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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전염성 – 쓰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은 글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5-10-10 11:48

‘악은 세상에 나오기 위해 질병이나 부당함, 어두운 세력을 필료로 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 필요로 할뿐이다’  - 독일의 유명한 범죄심리학자 한스 루트비히 크뢰버가 한 말이다.  악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이 필요없고 인간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그 끔직한 악이 인간을 통해서 등장했다.  

로렐 하퍼는 간호사이다.  로스엔젤레스 카운티의 토렌스에서 남편, 그리고 아들 크리스 하퍼 머서와  함께 살았다.  아들은 토렌스의 엘카미노 칼리지를  2년간  다니기도 했다.  그후 하퍼 부부는 이혼을 했고  부인 로렐 하퍼는 아들과 함께 오레곤의 한적한 도시  로즈버그로  이사했다.  아들 크리스 하퍼  머서는 어려서부터 오티즘(자폐증)의 한 부류인 아스퍼거 증후(Asperger’s)를 보였다.  스스로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헤드뱅어(Head banger) 증세도 있었다.  

어머니 로렐 하퍼는 총기에 대한 집착이 있어 8정의 총기를 소유했다.  아들 크리스도 어머니를 따라 총기수집에 광적이어서 26살이 될 때까지 AK 47, AR-15 등의  공격용 자동소총을 포함해  6정의 총기를 소유했다.  어머니와 아들 둘이 사는 오레곤 로즈버그의   아파트에는  14정의 총과 실탄들이   벽장과  침실에 가득 진열돼 있었다.  어머니 로렐은  항상 탄창에 총알을 꽉채워 장진해 놓는다며,  아들 크리스가 이런 총기류들을 다루는데 능숙하다는 글도 올렸다.  어머니와 아들은 로스엔젤레스에 있을 때부터  사격장에 함께가 총격을 했다.  인터넷 트위터 계정도 함께 쓰며  총기법, 건강, 자폐증 등에  관한 상담, 글도 올렸다
 지난주 10월 1일 , 로렐의 아파트 아래층 주민이  뛰어 올라와 엄프쿠아 칼리지에서  총격사건이 났다고  알려주었다.  로렐의 아들 크리스가 엄프쿠아 칼리지에 다니는 것을 아래층  주민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64살의 어머니 로렐은 놀라서 아들의 안전을 걱정하며 엄프쿠아 칼리지로 가기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때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당신의 아들이 총격범이요.”

그날 아들 크리스 하퍼 머서는 자신의 영어 쓰기(Writing) 클래스에서  동료학생  9명을 죽이고  7명을 부상시킨 후 자살했다.  오레곤의  평화로운 소도시 뿐만 아니라  미국이 경악했다. 또 이런 일이… 로스엔젤레스 타자나에 거주하고 있는 총격범의 아버지는 “왜 그 어미는 그렇게 총에 집착을 하며 아들과 함께 총을 모았는가?”며 분노했다.

트레이시 휴.  중국계로서 오레곤의 엄프쿠아 칼리지에서 간호사 전공을 하고 있었다.  그날 영어 쓰기  클래스 두번째 강의에 출석했다.  그때 크리스 하퍼 머서가  총들들고  교실에 들어섰다.  그는 벽에 총격을 한발 가한 후 모든 학생들을 교실 가운데로 모이게 했다.  잘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자 여학생이 휠체어로 옮겨 앉으려 할 때 그녀를 쏘아죽였다…  악이 또다시 인간을 통해서 극악무도하게 드러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트레이시 휴는 손에 총격을 받고 엎어져  죽은 척 했다.   악마는 학생들에게 종교가 무어냐고 묻고는 “기독교”라고 답하면 “곧 하나님을 만나게 해주겠다”며 머리에 총격을 가했다. 때로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총격을 가했다. 

트레이시 휴는 옆에 쓰러진 동료학생들의 피가 자신에게 흘러들면서 이제 더이상 자신의 세 아이들도 볼수가 없겠구나고 생각했다.  악마는 쓰러져 엉켜있는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사람은 일어서라”했고 몇학생이 일어서자 그들도 차례로 쏘았다.  그리고는 한 남학생을 가리켰다. “너는 행운아다.  살아서 이 편지를 언론에 전하라”며 편지를 건네 줬다.  계속 총격이 이어지고, 한 제대 군인 학생이 밖에서 교실문을 박차며 총격중단을 소리쳤다.  그에게도 총격이 가해졌고, 이번에는 밖에서 총격소리가 들려왔다.  악마가   “욱” 소리를 내며 쓰러지더니 교실 앞쪽으로 걸어가서 잠시후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겼다.  현장에 도착한 두명의 사복형사들과 총격전에서 악마는 옆구리에 총을 맞았던 것이다.

20세기말, 21세기 들어서면서 등장한 살인의 형태 -  대량학살.  비무장, 무작위 대상을 향해 아무런 이유없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살인을 하는 것이다.  1999년 4월20일 콜로라도 컬럼바인 고교 10대 소년 두명이 13명 살해,  2007년 버지니아텍 한인  학생이 캠퍼스에서 32명 살해, 2009년 11월5일  텍사스 포트후드에서 육군 군의관 총기난사  13명 사망, 42명 부상,  2012년 7월20일 콜로라도 오로라시 극장에서 총기난사 12명 사망, 2012년 12월4일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초등학생 20명등 26명 사망,  2013년 9월16 일 워싱턴 DC 해군기지 총기난사 12명 사망, 2015년 6월17일 사우스 캐롤라이너 흑인교회에서 백인우월주의자 총기난사 9명사망… 이 리스트가 앞으로 얼마나 더 계속될지.  미국은 21세기 대량 총격살인의 메카가 됐다.

심리학자, 범죄학자들은 많은 경우 이들 매스킬링 범인들이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복수심과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수단으로 무차별 총격살인을 택한다고 본다.  그 대상으로 학교 캠퍼스, 극장, 교회같은 무방비지대를 선택한다.  학교총격 발생후 학생들 혹은 일반인들의 반응은  아이러니 하게도 ‘총을 구입해야 겠다’는 생각이다.   무차별 총기난사가  일생생활의 어느곳, 누구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와 그에 따른 자기방어 수단의 필요성에서다.  일부 칼리지 학생들은 총을 감추어서 휴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총을 가진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면 이번 사건도 무고한 희생이 줄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사건 직후 경찰은 범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범인의 이름이 전국에 알려지는 것이 범인이 원하는 것이었고,  그이름은 또다른 미래의 범죄자들에게는 우상화되기 때문이라는 범죄심리학자들의 의견때문이었다.  매스컴의 속성상 범인의 이름은 어차피 밝혀지지만,  이 악마가  마지막에 ‘럭키 가이’라는 학생에게 전해준 쪽지는 공개될 필요없이 불살러지기를 기대해 본다.   악마의 속성은  ‘신속한 전염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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