씩 써대야 그 돈을 다 쓰고 죽는다.  하루 3만달러씩 펑펑 돈을 뿌리고 다니면 된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

드디어 지난 수요일 저녁.  캘리포니아 , 테네시와 플로리다에서 비명이 울렸다. 

15억달러 잭팟이 세 곳에서  터진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LA  치노 힐즈의 한   세븐 일레븐 스토어에서 팔렸다.  잭팟 발표후 이 세븐 일레븐 스토어에는 흥분한 군중들과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밤새 북적였다.  잭팟 티켓을 판 이 상점도 1백만달러의 보너스를 받는다.

이 상점으로 취재진은 물론 지역 정치인들도 몰려왔다.  커뮤니티의 경사란다.  이 상점 주인이 하는 말이 걸작이다. “잭팟에 이긴 사람은 누군지도 모르겠고 조용해요.  떨어진 사람들이 몰려와서 즐거워 하는 축제분위기입니다.”  세상은 이렇게 진 사람들, 약한 사람들이 멋모르고 행복해 하며 돌아간다.  75세의 할머니는  쓰레기가 된 티켓을 들고 나와서는 내가 당첨되면  대부분을 어린이 병원에 기부했을 것이라며 즐거워 한다 – “난 이제 많이 필요없거든”

이번  15억달러 잭팟은 3명의 당첨자가  5억3천만달러씩 나누어 가진다.  세금을 내고 나면 일시불로 약 3억달러를 받게 된다.  30년간 나누어 받는다면 첫해  8백만달러에서  마지막해 3천2백만달러까지 받게 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복권  1달러, 1장을 사면  2센트가 주교육국 예산으로 추가된다는 원칙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어떤 이유에서인지 로토판매금의  1%정도가 교육국에 지원됐을 뿐이다.  로토 반대론자들은 학교도 대중도 이 로토 시스템으로 아무런 도움을 얻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로토가  빈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두어내는 창구라고 한다.  미국 납세체제에서  연방정부가  규정한  빈민들은 세금을 내지 않지만 이들이 로토구매에는 적극 나서면서 정부에 돈을 준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미국에서만 가능한  ´신분상승´의 제도라고도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로토는 가난한 자에게 기회와 꿈을 주는 미국만의 시스템이라고 찬양하기도 한다.  

로토 당첨자들의 삶에 대해서는 엇갈린 주장들이 많다.  ´당첨자들의 65%가 15년안에 파산´ ´3명중 1명은 파산´ ´재산탕진에서 마약중독´ ´가족불화´ ´강도, 피살´ 등 여러 불행한 사례가 보고된 바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최근의 조사이다.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  출신고등학교의 풋볼팀을 지원하고, 장학제도 설립, 지역경찰서, 소방서를 후원, 교회건물 모기지를 대납해주고,  병원에  당첨금 기부, 히스패닉 학생 지원재단을 만들기도 한다.  이웃 십대  미혼모에게  집을 주고,  예술적 장래가 촉망되지만 불구인  어린이들을 지원한다.  자신들의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여행과  레저 그리고 나눔과 헌신의 생활을 영위하는 잭팟 당첨자들이 많다. 

대부분의 로토당첨자들의 삶은  살아왔던 대로  계속 이어진다.  평소 건실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잭팟 당첨후에도 그같은 삶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고 사회학자,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로토 구입  TV광고를  보면 어떤 사람이 하루 종일 혼자 킬킬 대며 뒹구는 모습이 나온다.  잭팟 당첨자를 묘사한 장면이다.  지금  그렇게 웃음을 참지 못하고 뒹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대신 이 사람에게 돈을 몰아주었던 수천만명의 로토 구입자들은 부러움과 허탈, 아쉬움을 가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지난 한주간의 캘리포니아 드림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