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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쓰러진다 – 재앙의 시작?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5-08-21 17:27

지난달  맘모스로 캠핑을 갔다.  캠핑장입구 마켓에서  캠프 파이어 땔 나무를 사려다가  너무 비싸 포기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곳곳 캠프사이트에  통나무들이 널려 있다.   캠프장 나무들이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고,  캠프 호스트측에서는 캠퍼들이 알아서 나무를 쓰도록  곳곳에 밀어 놓았다.  텐트옆에  쓰러져  바짝 말라 있는 나무들을 대충 잘라 밤늦도록 활활 태우고,  이른 새벽에도 일어나면 나무부터 태워 몸을 녹였다.  돌아오면서 일행들이 한결같이 한 말은 “원없이 나무를 때웠다”고.  

캘리포니아의 자랑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거대한 세코이아 나무들,  삼나무들이 곳곳에서 무더기로 누렇게 말라 죽어가는 모습들이 역력하다.   10년이 넘는  가뭄을 버텼지만 이제는 그 한계에 왔는지  두손 들고 쓰러지고 있다.   안타깝지만 대책이 없다.  기상학자들은  “올해는 엘니뇨로 큰 비가 올 것이라”고 해마다  예보하지만 해마다 비는 없었다.  엘니뇨는 가뭄도 동반한다는게  오보의 핑계다.   올해 2 015년에는  정말로 비가 많이 온다며  ‘고질라 엘니뇨 비’를 예보하고 있다.  이말도 겨울 우기가 되어봐야 알 일 이다.

올해 15살  동갑내기인  드래곤 김,  저스틴 이는 LA 남쪽 어바인과 터스틴에 산다.  함께 파이오니어 중학교를 졸업했다.  둘은  중학교 때는 워터 폴로(수구)의  선수로 활약했고,  오렌지카운티의 명문 아트 스쿨인 오렌지카운티 하이스쿨 오브 아트 (OCSA) 에  악기재능으로 합격했다.     개학을 앞두고 지난주 가족과 함께 요세미티 캠핑을 왔다. 하프돔이 올려다 보이는 요세미티 빌리지의  어퍼 파인 캠프그라운드에 텐트를 쳤다.  금요일 새벽 4시15분쯤  요란한 균열음과 함께  ‘여성의  폐를 찌르는’ 비명소리가 울렸다.   거대한 참나무의 큰가지가 쓰러지며  저스틴과 드래곤이 잠자는 텐트를 덮쳤다.   구급차는 45분후에나 도착했다.  두 소년은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함께  하늘나라로 갔다.

국립공원 당국자는 왜 나무가지가 쓰러졌는지 조사중이라고 한다.  두말하면 잔소리일텐데. 가뭄으로 캘리포니아의 국립삼림에서   1천2백만그루의 나무가 죽었다.  2012년에도  요세미티 공원 관리인이  텐트 캐빈에 있다가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숨졌다.

“곰이나 늑대는 무서워 하지만 나무는 무서워  한적이 없어요” -  가뭄은 나무를 무섭게 만들고 있다.
아들을  요세미티에서 잃고 남가주 어바인으로 돌아온  드래곤 김의 아버지는  아들의  중학교 워터 폴로 팀에  메시지를 전했다.  “아들을 팀에서 다시 맞아주고, 다시 사랑을  주니 고맙습니다….  부모의 가슴은 영원히 무너졌습니다.”

이번주 거행된 두 소년의  영결식에  중학동창들,  새로 만날 고등학교  친구들,  학부모와 교사들이 모였다  “너희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사랑과 웃음과 음악에 감사한다”   “이 무의미한 죽음은 우리 커뮤니티와 학교에 깊은 슬픔과 상처를 남깁니다”   한창 피어날  소년들의 뜻하지 않은  죽음에 커뮤니티 전체가 가라앉았다.

지난달에는  LA 패사디나 공원에서 85피트 나무가 쓰러지면서 어린이들이 부상을 했다.  가뭄으로 뿌리가 약해지면서 나무들이 넘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7월에는 어린이 박물관의  거대한 소나무가 쓰러지면 서 33명의 어린이들이 나무 밑에 갇히는 소동도 벌어졌다.

LA공원당국은 지난 4월까지  1년동안  LA공원의  1만4천그루의 나무,  전체의 약 4%가 말라 죽었다며,  전년도의  1% 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의 강력한 절수정책은  도시와 공원의 나무들의 숨통을 더욱 조이면서  전문가들은 가로수들의 집단적인 고사도 우려하고 있다.

이번주  위성에서 촬영한  캘리포니아주의 북부는 회색연기에 덮여있다.  산불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현재 100여곳 이상에서 산불이 계속되고 있고,   오레곤, 와싱턴주,  아이다호 등지까지 합치면 미국서부지역에서 타고 있는 산불은 160여곳에 이른다.  가뭄과 폭염으로  마른 나무들은 거대한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연방정부에서는  와싱턴주 중부에서  170 스퀘어 마일에  걸쳐  타고 있는 산불 진화를 위해  200명의 현역군인과 군장비를   투입했다. 불길은 록키산맥의 삼림들을 태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뭄이 산불을 내고 산불의 연기는 비를 내리는 구름의 형성을 막으면서 가뭄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쓰러지는 나무들, 불타는 나무들 – 기후재앙의 시작인가?
LA통신 2015년 8월22일 김인종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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